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2

설날, 고향 마을과 노모의 배웅

설날. 올해 차례가 또 늘었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리고 이번 설날을 보름 앞두고 작은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한 가문의 윗 세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살며 어쩌면 가문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우리가 이 세상의 맨 윗 세대가 되었다. 이제 여생이 그리 많지 않은 홀로 된 어머니와 큰어머니, 작은어머니가 빈 집을 지키며 삶의 터전을 지켜가리라. 입춘을 하루 앞둔 설날, 거의 매일처럼 영하 십 몇 도로 떨어지며 사납던 한파도 물러서고 봄날보다 더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저 따스한 햇살이 남편이 사라지고 자식이 떠나가 버린 외로운 집 구석구석을 가득 채워 주었으면... 사촌들에게도 이심전심이지 않았을까. 큰집 우리집 작은집을 오가며 차례를 지낸 다음, 오늘..

사는 이야기 2011.02.18

팔순 노모, 메밀묵을 만드시다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늙으신 어머니 혼자 계시는 고향집으로 갑니다. 아버지 차례상에 올릴 제수 장도 봐야 하고, 사랑방 난방을 위해 땔감도 해야 하고, 산소 주변 찔레와 칡덩굴 얽힌 덤불도 쳐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내리던 비와 눈이 그치지를 않습니다. 자고 일어난 아침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삼십 리 길을 갑니다. 늙으신 몸에 오래 전부터 좋지 않은 무릎관절로 걸음이 불편한 노모는 장을 미리 두 번이나 봐서 어물은 마련해 두었답니다. 막내동생은 과실을, 그 윗동생은 떡을 해오기로 했으니 오늘은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 육류만 사면 된답니다. 육류 외에도 사야 할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젊은 내가 들고 다니기에도 버거운데 당신 혼자서 어떻게 그 무거운 제수들을 챙길 수 있었을까..

사는 이야기 201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