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해거름 진달래 피는 숲속의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08. 4. 8. 22:43

 

춘분이 지난 지 열흘이 넘었으니 낮이 꽤 길어진 느낌이다.

 

퇴근하고도 서쪽 하늘에 두어 발쯤이나 남아 있는 해가 마음을 흔들고

숲과 생명들의 세상을 향해 집을 나선다. 

 

 

참꽃이라 불렀던 진달래는 만발이다.

 

자연 속에 묻혀 살던 동심의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열정으로 불타오르던 어둠의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는 그리움의 꽃!

 

 

 

 

해는 서산 너머로 금방 숨을 듯하는데

버들의 꽃들이 역광에 눈부시게 꿈틀댄다.

 

 

 

콩제비꽃 파란 잎들이 맘껏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꽃 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콩제비꽃 많은 골짜기에

한창이어야 할 현호색이 흔적도 없는 것은 웬 일일까...

 

생강나무꽃들은 더러 지고 있는데

꽃가루받이를 끝낸 것인지 암꽃은 이렇게 흔적만 보이고 있다.

 

 

 

 

해마다 군락을 자랑하던 곳에는 없던 현호색이

저 어려운 곳에서 꽃망울을 맺고 있다.

 

 

 

꽃들도 편안한 곳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엉뚱하게도 인공적으로 조성한 화단에

여러 모양의 잎을 가진 현호색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예전에 애기현호색으로 부르던 잎이 가늘게 갈라진 현호색,

 

 

 

댓잎같은 잎을 가졌다고 댓잎현호색으로 불리던 녀석,

 

 

 

잎이 빗살처럼 갈라져 있는 현호색,

 

 

 

이것들은 지금은 모두 '현호색'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줄사철나무가 포플러나무를 타고 오르며 장하게 자랐는데,

포플러 수명이 길지 못하니 나중 어떻게 될까,

이런 괜한 생각에도 잠겨보며 발길을 옮긴다.

 

 

 

두어 발 남은 해가 꽤 길거라 생각했는데

숲그늘에 가린 등산로는 벌써 어두워진다.

 

 

환하게 웃는 산괴불주머니 노란 얼굴은 올해 첫인사 아닌가!

 

 

 

 

한쪽에는 동그란 세잎나기의 왜현호색꽃도 피었다.

 

 

 

그리고 세복수초 핀 곳을 둘러 보고 있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연복초들이 땅을 덮고 있는 게 아닌가!

 

복수초에 딸려서 왔다고 연복초라는 이름이 붙었다더니...

 

 

 

손가락만한 높이의 작은 줄기에 좁쌀만한 꽃봉오리를 밀어올리고 있는데,

 

 

 

몇 송이는 꼭대기의 꽃잎을 열어 꽃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있다.

아직 사방의 꽃잎은 열리지 않았고...

 

 

 

설중매라는 이름표를 단 홍매는

벌써 꽃밥이 거의 사라져 버린 모습이다.

 

 

 

어둠이 내려 �는 길을 되돌아서려는데

숲속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내 시선을 끈다.

 

장끼 한 마리가 잔뜩 겁을 먹은 채 슬슬 눈치를 살피며 쓰러진 그루터기 뒤로 숨어들고 있다. 

 

 

 

저 겁 많은 녀석 한방 찍어 주고선

사라지는 녀석의 꽁무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슬슬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나의 둥지를 숨어든다.

 

어린 시절 방안에 화사하게 피어나던 진달래의 환영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