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7

청산도 슬로길 (5) 동촌리 돌담길과 정자나무

짧은 순간 차창으로 바라본 청계리의 정자나무들에 대한 인상이 강렬한데 투어 버스는 신흥해수욕장을 향해 청산도에서 가장 넓은 들을 거느린 골짜기를 달려 내려가고 있다. 갑자기 낯선 사람들과 투어를 하게 된 것이 멋적은 한편, 빵빵하게 가동한 에어컨 공기에 심신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해설사는 간척하기 이전에는 바닷물이 지금의 들판 골짜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고 설명한다. 차창으로 내다보니 과연 지금도 바닷물이 들어오는 게 아닐까 싶게 보통 개울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을 이루고 있다. 버스는 신흥해수욕장을 지나 동촌마을로 향한다. 매봉산 동쪽 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마을 이름이 동촌리가 되었다고 한다. 상서리 마을 돌담길을 보고 싶었는데, 해설사는 상서리보다는 동촌마을이 전통 담장의 모습을 더 잘 간직하고 있다..

우리 섬 여행 2010.08.23

청산도 슬로길 (4) 권덕리에서 말탄바위를 지나 범바위까지

권덕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슬로길 제4코스를 나선다. 제4코스는 권덕리에서 범바위까지. 지금까지의 해안으로 난 평탄한 길과 달리 가파르게 오르는 능선길이다. 길은 여전히 청색 화살표가 인도한다. 범바위로 오르는 능선길로 접어들기 전 잠시 권덕리 방향을 돌아본다. 권덕리는 보적산과 범바위로 이어지는 산의 능선에 둘러싸인 외진 마을이다. 멀리 보적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를 넘어오는 도로를 통해 교통이 연결되고 있다. 보적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 끝에 작은 들을 거느리고 있다. 밭에는 참깨꽃이 만발하고 있다. 능선으로 들어서는 길옆에는 여우콩이 무성한 덩굴을 이루고 있는데, 아직 꽃을 피울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예덕나무 수꽃만 본다 했는데, 겨우 암나무 한 그루를 만나고 보니 이미 꽃..

우리 섬 여행 2010.08.22

청산도 슬로길 (3) 읍리 갯돌밭에서 권덕리까지 아름다운 해안절벽길

산과 물이 모두 푸르다 하여 청산도(靑山島)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해안절벽 위 푸른 솔숲 산허릿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길은 줄곧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위로 이어진다. 읍리 갯돌밭까지 슬로길 제2코스인 '연애바탕길'은 끝났다. 갯돌밭 동쪽의 정자에서..

우리 섬 여행 2010.08.22

청산도 슬로길 (2) / 서편제 촬영지, 봄의 왈츠 세트장, 읍리 갯돌밭

슬로길에는 당연히 '서편제' 촬영지와 '봄의 왈츠' 세트장이 포함되었다. 전국 어디서나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는 찾는 사람들로 넘실거리지만, 이곳 청산도의 촬영지는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조망이 특히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서편제'는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판소리라는 전통 음악을 통해 민족의 한의 정서를 가슴저리게 그려낸 임권택의 걸작이다. 천대받는 떠돌이 예술가 소리꾼, 사무친 한의 소리를 위해 여식을 장님으로 만들면서까지 붙잡아 두려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1993년 여름의 극장 안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백 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우고, 대종상 6개부문을 휩쓸며 소리꾼 오정해를 충무로의 스타를 만들었고, 특히 남도의 사계를 담은 영상미로 정일..

우리 섬 여행 2010.08.20

청산도 슬로길 (1) 도청항에서 도락리까지

대청도와 소청도 여행을 하기로 하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인천행 급행전철 속에서 풍랑으로 배가 뜨지 않는다는 갑작스런 연락을 받는다. 어찌하나 막막해 하다가 청산도로 가자고 마음 먹는다. 겨울섬만 보았지 여름 청산도는 본 적이 없지 않느냐. 걷기에 참 좋은 섬인데 한번 느긋하게 걸어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용산으로 되돌아가서 KTX 타고 광주로, 광주에서 완도로... 그렇게 해서 완도항에 도착하니 오후 네 시가 넘었다. 배가 뜰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스럽게 물결은 잔잔한 편이다. 인터넷으로 배편을 검색할 때는 5시 20분이었던 마지막 배가 6시 20분으로 바뀌어 있다. 무료한 시간 청산도 안내 팸플릿을 구해 여행 코스를 구상해본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로 걷기 열풍이 있더니, 청산도에도 슬로..

우리 섬 여행 2010.08.16

청산도 여행 (7) 초분(풀무덤)

해질 녘 지리해수욕장에서 국화리로 넘어가는 도중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길가에서 초분을 만난다. 지난 해에 돌아가신 분의 초분이라는데 처음 만나는 초분에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에 젖으며 우연히 현장에서 만난 이장 님으로부터 초분이라는 장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는다. 초분은 이름 그대로 '풀무덤'이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이나 관을 땅 위에 올려 놓은 뒤 짚이나 풀 등으로 엮은 이엉을 덮어 두는 풀무덤이다. 초분을 하는 이유는 상주가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갑자기 상을 당하거나 죽은 즉시 묻는 게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될 때, 또는 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민간 신앙 등의 이유로 행해졌다. 전염병으로 죽거나 객지에서 죽었을 때, 익사자의 경우 시신의 물을 빼기 위하여, 집안이 가난해서 장지를 구하지 못..

우리 섬 여행 2008.01.12

청산도 여행 (6) 한겨울에 쑥부쟁이 꽃이 환하게 핀 화랑포 해안 언덕

얼핏 바다를 향하는 악어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거북 같기도 한 화랑포곶을 한 바퀴 도는 길은별나게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당리 '서편제' 촬영지와 '봄의 왈츠' 촬영지를 지나 한 바퀴 일주하는 동안 바다와 나란히 달려서 좋고 한적한 길이어서 더욱 유쾌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쉽고도 의아한 것은 당리에서 들어가는 길은 한동안 좁고 호젓한 길인데 갑자기 잘록한 등성이에서 일주도로가 갈라지는 곳부터는 느닷없이 넓은 아스팔트길이 펼쳐지는 것... 아마도 최근에 도로확장 공사를 벌인 것임에 틀림없어 여기저기 확인을 해보니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인된다. 멀리서 보아도 뚜렷한 일주도로 확장 공사 흔적으로 자연 생태와 경관의 훼손이 적잖이 있었던 듯... 호젓한 산책길로 남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데 이 도..

우리 섬 여행 200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