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대모산 풀꽃 산책, 풀꽃들의 천국은 무너지고…

모산재 2009. 6. 20. 23:50


대모산 풀꽃 산책, 풀꽃들의 천국은 무너지고…


2009. 06. 06 . 토

 

 


 

토요일이자 현충일,

여느 때와 달리 늦게 일어났다.

 

이틀의 휴일이 이어지는 절호의 시간이라

서해의 섬으로 떠날까 했는데 심신의 피로를 이기지 못했다.

 


해가 방 안으로 한참 비춰 드는 시간에야 눈을 뜨고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켜니

참으로 역겨운 얼굴이 현충일 기념사를 하고 있다.

 


아침부터 재수없군!


어찌하여 민주적 절차에 의해 뽑힌 최고 권력자를 이토록 증오하게 되었을까...

 

텔레비전을 꺼버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웹서핑을 즐기다보니 점심 시간을 훌쩍 넘어서 버렸다.

 

 

어떡할까 망설이다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메고선 집을 나선다.

 

오랜 동안 가지 못했던 대모산을 찾아 보기로 한다.

 

이 즈음에 광릉골무꽃과 방울비짜루가 한창 피어났고

참죽나무가 꽃차례를 올린다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초제 세례로 초토화되었던 묏등언덕이 자생력을 회복해

뭇 생명들이 다시 화원을 이루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어느 학교 뒤의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는 길,

혹시나 싶어 살펴본 쥐방울덩굴은 아직 꽃소식을 찾아 볼 수 없다.

 

 

씨앗도 땅으로 돌려보내고

껑충 자란 잎자루에 커다란 잎새로 자라난 제비꽃 하나가 내 눈길을 끈다.

 

태백제비꽃인가 했는데 살펴보니 아무래도 흰털제비꽃 같다.

 

 

 

그리고 씨방을 달고 있는 이 녀석은 졸방제비꽃인가?

 

 

 

요 녀석들은 자주 만나면서도 이름을 명확히 잘 알지 못한다.

 

뱀고사리 같기도 하고...

 

 

 

 

고사리 위에 철퍼덕 격조 없이 앉은 이 녀석은 나방이 아닐까 싶은데

모님께서 잠자리가지나방임을 귀띔해 준다.(야인님께 감사!)

 

 

 

요건 또 무슨 고사리래유...

 

생긴 것은 처녀고사리 비스무리한데 처녀의 청초한 맛이 다소 없고 키도 크고 털도 많아 보이는데

처녀 쪽을 뒤져 보니 큰처녀고사리라는 게 있고, 그와 제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와서 보니 초점이 안 맞아 다음에 다시 담으러 가야 겠다.)

 

 

 

오른던 산에서는 별 새로운 것들을 만나지는 못하고 광릉골무꽃이 피던 골짜기로 가다 

중고생쯤 되는 아이를 곁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는 오 선생님을 만난다.

 


나도 알고 있는 김 선생님이 이곳을 샅샅이 관찰하고 다녔는데

자생지를 알고 알려 주어 오늘 마침 찾았다는 것이다.

 

 

이미 한창 때를 지난 건지 꽃차례의 아래쪽은 이미 꽃이 진 상태다.

 

 

 

 

기념으로 몇 번의 셔터를 누르고 오선생님과 인사한 뒤 발길을 옮긴다.

 

 

이스라지의 열매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한 그루밖에 발견하지 못한 나무를 찾았더니 달려 있는 열매는 딱  둘밖에 없다.

 

숲이 너무 어두워 셔터 소리도 차~ㄹ~칵이다.

 

 

 

공원 숲으로 들어서며 만난 금빛줄사철이 참 매력적이다.

 

 

 

날개달린 신나무 열매도 눈길을 끈다.

 

 

 

독특한 향기로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밤꽃이 한창인가 싶어 고개를 들다가

맞아, 암꽃이 어떻게 생겼나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한다.

 

너무 높은 곳에 꽃차례가 달려 있는 가지를 휘어서

불안한 자세로 겨우 찍은 암꽃이 아래의 모습이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가 만난 원예종 패랭이꽃

 

 

 

그리고 황금달맞이꽃

 

 

 

 

뮛봉우리엔 갈퀴나물꽃이 이제 피기 시작하였다.

 

 

 

산달래의 꽃차례에는 꽃이 환하게 핀 가운데

꽃이 없이 바로 씨앗 구실을 하는 검붉은 구슬눈(珠芽)도 함께 달렸다.

 

 

 

덩굴이 우거진 밀나물은 지금 꽃이 한창 피고 있는데

이 녀석은 암수딴그루라는 걸 알고 살펴보아야 한다.

 

하얀 꽃밥을 달고 있는 이 녀석은 수꽃 그루.

 

 

 

 

가녀린 줄기와 잎에 갈색의 화피, 겨자씨처럼 작은 흰꽃을 단 이 녀석의 정체를 아직도 몰라서 안타깝다.

 

겨이삭 종류일까...

 

 

 

 

이 시기에 이곳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연리초 꽃을 보기 위함인데

오늘도 꽃은커녕 그 흔적을 찾는 데 실패한다.

 

이후에 꽃차례가 올라온다 해도

이곳이 좀더 무성해지면 벌초의 칼날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에휴~

 

 

 

서쪽 언덕에는 이렇게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애기수영도 지금이 한창

 

 

 

꿀풀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참새귀리인지가 언덕에 무성하게 자라 풍성한 이삭을 달았다.

 

 

 

제초제 세례를 이겨내고 무성한 풀꽃들을 기대했던 동쪽 넓은 묏등언덕은

한여름 접어드는데도 꺼멓게 죽은 풀밭에 푸른 풀들이 띄엄띄엄 보일 뿐...

깨끗이 밀어버린 언덕들은 아주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발디딜 틈이 없게 풀밭 가득 환상의 분홍 꽃타래를 준비하던 타래난초는

이 잡듯 샅샅이 뒤졌건만 유감스럽게도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까뒤집혀진 언덕에는 상처 입은 방울비짜루 몇 그루가 겨우 몸을 일으켜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층층이꽃, 용담, 톱풀 등이 무수히 피어나던 곳에는

포크레인 궤도 자국만 선명할 뿐 그 많던 할미꽃도 찾기 어렵다.

 

 

휑한 땅에서 흰꽃 피는 꽃받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흐드러졌던 미나리아재비도 이것만 보인다.

 

  

 

 

포크레인의 삽날을 겨우 피한 밀나물은 붉은 땅 위에서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살펴보니 이 녀석은 암꽃이 핀 암그루이다.

 

 

 

 

볼 것이 별로 없는 땅에서 반 뼘에도 못 미치지 싶은 여우주머니가 열매를 달았는데

여지껏 보기 어려웠던 꽃이 달린 것을 발견하고 렌즈를 댄다.

 

얼마나 작은지 육안으로는 꽃임을 확신할 수 없을 정도...

 

 

 

묏등의 가파른 비탈에서 만난 인동덩굴 꽃을 만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이곳을 떠날까 하다가

묏등 가장자리에서 꽃을 피운 산해박을 만나고 기뻐한다.

 

  

 

 

살갈퀴 열매의 모습을 담는 것으로 오늘의 대모산 산책은 끝났다.

 

 

 

내려오는 길에 찾은 참죽나무,

5월말이면 꽃대를 올리던 나무에는 어찌된 일인지 꽃 흔적을 볼 수 없다.

 

 

올해에는 이곳을 다시는 찾을 이유가 없지 싶다.  

 

최고 권력자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삽질로 파뒤집으려고 하더니

이 작은 풀꽃천국도 포크레인질로 깨뭉개지고 말았다.

 

마음은 아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