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7

넉넉한 어머니의 품, 아름다운 황매산의 가을

모산재 정상에서 바라보는 황매산은 두 팔로 감싸듯 넉넉한 품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황매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꼭 십 리, 그러니까 4km입니다. 능선길을 따라 사방으로 보이는 가깝고 먼 산들을 바라보는 것도 시원스럽고 온갖 풀꽃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납니다. 중학교 시절 영암사지에서 소풍을 마치고 돌아갈 때 이곳까지 단숨에 오른 후 눈부신 억새와 단풍 속으로 능선길을 걸었던 일들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히 떠오릅니다. 사방으로 보이는 산들, 천황재와 허굴산, 악견산과 금성산의 울툴불퉁한 근골들을 바라보면 '정기'란 말의 뜻이 절로 실감됩니다. 이 모든 바위 산들을 하나로 품어주는 듯한 산이 바로 황매산인데, 황매산은 이곳 사람들의 심장 속에 펄떡이는 정신의 근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황매산 정기..

황매산 모산재, 황금들판과 기암절벽이 어울린 환상의 절경

아름다운 영암사지를 벅찬 감동으로 돌아보고 나서 모산재로 오릅니다. 새로 개척된 등산로는 절 입구의 길을 잠시 되나와야 하지만, 서금당지 뒤편으로 난 오솔길로 바로 접어듭니다. 예전에 갔던 길을 더듬어 간 것인데, 한참 오르니 길이 자꾸만 끊기고 사라집니다. 그냥 편안한 능선길로 갔어야 했나... 급경사를 이룬 골짜기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을 더듬어 오르니, 예전 흔들바위로 오르던 길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몇 번씩 길을 멈추고 땀을 씻으며 줄곧 골짜기를 거슬러오르며 마침내 모산재 암릉 위로 오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모두 탄성을 지릅니다. 모산재 바위절벽과 황금들판이 빚어내는 환상의 조화! 이렇게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 미처 몰랐습니다. 과연 합천팔경의 하나로 손색..

아름다운 황매산, 천혜의 황매평전에 인공 수목원이라니...

지리산에서 구룡계곡을 돌아본 뒤에 애타게 황매산을 보고 싶어하는 조 선생의 뜻에 따라 합천으로 향한다. 한여름의 산이 생각만큼 매력을 보여 줄 수 있을까 괜히 마음이 쓰이는데, 산청 차황을 지나 멀리 우뚝 솟은 황매산이 나타나고 그 품 아래 다랑이논 속에 그림처럼 앉은 신촌과 만암마을을 건너다 보면서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고향을 다녀오는 귀경길에 내 고향 반대편인 이곳을 호기심으로 몇 번 지나갔을 뿐이지만, 내 눈에도 이곳의 풍광은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보기 힘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외할머니의 친정이자 어머니의 외가가 있는 마을이어서 더욱 정감이 가는데, 황매산의 남서쪽 천황재를 넘어서야 갈 수 있는 이 마을을 이곳 사람들은 '마느물'이라고 불렀다. 이삼십 년 전만 하여도 오지 중에서..

황매산의 억새, 용담, 꽃향유, 조밥나물, 쓴풀, 자주쓴풀, 빗살서덜취, 물매화

추석날, 늦은 오후 바람을 쐴 겸 동생과 조카와 함께 황매산을 찾는다. 중학교 시절 영암사에 가을소풍을 갔다 모산재를 거쳐 삼봉에 올랐던 일이 아직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산... 특히 삼봉의 바위절벽에 불 붙듯 붉게 물든 단풍을 처음 보았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풀꽃나무 일기 2009.10.31

구름안개 속에 잠긴 황매산에 오르다

추석에 찾은 내 고향 황매산 2007. 09. 24 황매산 전경 추석을 이틀 앞두고 동생네 가족과 함께 합천 산골 고향집을 찾는다. 장마처럼 내리던 비가 연휴에는 그칠 것이라더니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덕유산에 가까워지니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어둠이 내리고도 한참 지난 시간이 되어서야 도착한 고향집, 한달 만에 찾아뵙는 늙으신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은, 늘 그러했듯이, 십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만난 것처럼 낯설고 가슴을 휑하게 한다. 자식과 함께 하기 위해 기다린 부모님과 늦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본다. 아버지가 건강하셨다면 부모 자식 함께 막걸리잔이라도 나누었을 텐데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는 것도 참 멋적다. 그러구러 밤은 깊어져 잠이 드는데 동생네는 작은방에서 나는 부모님과 함께 큰방에서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