풍경, 기타

새벽 보름달에는 계수나무가 보인다

모산재 2009. 9. 30. 22:18

 

9월 6일(음력 7월 18일) 새벽,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나가려 삽짝을 나서다 서산 하늘에 걸린 둥근달을 마주친다. 보름을 며칠 지났지만 달은 아직 이울지 않고 꽉찬 보름달의 자태를 지녔다. 저렇게 환하게 비치는 보름달을 아침에 만나기는 처음이어서 묘한 감동에 젖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음영으로 그려진 계수나무가 너무도 선명하여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찾는다.

 

보름달은 언제나 해 지자마자 초저녁에 떠는 법인데, 금빛으로 빛나는 보름달 안에 선명한 계수나무를 담아보려고 똑딱이카메라를 늘상 들이대보지만 사진 속에 계수나무가 잡히는 일이 없다. 그저 뿌연 달빛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새벽의 서늘하고 안정된 대기가 빛의 반사를 걸러주기 때문일까. 한번도 잡히지 않았던 계수나무가 아주 선명히 나타나지 않는가. 똑딱이카메라로도 달의 얼굴을 제대로 담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