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4

자욱한 안개 속 채석강 산책하기

주말, 금산발 전주행 버스를 타고 대둔산을 찾았다가 짙은 안개비에 덮여 모습을 보이지 않는 대둔산 앞에서 발길을 돌린다. 그냥 서울로 돌아오기도 민망한 상황, 바닷바람이나 쐬자 싶어 전주에서 격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찾은 격포, 변산국립공원도 두터운 안개 속에 묻혀 있었다. 1989년 겨울, 청춘남녀들과 처음 찾았던 채석강 입구의 해변 백사장은 그 모습 그대로... 짙은 해무 속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어깨를 겯고 즉흥 노랫말로 진도아리랑을 밤새 불렀던 그 옛날의 백사장에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한 구절, "나에게 무진은 2박 3일로 족한 것이다."란 말이 떠오른다. 돈 많은 아내를 얻어 출세가도를 달리는 주인공, 고향 무진에서 안개 자욱한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변산 여행 (2) : 내소사가 좋은 두 가지 이유

내소사가 왜 좋다는 거지 2007. 02. 25 내소사가 좋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느 절이 좋데, 라고 물으면 내 주변 사람들 상당수가 내소사를 꼽는다. 뭐가 좋은데, 라고 물으면 전나무 숲길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더러는 유홍준씨의 영향인지 대웅전과 꽃창살문을 대기도 하지만.) 전나무 숲길, 아름답다. 월정사의 숲길처럼... 그런데 나는 좀 독특하다. 내소사가 좋은 첫번째 이유는 관음봉 기슭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아서이다. 그래서 나는 낮에 내소사를 정문으로 드는 법이 없다. 이곳을 찾은 둘쨋날 아침이면 언제나 먼저 직소폭포 가는 호젓한 길을 걷고, 그리고 관음봉 허릿길을 지나 내소사로 내려가는 것이다. 내소사 뒤 능가산 봉우리 관음봉을 향해 땀을 살짝 흘리며 올라와 내리막길로 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