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의 철 늦은 등꽃, 범꼬리, 딱지꽃, 털이슬 전초, 가시꽈리, 바위채송화

모산재 2008. 7. 23. 23:40

세월이 잘도 흐른다.

 

하지도 지나고 며칠만 지나면 소서(小暑),

그래서인지 날씨는 후텁지근하기만한데 몇 걸음만 걸어도 등줄기엔 땀이 흥건히 흐른다.

 

 

오늘은 목요일,

평일인데도 직업상 가질 수 있는 반휴일 기간이라 기꺼이 등산을 하기로 한다.

 

 

 

신기하게도 등산로 옆 가게 울타리에  등꽃이 환하게 피었다.

못해도 두 달은 늦게 무성한 잎을 거느리고 새삼스런 감흥을 느끼게 한다. 

 

 

 

 

 

나도잠자리난초가 그 새 피었을까 싶어 찾았더니

꽃대가 쏘옥 쏙 올랐지만 아직 꽃은 피지를 않았다.

 

아마도 한 주일쯤 있으면 환하게 피지 싶게 꽃맹아리가 부피를 가졌다.

 

 

 

 

습한 평지에는 골풀과로 보이는 풀이 가득한데,

이름을 확신할 수 없어 우선 사진만 올려 놓는다.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풀골이라고도 불리는 길골풀이라는 판단이 든다.)

 

 

 

 

 

백당나무는 조랑조랑 열매를 달았다.

 

 

 

 

산중턱 자그마한 텃밭에 흰 꽃이 보이길래

직감적으로 고수나물! 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살펴본다.

 

과연 샹차이(香菜)!

실크로드를 처음 여행할 때 기겁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었던

그 독특한 향기를 가진 향신채...

 

 

 

 

 

어느 새 하얀 꽃 범꼬리가

숲을 배경으로 늘어서 한 풍경을 이루었다.

 

 

 

 

그리고 성길을 올라서니

딱지꽃도 금빛 환하게 한 세상을 밝히고 있다.

 

 

 

 

이 풀은 뭘까.

어디서 많이 본 듯도 한데 뭔가 또렷이 떠오르지 않고...

 

그러다가 파리풀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는데, 파리풀에 비해서는 잎이 너무 좁은 것이 걸리지 않는가.

좀더 관찰해 보고 답을 달 수밖에... (알고보니 털이슬이다)

 

 

 

 

등산로 옆에서 사람들의 발길에 시달리며

그 발길들이 일으키는 먼지에 천식을 앓으며

가시꽈리가 줄기 군데군데 몇 송이 꽃을 피웠다.

 

 

 

 

큰까치수영도 흐드러지게 피었고 

흰나비들이 너울거리며 꿀을 빨기에 여념이 없다.

 

 

 

 

이미 붉은 열매를 단 딱총나무가

한쪽에서는 새로 흰 꽃을 피우고 있다.

 

 

 

 

이건 대만흰나비로 보면 될까...

 

 

 

 

언제 꽃이 피려나 싶었는데,  

그늘진 성벽 바위틈을 따라 뿌리를 내린 바위채송화들이 

어느 새 꽃철을 넘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고삼의 전초 모습을 한번 담아 보았다.

 

느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어찌하여 도둑놈의지팡이라는 해학적인 이름까지 얻게 된 것인지는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좁쌀보다 작은 갈퀴의 열매를 담아 본다.

 

그냥 네잎갈퀴일까 싶으면서도

열매 표면에 작은 돌기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 어쩌면 산갈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큰까치수영, 잎자루 밑부분에 붉은 무늬로 그냥 까치수영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건 잎 모양이 기생오래비처럼 날렵한 것이

그냥 질경이는 아닌 듯하다.

 

잎자루부분에 흰털이 가득하고

5개의 잎맥이 뚜렷한 걸로 보아 털질경이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단한 열매가 촘촘히 달렸다.

 

 

 

 

따가운 볕살을 마음껏 받은

우산잔디 꽃이 마구마구 피어나고 있다.

 

 

 

 

 

동해안 바닷가를 따라 자생한다는 우산잔디가

어찌하여 이 높은 산성의 능선에까지 와서 꽃을 피우게 됐을까...

 

어쩌면 이곳 옹성 복원 공사하면서 실어온 흙이

다른 지역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