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덕적도 비조봉 능선을 타며 만난 풀꽃나무들

모산재 2009. 5. 22. 23:39


덕적도 비조봉 능선을 타며 만난  풀꽃나무들


2009. 05. 03. 일

 

 

 

어제 오후 비바람 안기며 찌푸린 얼굴로 인상 쓰던 날씨가

자고 일어난 아침에는 여봐란 듯이 화창한 웃음을 날리고 있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마음 바뀌고 표정 변하는 것은 똑 같은 것이

그래서 또 살아가는 맛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른다.

 

 

오전에는 비조봉 오르리라 하고 어제 들렀던 바닷가로 나서니

바닷물이 차가운 탓인지 자욱하게 일어난 안개가 해안을 덮고 있다.

 

다시 통보리사초 풍경을 몇 컷 담고선 비조봉 등산로 입구를 향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산불 감시원이 지키고 서서 서명을 요구한다.

 

얼마 전 비조봉 허리에서 산불이 크게 났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 제비꽃은 무엇일까,

털제비로 보기도 뭣한데 혹시 내게는 낯선 왜제비일까.

 

 

 

 

가침박달나무임에 틀림없어 보이는 녀석을 이곳에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자생지에서는 처음 보는 것인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쬐매' 유감...

 

 

 

요 녀석을 처음 보고선 무슨 취 종류로 생각했는데

뒤늦게서야 솜나물이라는 걸 왜 몰랐던고... 내 둔한 머리를 한 대 쥐어 박는다.

(그런데 아직은 마땅히 보여야 할 꽃대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곳에서도 낚시제비꽃을 만나

빗방울 말린 뽀송뽀송한 모습 담아 본다.

 

 

 

줄딸기 진한 꽃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만...

(쩝, 색이 문제야...)

 

 

 

붉은 빛이 감도는 분꽃나무 꽃

 

 

 

하늘이 가까워지고 서포리 해안이 내려다 보이는

능선 가까이 가가서자 까맣게 불에 탄 지대가 나타난다.

 

불탄 자리에는 진달래들을 잔뜩 심었지만

흉한 모습은 어쩔 수 없다.

 

건조한 봄 산에 드는 사람들의 무심함이

수십 년 세월이 만든 숲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것...

 

 


정상에 가까워지며 바위 능선지대가 나타나고

제철인 멱쇠채 노란 꽃들이 등산로 곳곳에서 반긴다.

 

꼬불꼬불 틀어진 미역(=멱) 같은 잎들이 인상적이다.

 

  

 

 

무엇이길래 이렇게 털이 많을까,

들여다 보고 궁리해 보니 아무래도 조뱅이가 아닐까 싶다.

 

산의 능선에서 지속적으로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아야 하니

저렇게 털이 무성해진 게 아닌가 싶다.

 

 

 

산의 밑에선 꽃이 보이지 않았는데

능선의 그늘에선 남산제비꽃이 꽃을 피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어진 암릉을 너머

멀리 비조봉 정상과 그 위에 세워진 비조정이 보인다.

 

 

 

풀솜대 줄기의 털이 저리 억세고 희었던가...

 

 

 

짧은 꽃자루에 달린 둥굴레 꽃이 유난히 크고 통통한데

낑낑대며 꽃잎 속을 들여다 본다.

 

 

 

골짜기의 둥굴레는 꽃자루가 죽대를 연상할 만큼 길던데 종류가 다른 것일까...

 

 


드디어 도착한 비조봉 정상(292m), 그리고 비조정(飛鳥亭).

 

새들이 날아다녀야 걸맞을 듯한 이름인데 새들은 보이지 않고 

바다 건너에서 날아온 외국인들만 득실거린다.

 

 

 

관광코스로 많이 알려진 모양인지 (시설들은 불편한데도...) 

희한하게도 덕적도에서는 외국인들을 참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솰라솰라 떠들어 대는 그들의 영어를 제대로 못 알아 들으며

말이나 몇 마디 건넬까 하다 번거로움이 앞서 그만두고선

언제나 우수한 영어 성적을 얻었던 내가 얼마나 웃기나 싶다. 

 

 

 

비조봉에서 멀리 선착장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밧지름 해수욕장인가 했는데 덕적면사무소가 있는 진리인 듯하다.

 

남쪽 서포리해안은 짙은 바다안개(해무)로 바다 풍경은 전혀 볼 수 없고

이렇게 동쪽 해안 쪽으로는 그래도 시야가 제법 훤히 트였다.

 

이쪽 바닷물이 기온과 비슷하게 훨씬 따스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야광나무로 보이는 나무가

해풍을 피하려는 건지 아예 드러누운 자세로 꽃을 피웠다.

 

 

 

뒤돌아본 비조정,

솰라솰라들이 서투르게 뒤따라 봉우리를 내려서고 있다.

 

 

 

꽃잎이 뾰족한 개별꽃이 꽃잎조차 넉 장만 달고 있는데,

이곳에선 이런 모습이 가끔씩 눈에 띈다.

 

 

 

지장보살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풀솜대가

벌써 꽃을 활짝 피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키자람을 보아선 그냥 애기나리 같은데

꽃이 여럿이 달린 것이 큰애기나리가 아닐까 싶은 녀석을 만난다.

 

육지에서 격리된 섬인 이곳에서 만나는 풀들은

육지의 것들과는 인상이 어딘지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같은 곳에서 발견한 아래 두 난초류는 뭘로 보아야 할까..,

 


큰 잎이 여럿인 이것은 갈매기난초로 보이는데,



국립수목원 식물도감에 따르면 갈매기난초는 제주도에 분포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게 갈매기난초 맞다면 자생지는 넓어지게 된다.

 


큰 잎이 2개인 이것은 제비난초이지 싶다.


 

 

잘 보이지 않던 알록제비꽃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잎의 무늬도 꽃색도 육지 것에 비해 선명하다.

 

 

 

윤판나물도 만나게 되니 반갑다.

 

산행길 내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이 한 곳에서 무더기 버전으로 출연한다.

 

 

 

초점이 벗어나 버린 것도 모르고 담은 용둥굴레,

 

  

억지로 자빠뜨리고 포 속의 꽃을 들여다봤더니

아직 미성숙한 것인지 꽃망울이 그야말로 퉁둥굴레 수준도 못 되게 작다.

 

 

 

이렇게 늘씬하게 자라는 녀석이 큰애기나리인데,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모습이다 싶어 지나치려 하다 살피니

이렇게 줄기 끝 잎사귀에 뭍혀 조심스레 꽃을 피우고 있다.

 

 

 

덕적도 식생 증거 자료로도 삼을 겸 구색 맞추기도 할 겸

졸방제비꽃도 딱 한번 담아 주기로 한다.

 

 

 

어제에 이어 병아리꽃나무를 여기서도 만나니

이곳이 자생지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나중 이곳에서 많이 떨어진 서해의 다른 섬에서도 만났으니,

서해 섬들에는 병아리꽃나무가 더러 자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큰천남성은 잎이 둘에 작은잎이 세 개 달린다고 하는데,

이 녀석은 잎은 둘이지만 작은 잎이 다섯이니 뭘로 보아야 하나...

 

 

 

숲그늘에 핀 줄딸기 꽃이 아름답지 않은가.

 

 

 

가는잎그늘사초는 벌써 열매를 달았다.

 

 

 

솔이끼의 포자낭이 꼭대기의 포자는 날려 버리고

주머니만 남아 나란히 선 모습이 볼 만하다.

 

 

 

서양민들레의 등쌀에

외진 곳으로 가야 만날 수 있는 토종 흰민들레.

 

 

 


점심 때가 훌쩍 지나서 산을 내려 온다.

 


서포리 주변에서는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선착장으로 가 주변 식당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다.


 

연휴가 이어진 탓인지 도착한 배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내리고 타는 유람객들 속에는 무리를 지은 외국인들이 많기도 하다.

 

 

 

바로 맞은 편에 보이는 섬은 소야도

 

 

 

이렇게 배를 타고 큰물섬 덕적도를 떠나며

1박 2일의 풀꽃나무 섬 탐사 여행은 끝이 난다.

 

 

 

※ 덕적도 지도

 

 

 

 


 

 

※ 덕적도 소개

시청에서 남서쪽으로 약 82㎞ 떨어져 있다. 덕적군도뿐 아니라, 서해안 연안도서의 행정·교통의 중심지를 이룬다. 1486년(성종 17) 남양부에 속했다가 1885년 인천부로 되었고, 1914년에는 부천군에 속했다가 1973년 옹진군에 편입되어 현재에 이른다.

최고봉은 섬의 북서쪽에 솟은 국수봉(314m)이며, 그밖에 비조봉(292m)을 비롯한 높이 200m 내외의 산이 많다. 해안은 남쪽이 깊고, 넓은 만을 비롯하여 곳곳에 소규모의 만과 갑이 연이어져 드나듦이 심하다. 기후는 대체로 한서의 차가 크며, 겨울에 눈이 많다.

주민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한다. 농산물로는 쌀·겉보리·마늘·쪽파 등이 생산되며, 특산물로 표고버섯이 재배되고 밤나무가 많다. 연근해에서는 꽃게·새우·우럭 등이 잡히고, 자연산 김·굴 등이 채취된다. 취락은 곳곳의 만 안쪽에 집중 분포한다.

옛 이름은 덕물도(德勿島)였는데, 삼국통일전쟁 때에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도착하자 신라의 세자 법민이 작전회의를 하기 위해 이 섬을 방문하기도 했다(660). 또한 6·25 전쟁 때는 인천상륙작전의 전진기지였던 유서깊은 곳이다. 1957년에 서포리해수욕장이 개장되었으며, 1977년에는 서해안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정기여객선이 운항된다. 면적 20.87㎢, 해안선 길이 18㎞, 인구 1,612, 가구 826(2005)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 덕물도 => 이두로 적은 한자 이름일 뿐이고 본디 섬 이름은 '큰물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