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1) 노각나무, 물갬나무, 산수국, 호골무꽃, 함박꽃나무

모산재 2009. 7. 8. 18:29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1)  노각나무, 물갬나무, 산수국, 호골무꽃, 함박꽃나무


 2009. 06. 27. 토요일

 

 

 

↓ 첫나들이폭포의 시원한 물줄기

 

 

 

 

요 몇 년간은 얼씬도 하지 않았던 지리산을 갑자기 찾고 싶어졌다. 거의 매년 여름 초보자들을 불러 모아 종주를 즐기곤 했던 산이건만 여름 아닌 철에는 찾은 적이 없다. 서울에서 출발하자면 3박 4일은 돼야만 천왕봉을 오를 수 있지 않느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는 봄 가을 철은 엄두도 못 냈던 탓이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1박 2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오를 수 있을까. 작은 산을 타는 것도 힘들어 하던 내가 갑자기 무슨 "백만 스물 둘..." 힘이 불끈 솟아난 것인지 세석평전의 그 너른 품과 촛대바위, 제석봉 오르는 길과 그 위로 펼쳐질 파란 하늘의 영상을 삼삼하게 떠올리며 배낭을 메고 동서울터미널로 향하는 것이었다.

 

 

백무동에 도착하니 1시쯤 되었다.  몇 년 전에 보던 백무동이 아니다. 현대식 숙박시설들이 많이 들어섰고, 음식점들도 새 건물로 바뀌어 있어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맨 윗집만 예전의 집 그대로 허름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집에서 산채비빔밥을 시켜 먹고선 백무동-한신계곡 코스를 따라 이동하기로 한다.

 

 

주말 남부지방엔 비가 온다고 하여 내심 불안한 심정으로 왔는데, 하늘 여기저기 잿빛 구름이  많이 가려 있기는 했지만  햇살이 환하게 내려 날씨는 그런 대로 맑은 편이다.

 

 

백무동의 등산로 주변에는 산수국 꽃들이 환하게 피었다. 워낙 흔하게 피어 나중에 보리라 하고 지나친다. 눈길을 끌 만한 별스런 꽃들은 보이지 않고 생각보다는 '지리'한 산행이 된다.

 

 

 

모과나무 수피를 닮은 노각나무가 유난히 눈에 띈다. 색감이 참 고우면서도 화려하지 않은가. 유감스럽게도 꽃이 진 것인지 길섶에는 누렇게 시든 꽃들이 나뒹굴고 있다.

 

 

 

 

바위 틈서리에 개별꽃들이 나란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크기가 왜소하고 잎모양도 좀 다른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혹시 말로만 들었던 지리개별꽃일까 싶어 일단 몽따쥬부터 확보하고 본다. 

 

지리개별꽃은 개별꽃 종류 중 가장 작다고 하는데, 덩이줄기가 여러 개이고 긴 꽃자루에는 털이 1~2 줄로 나고 꽃이 한 송이만 피고 5개의 꽃잎은 끝이 패지 않는 등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어느 분은 "개별꽃 종류 중 가장 귀한 한국특산식물", "국외반출금지식물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세계적인 우리의 자원"이라고 하였던가.

 

산을 오르며 차차 살펴보리라...

 

 

 

지리산이래서 잎축에 날개가 있는 지리고들빼기를 만날 수 있을까 했더니 줄창 까치고들빼기만 보일 뿐이다.

 

 

 

 

물갬나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물오리나무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데 비교적 매끈한 수피를 봐서는 차이를 도저히 모르겠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물오리나무로 통합되어 굳이 머리 쥐날 필요가 없건마는...

 

 

 

 

드디어 도착한 첫나들이 폭포,

그렇게 많이 온 것 같지 않은데 백무동에서 2킬로미터나 왔고 가내소폭포를 700미터 앞두고 있다.

 

 

 

위쪽으로 이 물줄기들이 흘러내려 첫나들이폭포를 향한다.

 

 

 

오른쪽 끝에서 폭포수로 떨어진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첫나들이폭포의 물줄기

 

 

  

세석 쪽 등산로로 접어드는 다리

 

 

 

다리 아래 계곡 풍경

 

 

 

 

 

 

멀리 보이는 계곡 너럭바위, 그 틈새에 뿌리를 내린 일월비비추가 꽃봉오리를 맺었다.

 

 

 

 

그다지 높지 않은 곳인데도 뫼제비꽃이 흔하게 보이는데, 씨앗은 이미 대지로 숨어들고 텅빈 씨방만 남았다.

 

 

 

 

눈에 익은 이 고사리의 정체는 무엇이던가.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 저 위로 보이는 봉우리는 어디일꼬...

 

 

 

 

호골무꽃이 자주 눈에 띄는데 빛이 좋지 않아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다시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며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줄기에 일상에 찌든 심신이 세탁되는 듯한 쾌감에 젖는다. 

 

이렇게 흘러오던 물은...

 

 

 

 

발밑을 지나 이렇게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간다.

 

 

 

 

 

비목나무도 참 흔하게 보인다.

 

 

 

 

백무동에서부터 흔하게 보이던 산수국은 골짜기를 오르는 내내 환하게 꽃을 피운 모습으로 산객들을 맞이한다.

 

 

 

 

 

하루만의 여유가 더 있었더라면 이 계곡을 따라서 노닥거렸을 것!

 

 

 

 

이끼 낀 습한 바위 절벽은 바위떡풀로을 입었다.

 

 

 

 

골짜기를 오르자  싱싱한 함박꽃나무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함박꽃나무 열매가 이런 모습이라는 걸 확인한다. 목련 종류와는 좀 다르지 않은가.

 

 

 

 

주변에 같이 거주하는 식구들도 없이 혼자만 자라는 풀, 잎이 하도 커서 내가 모르는 특별한 녀석을 만났나 싶었는데, 처음에는등골나물일까 싶었지만 연구하다 보니 둥근잎꼬리풀의 변종인 대형종 지리산꼬리풀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계곡을 끼고 쉬엄쉬엄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평화롭고 행복하다. 아, 하루의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이 고적한 시간을 야금야금 갉아 먹으며 즐기고 갈 것을...

 

기상대의 예보는 빗나간 것인지 현재 상태로는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얼마나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