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3) 둥근산꼬리풀, 두메갈퀴, 왜갓냉이, 두루미꽃, 왜우산풀, 백당나무

모산재 2009. 7. 10. 21:16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3) 둥근산꼬리풀, 두메갈퀴, 왜갓냉이, 두루미꽃, 왜우산풀, 백당나무


2009. 06. 27. 토요일

 

 

 

 

작은 지류를 건너는 곳에서 약간 양지바른 풀밭이 보이길래 호기심으로 올라서 보니 호골무꽃으로 봐도 좋을 녀석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어두운 골짜기에서 촬영에 애를 먹었던 녀석들이라 얼씨구나 하고 셔터를 눌러댄다. 똑딱이일지언정 셔터소리도 경쾌하지...

 

 

 

 

높은 산 발치엔 십자고사리를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것인지.

 

 

 

 

등골나물인가 싶어 다가서 본 이 아이는 등골나물로 보기엔 잎맥이 너무 열려 있다. 아마도 둥근산꼬리풀의 변종으로 한국 특산인 대형종 지리산꼬리풀이 아닐까 싶다. 

 

 

 

 

꼬마 족도리풀을 곁에 두고서 박쥐나물이 자라고 있다.

 

 

 

 

다시 산허리를 돌아 영신봉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을 건너기 직전, 늘 이미지로만 보던 참바위취를 처음으로 만난다.

 

 

 

 

바로 옆 바위에 붙어 자라는 바위떡풀과 비교해 보면 잎이 훨씬 광택이 많이 나고 길쭉한 모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일까.

 

 

 

 

세석이 얼마 남지 않은 비탈엔 산꿩의다리 꽃이 갓 피어나고 있다.

 

 

 

 

그리고 산 아래 골짜기에서는 꽃이 거의 지고 있던 두메갈퀴도  이곳에선 군락을 이루고싱싱한 꽃을 달고 섰다.

 

 

 

 

바위 틈에서 샘물이 퐁퐁 흘러내리는 것이 신기해 카메라를 들이댄 것인데, 땅거미 지는 어둑한 날씨에 초점이 그만…. 저 물을 마셨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높은 울타리 넘어야 하는 게 성가셔 생략한다.

 

 

 

 

세석에 당도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는 물줄기, 넓게 펼쳐지는 너럭바위로 나서니 하늘이 탁 트이며 가슴도 환해진다.

 

 

 

 

 

 

 

그리고 거기서 왜갓냉이꽃 몇 송이를 만나니 2%만큼 더해지는 행복감!

 

 

 

 

투구꽃 계열의 초오속으로 지리산에 사는 지리바는 이렇게 잎의 갈라짐부터 독특하다.

 

 

 

 

물참대는 이미 꽃이 졌고 씨방이 성숙하고 있는 중이다. 

 

 

 

 

암수딴그루인 눈개승마의 열매를 단 암그루와 꽃이 진 수그루


 

 

 

생각지도 못한 두루미꽃을 만나서 얼마나 반가운지! 훨씬 북쪽인 강원도 고산에서도 이 시기면 다 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쉬운 것은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구름이 잔뜩 낀 날씨라 이미지가 깨끗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이라는 이름드리 주목을 만난다. 열 번도 더 종주했던 지리산인데도 주목을 만났던 기억이 없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능선을 거의 올라선 곳에서 누룩치를 만난다. 지금은 왜우산풀이라는 표준명을 쓰는 녀석으로 내 블로그에는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하늘로 오른다 싶은 순간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이다. 목장처럼 평화로운 잔돌널밭이 훤하게 펼쳐지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는 길은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다.

 

 

말로만 들었던 흰씀바귀도 만난다. 유감스럽게도 빛이 사라진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꽃잎을 다물어 버렸다.

 

 

 

 

세석의 너른 밭엔 때늦은 붓꽃이 얼마나 환하게 피었는지! 고원이어선지 꽃은 큼지막한데 꽃대는 많이 낮아서 아름다움이 배가된 느낌이다.

 

 

 

 

눈개승마

 

 

 

 

산객들로 북적거리는 산장에 먼저 도착하여 잠자리가 가능한지부터 알아본다. 예전 같으면 이 시기엔 한산했을 터인데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다. 레저인구가 늘었고, 등산로도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정비된 탓이다. 예약한 사람이 아니면 7시에 배정해 준다는 말에 간단히 준비해 간 식사부터 해결하고 본다.



 

산장 입구에 보이는 기린초는 잎이 유난히 기다란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어두워 오는 하늘 아래 백당나무 하얀 꽃은 얼마나 환하게 빛나는지….

 

 

 

 

그러고 보니 세석을 찾은 지도 한 오 년쯤 지난 듯하다.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재미에 해마다 다른 초보 멤버들을 구성하여 찾던 지리산을 이제는 풀꽃나무 찾는 재미로 터벅터벅 찾아오지 않았느냐.

 

자욱이 안개가 올라오는 저녁, 모포를 나눠주며 "경험상 내일은 비 올 확률이 100%"라는 산장지기의 말에 내심 좌절하며 이른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