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곤충

땅강아지(Gryllotalpa africana | mole cricket) 이야기

모산재 2010. 7. 15. 22:21

 

6월 초 굴업도 큰말해수욕장에 저녁바람 쐬다가 돌아오는 어둑어둑한 길에서 만난 땅강아지, 인기척에 혼비백산 도망가는 녀석을 제지하려고 발로 땅을 쿵쿵 울리자 꼼짝하지 않고 죽은 체하고 있다.

 

아득한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에 보고는 처음으로 만나는 땅강아지가 신기해 겁 먹은 녀석을 한참 얼러본다. 이맘때쯤 보리베기를 마친 빈 논을 모내기를 위해 고 아버지가 소를 앞세우고 쟁기질을 하면 뒤집어지는 흙무더기에서 소스라치게 놀라 허둥대며 나와 쏜살같이 도망치던 땅강아지...

 

이 녀석이 이렇게 생겼던가. 머리통은 어지보면 새우나 가재를 닮은 듯도 한데 날개가 있으니 곤충임을 인식한다. 메뚜기목이라는데 두더지처럼 땅 파기를 좋아해서인지 옹골차게 생겼고 앞다리가 아주 튼튼해 보인다. 

 

 

문득 김창완이 부른 '땅강아지'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얘들아 놀자
땅거미 질때까지 땅강아지가 되자
엄마가 이 골목 저 골목 이름부를 때까지
아빠가 자전거 타고 찾으러 다닐 때까지
우리는 눈이 빨게서 노는거야

얘들아 놀자
꽃이 피는 동산에 꽃놀이를 가보자
무지개 뜨며는 무지개를 잡으러 가야지
올챙이 놀며는 올챙이 구경하러 가야지
우리는 가고픈 곳을 가는거야

얘들아 놀자
참외가 노래지면 참외서리를 가자
원두막 아저씨 낮잠 주무실 때를 기다려
어린건 놔두고 머리통만한 걸 하나 따지
우리는 하고 싶은걸 하는 거야

얘들아 놀자
흰눈이 내리면 눈밭에를 가보자
산과들 하얗게 꿈속처럼 변해 버리고
마음도 하얗게 거짓말은 모두 사라지고
우리는 하얀 사람이 되는거야

 

(땅강아지 / 김창완)

 

 

 

 

 

 

땅강아지(Gryllotalpidae)는 메뚜기목 땅강아지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메뚜기목 중 땅속을 파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각지에 분포하고 있으며, 그 중 열대·온대 지방에 많은 종이 살고 있다.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종은 Gryllotalpa africana라고 한다.

 

성충은 30mm ~ 50mm 정도의 크기이다. 몸은 다갈색이며 노란빛갈의 잔털이 나있다. 머리와 앞가슴 부위는 계란형으로 뒷가슴 부와 복부는 앞가슴 부위보다 폭이 좁다. 몸끝 부분에는 긴 꼬리가 2개 나있다. 성충에는 날개가 있으며, 길이는 종류와 개체에 따라 다르다. 대개 앞날개가 짧고, 뒷날개가 길다. 수컷은 귀뚜라미와 같이 앞날개의 날개 맥이 복잡한 발성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암컷의 경우 날개의 맥이 단순해 수컷에 비해 발성이 적게 될 수밖에 없다.

 

 

 

 

 

 

초원과  논밭에 서식하며, 땅을 파 땅속에서 생활한다. 건조하고 딱딱한 지면보다는 습기가 있는  진흙이나 습지가 서식처로 더 좋다. 성충과 유충 모두 잡식성으로 식물의  뿌리나 씨앗, 작은 곤충과  지렁이 등을 먹고 자란다.

 

산란은 보금자리의 구멍 깊숙한 곳, 진흙으로 만든 고치와 같은 곳에 하며, 산란 후 밀폐해 주변을 지킨다. 유충은 날개가 없을 뿐 성충과 생김새가 같다. 얼마간 집단생활 후 어미 곁을 떠나 생활한다.

 

천적으로는 조류, 개구리. 족제비, 너구리, 두더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