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6

다랑쉬굴, 4.3 비극의 현장을 찾다

다랑쉬오름을 내려와서 바로 다랑쉬굴을 찾아 나선다. 다랑쉬굴을 가려면 먼저 사라져 버린 다랑쉬 마을 입구를 지나야 한다. 다랑쉬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 표석이 예전 그대로 서 있는데 4.3의 비극적 증인인 듯 묵묵히 지키고 서 있던 아름드리 팽나무는 무슨 일인지 고사하여 가지는 풍화되어 사라지고 버섯들이 다닥다닥 붙은 몸통만 남아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근육질을 자랑하며 튼튼하게 자라던 나무가 저렇게 갑자기 고사목으로 변해 있다니! 그 날의 비극을 증언해 줄 마을의 상징이 사라진 듯 참으로 믿을 수 없고 안타깝기만 하다. 다랑쉬오름을 눈 앞에 둔 다랑쉬 마을에는 20여 가구의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다. 1948년 제주 땅을 피로 물들였던 4·3사건이 터지고 중산간마을..

제주도 여행 2016.12.25

따라비오름, 세 개의 굼부리를 가진 오름의 여왕

환상의 억새밭길을 따라 드디어 따라비오름에 도착하였다. 억새와 가시덩굴이 엉켜 있는 덤불을 헤치고 오르는 오름의 모습은 여느 오름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 거대한 화륜과 굼부리로 되어 있는 단순한 모습이 아니라 봉우리가 여럿 보인다. 바로 따라비오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3개의 굼부리와 6개의 봉우리가 어울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뒤돌아본 풍경. 새끼오름 오른쪽으로 펼쳐진 억새밭 갑마장길, 모지오름으로 이어진다. 울을 이룬 쑥대낭(삼나무) 바깥 지대는 모두 억새밭. 오른쪽 모지오름에서부터 우리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따라비오름 굼부리 다랑쉬오름을 '오름의 여왕'으로 알고 있었는데, 따라비오름도 '오름의 여왕'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세 개의 굼부리로..

제주도 여행 2014.03.16

제주도 (3) 표선 해변에서 본 한라산 일몰, 표선 야경

표선의 드넓은 백사장 너머 또렷한 실루엣을 드러낸 한라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횟집 아주머니는 이렇게 한라산이 또렷이 보이는 아름다운 일몰을 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백사장엔 밀물이 들고 있다. 표선해변의 드넓은 백사장을 안고 서쪽에 자리잡은 당케포구는 제주올레 제3코스의 종착지이자 제4코스의 출발점이다. 무엇이 감사하다고 '당케'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독특한 명칭에 설마 독일과 관련이 있을까 싶은데 그건 아니다. 당케포구는 설문대할망의 전설이 깃든 이름이다. 제주 앞바다에 서서 치마폭으로 한라산을 건설한 설문대할망, 폭풍우가 몰아쳐 피해가 극심하던 이곳에 포구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이곳에 설문대할망을 모신 '할망당'이라는 당집을 세웠고, 그래서 '당포' 또는 '당개'라 불리던 이 포구는 '당케..

제주도 여행 2012.04.04

제주 4.3의 슬픈 증언 (10)

다음 글은 제주 4.3의 아픈 진실을 알리기 위하여 굴렁쇠 님의 글 http://blog.ohmynews.com/rufdml/140616을 퍼온 것입니다. 1~9회분은 '한국 근현대사 자료' 카테고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잃어버린 마을, 제주 화북 곤을마을 전경. 별도봉 산자락 바닷가에 70여 가호가 모여살던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지척에 두고도 찾아갈 수 없었다. 이별오름 별도봉을 걸어다녔던 수많은 시간동안 먼발치서 내려다보면서 얼마나 가슴만 쓸어내렸던가. 제주 4.3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화산섬 검붉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진 마을. 저 살육과 폐허의 현장 속으로 피울음만 남기고 58년 전의 시간에서 그대로 멈춘 제주 화북 곤을마을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텅빈 수레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대량살육..

제주 4.3의 슬픈 증언 (9)

아래 글은 제주 4,3의 이픈 진실을 알리기 위해 굴렁쇠님의 글 http://blog.ohmynews.com/rufdml/136538을 퍼온 것입니다. '한국근현대사 자료' 카테고리에서 1회에서부터 8회까지 퍼온 글을 볼 수 있습니다. ▲ 조천 선흘마을 주민들이 은신했다가 집단총살 당했던 목시물굴. 여긴 내 집이 아니라네 내가 거처할 곳이 아니라네 잠시 살러온 것 뿐이라네 저기,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두 참 남짓 멀지 않은 곳이라네 굴에서의 삶은 입에 곡기가 없었다네 굴 속에서 끌려나온 나의 몸이 총탄을 실컷 먹었다네 그건 나의 집의 밥이 아니었다네 그 위에다 휘발유, 내 몸 위에 불이 얹어졌다네 그건 나의 집의 온돌이 아니었다네 그 위에 나의 시신 위에 살아남은 자들이 흙을 덧씌워줬다네 그건 나의 집..

4.3의 비극을 지켜본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동굴

2월 중순에 찾았던 제주도를 3월에 다시 찾았다. 그 때처럼 제주도로 학교를 옮긴 이 선생님 격려 방문이라는 명목인데, 일행은 15년 전 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7명의 사내들이다. 금요일 저녁 제주항공으로 제주도에 도착하니 어둠이 깃들고 있다. 이 선생님 커플이 마중나와 있다. 지난번에 먹었던 노형사거리에 있는 횟집 '우리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두 분이 보금자리를 마련한 하귀로 향한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펜션이다. 느지막한 나이에 인연을 맺은 이분들이 서로 "자기야~!" 하고 부르는 소리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행복해 하는 모습에 모두들 즐거워한다. 격려 방문이라 했지만, 모처럼 내려온 제주도에서 '격려'보다는 '여행'이 더 큰 목적이 될 수밖에 없잖은가. 이튿날 아침, 이 선생님은..

제주도 여행 20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