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고흥 거금도, 신창리 명천마을과 용섬

모산재 2012. 8. 29. 08:15

 

녹동항에 들러 저녁에 먹을 소라와 문어 등을 사고 장어탕으로 점심을 먹은 뒤, 2009년에 개통된 소록대교와 작년 연말에 완공된 거금대교를 건너 거금도로 들어섰다.

 

 

거금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 우람하게 솟은 적대봉(594m)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적대봉에는 조선시대에 말을 키워 세납(稅納)했던 30리 길이의 목장성(牧場城)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숨이 막히게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오후, 예약해 둔 거금도 동쪽 바닷가 명천 마을 한옥 민박집에 도착하였다. 민박집 이름은 '비파나무집'.

 

 

 

 

 

 

집 안으로 들어서자 여주인장께서 꼬투리채 삶은 완두콩을 내놓는다. 까 먹는 재미가 좋다. 문인단체에 소속되어 글도 쓰고 환경단체에서 이 지역 대표를 맡아 활동한다는 주인장은 여느 시골 아주머니와 다름없이 소탈하고 유쾌한 분이다.

 

 

너무 뜨거운 날씨여서 동료들은 밖에 나가는 것을 단념한 듯 모두가 방 안에 드러누워 낮잠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보내고 땡볕이 어느 정도 가신 오후 늦은 시간 갯가로 나선다.

 

 

 

방파제에 아늑히 싸여 있는 바다. 방파제 가운데에는 '용섬'이라는 이름의 작은 섬이 자리잡고 있다.

 

 

 

 

 

 

 

 

 

 

기암괴석으로 된 용섬은 꼭대기의 노송을 타고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섬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업 활동을 위해 방파제를 만들면서 육지로 이어졌다.

 

물이 빠지면 방파제 안쪽에서는 바지락과 참게는 물론 청각을 채취할 수 있다 한다.

 

 

 

 

 

 

 

용섬에 올라보면 용이 살았던 흔적인 듯 절벽에는 깊은 골이 패어져 있다.

 

 

 

 

 

 

파도 너울거리는 바다를 따라 작은 새 몇 마리가 날더니 그 중 한 마리가 조심스레 가까운 절벽에 앉는다.

 

 

 

 

 

무슨 새일까... 슴새나 칼새쯤일까 하고 찾아보니 그런 새와는 색깔이 다른데... 알아보니 바다직박구리란다.

 

 

 

 

 

 

용섬에 오르니 명천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햇빛이 강렬한 역광으로 비쳐 눈에 부셔 동쪽 방향으로 비켜서 사진을 담는다.

 

 

 

명천마을이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얽혀 있다. 

 

적대봉에서 흘러내린 계곡이 마을로 흘러드는데 '앞내(前川)'라 불려 왔으나 발음이 '暗내'로 들려 마을에 어두운 일들이 발생한다 하여 1956년 지방 행정구역 개편 때 '暗'자를 '明'자로 고쳐 명천(明川)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작은 어촌이지만 연간 수십 억의 수익을 올리는, 손꼽히는 부자마을이라고 한다. 앞바다에는 미역, 김, 다시마가 많이 나고 미역 가공 공장을 세워 마른 미역을 생산하고 있으며, 4개의 육상 축양장에서 넙치와 전복을 양식한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지엉 정보화마을로 지정되어 있고 녹색농촌체험마을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 안쪽에는 신평마을이, 바닷가 쪽에는 명천마을이 있는데 두 마을이 신평리를 이루고 있다.

 

 

 

이곳 명천마을과 용섬은 1960년 '바위고개'라는 영화가 촬영된 곳이라 한다.

 

 

 

 

 

 

'바위고개'가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인용할 수 있는 정보 자료가 별로 없다. '거금도닷컴'(참조: http://ggdo.com/zxe/78117)에 실려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소개해 보기로 하자.

 

 

1960년에 조정호 감독에 의해 제작된 영화로 김승호, 조미령, 김동원, 이수련 등이 배우로 소개되고 있다. 국제극장에서 개봉하였다고 하는데, 당시의 것으로 보이는 영화 포스터 두 개가 검색된다.

 

 

                  

       

 

이 영화에는 안성기가 아역으로 출연하였다고 한다.

 

 

 

포스터에 적힌 글귀나 영화 줄거리로 보면 영화의 모티프는 1932년 일본 동양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이흥렬이 작사 작곡한 '바위고개'라는 가곡에서 취한 듯하다.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임이 그리워 눈물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임

그리워 그리워 눈물납니다.

 

 

영화의 장면들

 

       

 

 

 

멜로물인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해의 작은 마을에 바위고개라는 언덕이 있다. 서울에서 휴학하고 내려온 인제(이수련)는 국민학교 여선생인 현주(조미령)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인제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자 현주는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데 바위고개에서 우편배달부 상호(김동원)을 만나 위로를 받는다. 상호는 20년 전 현주의 어머니와 애절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외로이 살아가는 현주의 아버지였다. 상호는 자신의 존재가 결혼을 앞둔 딸에게 흠이 될까봐 아버지라고 나서지 못한다. 딸 현주는 인제와 결혼하고 그들이 바위고개 언덕에 있는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온다.

 

 

 

 

바위 위에는 갯까치수영 꽃이 피었다 지며 열매를 맺고 있다.

 

 

 

 

 

 

그리고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천문동을 만난다.

 

 

 

 

 

 

용섬의 절벽 끝에 자라는 어린 예덕나무

 

 

 

 

 

 

용신제를 지낸다고 하는 봉우리

 

소나무 한 그루는 재작년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말라 죽은 것이라 한다.

 

 

 

 

 

 

용섬 전경

 

 

 

 

 

 

 

 

 

동료들이 선착장에서 낚시를 즐기는 동안 나는 동네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해안을 따라서 띠를 두르고 있는 작은 숲에는 '성천림(城川林)'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이 숲에는 이팝나무 수십 그루를 주수종으로 하고 느티나무를 기타 수종으로, 그리고 쐐기풀과 담쟁이, 수국 등을 보호종으로 지정해 놓았다.

 

이팝나무들이 꽃을 피울 때는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마을 숲길

 

 

 

 

 

 

 

석양에 빛나는 용섬

  

 

 

 

 

한옥 민박집들

 

 

 

 

 

'앞내'로 불렸던 개울가에 꽃을 피운 왕모시풀

 

 

 

 

 

명천 마을 입구

 

 

 

 

 

해는 지고 민박집 추녀 너머, 붉은노을 지는 저녁 하늘에 반달이 빛난다.

 

 

 

 

 

 

 

 

※ 거금도와 신평리 명천마을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