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녘 지리해수욕장에서 국화리로 넘어가는 도중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길가에서 초분을 만난다. 지난 해에 돌아가신 분의 초분이라는데 처음 만나는 초분에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에 젖으며 우연히 현장에서 만난 이장 님으로부터 초분이라는 장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는다. 초분은 이름 그대로 '풀무덤'이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이나 관을 땅 위에 올려 놓은 뒤 짚이나 풀 등으로 엮은 이엉을 덮어 두는 풀무덤이다. 초분을 하는 이유는 상주가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갑자기 상을 당하거나 죽은 즉시 묻는 게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될 때, 또는 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민간 신앙 등의 이유로 행해졌다. 전염병으로 죽거나 객지에서 죽었을 때, 익사자의 경우 시신의 물을 빼기 위하여, 집안이 가난해서 장지를 구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