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성벽처럼 위엄으로 마주치고 , 때로는 고향집 축담처럼 다정하게 다가서는 9단 대석단의 돌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다 안양루 누각의 마루 위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환한 빛 속에 9품왕생을 기원하는 듯한 석등 하나가 눈 앞에 다가서고 극락세계 무량수전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사바세계에서 천상의 극락세계로 들어서는 문은 이렇게 좁고 작았습니다. 석등 하나만 앞에 두고 시야를 꽉 채우는 무량수전(無量壽殿)(국보 제18호) 팔작지붕의 기와선은 물흐르듯 흘러내리다 금새 멈추어버린 듯 편안하고, 그 아래 여섯 개의 배흘림 기둥 이 만든 다섯 개의 공간은 세상 모든 것을 다 품어 줄 듯 너그럽고 아늑하기만 합니다. 이보다 더 소박할 수 없는 격자 창살문은 또 어떤가요... 천상의 극락세계가 이렇게 편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