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금산발 전주행 버스를 타고 대둔산을 찾았다가 짙은 안개비에 덮여 모습을 보이지 않는 대둔산 앞에서 발길을 돌린다. 그냥 서울로 돌아오기도 민망한 상황, 바닷바람이나 쐬자 싶어 전주에서 격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찾은 격포, 변산국립공원도 두터운 안개 속에 묻혀 있었다. 1989년 겨울, 청춘남녀들과 처음 찾았던 채석강 입구의 해변 백사장은 그 모습 그대로... 짙은 해무 속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어깨를 겯고 즉흥 노랫말로 진도아리랑을 밤새 불렀던 그 옛날의 백사장에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한 구절, "나에게 무진은 2박 3일로 족한 것이다."란 말이 떠오른다. 돈 많은 아내를 얻어 출세가도를 달리는 주인공, 고향 무진에서 안개 자욱한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