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와 물새

까마귀(Corvus corone orientalis), 까마귀 이야기

모산재 2012. 7. 30. 23:59

 

태백산 정상에서 만난 까마귀.

우리 나라 전역에 걸쳐 흔한 텃새였지만 까만 색에다 무리를 지어다니며 "가악 까악~" 울어대는 소리마저 불길하게 여겨져 백의민족으로 일컬어진 우리에겐 전통적으로 흉조로 인식되어 왔던 새다. 하지만 까마귀가 귀해진 탓일까. 산행 중에 까마귀를 만나면 반갑기조차 하다. 나만 그런가...?

 

 

 

 

 

 

 

 

 

 

 

 

 

 

 

● 까마귀 Corvus corone orientalis | carrion crow 참새목 까마귀과의 새

몸길이 50cm, 날개길이 32∼38cm이다. 수컷의 겨울깃은 온몸이 검고 보랏빛 광택이 난다. 이마의 깃털은 비늘모양이며 목과 가슴의 깃털은 버들잎 모양이다. 여름깃은 봄에 털갈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광택을 잃고 갈색을 띤다. 암컷의 빛깔은 수컷과 같으나 크기는 약간 작다. 부리도 검은색이며 부리 가운데까지 부리털이 나 있다.

평지에서 깊은 산에 이르기까지 도처의 숲에서 번식한다. 번식기에는 1∼2쌍씩 작은 무리를 지어 지내고 번식을 끝낸 뒤에는 큰 무리를 지어 남쪽으로 내려가 겨울을 난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 마른가지를 모아 지름 약 30cm의 둥지를 튼다. 번식기인 2∼3월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고 옛 둥지를 다시 수리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둥지는 점점 커진다. 번식이 끝나면 제각기 무리를 지어 휴식처와 텃세권을 정하고 아침 저녁으로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알을 낳는 시기는 3월 하순∼6월 하순이고, 1년에 한 차례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를 날라다 먹인다. 알을 품는 기간은 19~20일이고 새끼는 부화한 지 30∼35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어린새는 둥지를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어미새와 함께 지낸다. 잡식성이지만, 번식기에는 주로 동물성 먹이를 많이 먹는다.

 

 

 

 

 

 

 

까마귀는 리더가 없이 무리를 짓고 다니는데 그래서 '오합지졸(烏合之卒)'로 불리기도 하였다. 한편 까마귀는 새끼가 자라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새라 하여 '반포조(反哺鳥)' 또는 효조(孝鳥)라 불리며 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부여와 고구려에서 까마귀는 태양의 정기가 뭉쳐서 생긴 신비한 삼족오(三足烏;세 발 달린 까마귀)로 받들어지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까마귀가 예언을 한다고 믿고 있는데, <삼국유사>에는 신라 소지왕 때(488년) 까마귀가 왕을 인도하여 궁주(宮主)와 중이 간통하고 있는 것을 찾아내 처단한 이야기를 전하며 정월 대보름의 '까마귀날'과 '까마귀밥'의 관습이 생긴 유래를 밝히고 있다.

 

또 제주도 신화 '차사본풀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赤牌旨)를 강림이 까마귀를 시켜 인간 세계에 전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마을에 이르러 이것을 잃어버린 까마귀가 자기 멋대로 외쳐댔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의 죽는 순서가 뒤바뀌어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죽어갔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는 검은 까마귀는 불길한 새로 여기지만, 붉은색이나 금색으로 그린 까마귀는 '태양'과 '효도'를 뜻한다. 유럽에서도 까마귀는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저지르게 하는 악마의 새로 인식되는 등 일반적으로 불길한 새로 여겨졌다. 아랍인은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 부르며 오른쪽으로 나는 것을 길조(吉鳥), 왼쪽으로 나는 것을 흉조(凶鳥)로 믿었다

 

반면 북유럽 신화에서 까마귀는 최고신 오딘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한다. 또한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까마귀가 신화적 존재로 여겨졌다. 시베리아의 투크치족·코랴크족과 북아메리카의 북서 태평양 연안 아메리카인디언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는 창세신(創世神)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창세신화의 주역으로 삼는다.

 

 

 

 

 

※ 까마귀를 노래한 시조, 까마귀를 대하는 세 가지 시각

 

 

 1.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시조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고칠 줄이 있으랴.

- 박팽년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 마라

성낸 가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청강(淸江)에 됴히 씨슨 몸을 더러일가 하노라.

- 정몽주 어머니

 

 

 2. 긍정적 시각이 반영된 시조

 

뉘라셔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온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 박효관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것치 거믄들 속조차 거믈소냐.

아마도 것 희고 속 검을손 너뿐인가 하노라.

- 이직(李稷)

 

 

 3. 중립적 시각이 반영된 시조

 

가마귀 검다 말고 해오라기 희다 마라

검은들 모자라며 희다고 남을쏘냐

일없는 사람들은 올타글타 하더라.

- 한용운, 선경(禪境)

 

가마귀 거므나다나 해오리 희나다나

황새 다리 기나다나 올히 다리 져르나다나

세상(世上) 흑백장단(黑白長短)은 나는 몰나 하노라

- 작자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