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에서 만난 봄꽃들 (1) 점현호색 큰괭이밥 민둥뫼제비꽃 꿩의바람꽃

모산재 2008. 4. 14. 00:19

  

얼마만인가.

 

모처럼 얻은 휴일,

참으로 홀가분한 날이다.

 

좀 늦은 시간이지만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로,

다시 시외버스를 바꿔 타고 호평동으로 향한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한데

따스한 봄볕에 차창 안은 나른하기조차하다.

 

 

산 입구는 아파트 신축공사로 파헤쳐지고 있어 씁쓰레한 기분.

저렇게 산을 파헤치고 아름다운 산의 윤곽을 가리면서까지 고층 아파트를 올려야 할까...

 

 

제일 먼저 만난 녀석은 점현호색,

이 시기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꽃 중의 하나이다.

 

 

 

산 입구에서부터 여러 가지 제비꽃을 만나는데,

전에는 자신 있었던 녀석들의 이름을 지금은 대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쪼그려 앉아 제비꽃을 찍고 있는데,

어느 한 분이 꽃이 어느 쪽에 많은지 묻는다.

 

이쪽 골짜기보다는 고개 너머쪽이라고 하니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시 점현호색을 한번 더 잡아주고...

 

 

 

늦게 도착하여 계곡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나를

몸이 조금 무거워 보이는 분이 땀을 흘리며 따라 붙는다.

  

함께 온 사모님은 산발치에서 나물을 뜯고 있다는데

1시간 반 주어진 시간으로 너머 골짜기까지 갔다 오기는 무리인데...

 

 

개울가 흙들이 소담스럽게 얹힌 곳에는 솔잎 같은 달래잎들이 무성히 자라고

꽃대 끝에는 쌀알만 한 꽃봉오리들이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달래의 정식 명칭이 '산달래'이고

바로 이것이 '달래'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어찌하여 이렇게 산에서야 만날 수 있는 녀석을 '산달래'라 하지 않고

들에서 만나는 녀석에세 '산달래'란 이름을 붙여 주었단 말인가.

 

식물학 하는 사람들의 이런 '탈상식'한 명명을 어찌 봐야 할까...

 

 

개별꽃도 이제 막 몇 송이 피고 있다.

 

 

 

민둥뫼제비꽃과 태백제비꽃이 약간 거리를 두고 군데군데 피었는데

꽃이 하도 비슷해서 자꾸 헷갈리는 것이었다.

 

잎이 비교적 작고 아담한 이 녀석은 민둥뫼제비꽃이고

 

 

 

잎이 다소 거칠어 보이는 이 녀석이 태백제비꽃이다.

 

그런데 꽃색이 붉은 기운이 돌고 잎뒷면이 자주색이어서 

혹시 민둥뫼제비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큰괭이밥도 활짝 피어나고 있다.

 

 

 

계곡은 봄기운이 가득한데

흐르는 물소리가 상쾌하다. 

 

 

 

저렇게 무더기로 자라나는 달래 잎들이 싱그럽기만하다.

 

 

 

바위에 기대어서 호위하듯 꽃을 피운 큰괭이밥꽃이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반석 위에 점현호색이 군락을 이루고 활짝 피었다.

 

 

 

고개를 넘어서는 길가 절개지 언덕,

잔털제비꽃이지 싶은 녀석의 잎이 너무 매끈해 보여서 당황스럽다.

 

그렇다고 저런 모습을 한 녀석이 잔털제비꽃을 빼고는 없다.

 

 

 

흔하디 흔한 양지꽃,

꽃이 너무 환하여 나도 모르게 렌즈를 들이댄다.

 

 

 

나와 함께 했던 분은 고개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되돌아간다.

 

내 닉네임을 알려줬더니

'아, 이렇게 유명한 사람을 만나다니'라고 말해서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고개를 넘어서는 곳에는 생강나무 꽃들이 숲을 이루었다.

 

이미 꽃은 지고 있는 모습인데

암술이 선명한 암꽃을 담아본다.

 

 

 

혹시 하고 기대했던 얼레지를 고개를 넘어서는 곳에서 만난다.

아직 몇 송이밖에 피지 않았다.

 

 

 

아, 그리고~

 

이렇게 엄청난 군락의 꿩의바람꽃을 만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이 녀석들을 담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싸 가지고 온 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마침 지나가던 분이 꽃을 담기 시작하여

인사를 나누고 김밥을 나누어 먹는다.

 

 

맞은 편 언덕,

별 물기도 없는 곳에 흰털괭이눈이 황금빛 꽃을 피웠다.

 

 

 

그리고 양지바른 골짜기를 탈래탈래 내려가는데

묘한 색깔의 나비 한 마리 날아가다 마른 낙엽 위에 내려 앉는다. 

  

무슨 나비일까...

 

 

 

억센 포복경이 느껴지는 이 녀석은

잎을 봐서는 민둥뫼제비꽃이다.

 

 

 

놀랍게도 이 따스한 날에

아직도 두텁게 남아 있는 얼음...  

 

 

 

햇빛이 가려지는 골짜기로 내려서자

왜현호색 군락이 점차로 늘어난다.

 

그리고 풀밭처럼 잎을 내밀고 있는 달래들의 군락.

 

 

 

외진 골짜기를 다 내려가 큰 골짜기와 만나는 곳에서

사람들의 무리와 함께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