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에 피는 꽃이 설중매뿐인 줄 알았더니 설중화(雪中花)도 있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차창으로만 안타까이 바라보았던 설중화, 눈 속에 핀 수선을 그리던 님 만나듯 마주친다. 애월의 해안 산책로에서 화심이 오글오글한 제주도 자생 수선화를 눈맞춤하고, 희끗희끗한 눈발이 날리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의 쓸쓸한 뜰에서 금잔옥대 꽃덤불에 묻힌다. 금잔옥대(金盞玉臺)는 하얀 꽃잎 속에 황금 잔 모양의 화심을 가진 단아한 수선화다. ↓ 제주도 자생 수선화 ↓ 김영갑 갤러리 뜰에 핀 수선화, 금잔옥대(金盞玉臺)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하던 추사가 '청수진간해탈선(淸水眞看解脫仙)'이라 표현했던 꽃,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죽은 저 지중해의 미소년이 동양에 와서는 '물에 사는 신선(水仙)'이 된 것일까.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