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노루귀 만나러 산을 오르다

모산재 2008. 3. 31. 23:48

몇 번이고 어렴풋이 깨면서도

몸과 정신이 개운치 못하여 늦도록 불편하고 얕은 잠을 잔다.

 

일어나니 9시쯤이나 되었다.

 

엊저녁까지만 해도 오늘은 천마산을 오르리라 다짐했는데

너무 늦게 일어난데다 날씨까지 비가 내릴 듯 우중충하다.

 

창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며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그만 점심때에 이르도록 시간만 흘려보낸다.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

결국 배낭을 메고 나선다.

 

천마산은 이미 틀렸고  

늘 가던 남한산성으로 발길이 향한다.

 

 

아직은 점심때쯤이건만

등산로 입구에는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웬 등산객이 이렇게 많은지...

 

 

자주괴불주머니 새싹이 파릇파릇 자라났다.

잎의 모양이 산괴불주머니와는 달리 제법 넓지 않은가.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들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이선생님이 홍릉수목원에 가잔다.

 

진작에 연락이 되어 함께 햇으면 좋으련만

되돌아나가서 찾아가기엔 좀 '거시기'하여 다음 기회로 미룬다.

 

무엇보다도 지금쯤이면 분명 피어 있을

솜털 보송보송한 노루귀꽃을 포기하고 발길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둥근털제비꽃이 고개를 내민 것이 반갑고

 

 

 

꽃이삭을 내밀고 있는 현호색을 만난 것도 상쾌하다.

 

 

 

개암나무 수꽃이 누에처럼 늘어졌고

좁쌀만한 암꽃은 가지 끝에 말미잘 같은 붉은 술을 내밀고 있다.

 

 

 

올괴불나무 꽃은 이미 지고 있는지

노랗게 변색한 꽃밥이 대부분이고, 붉은 꽃밥을 단 꽃송이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괭이눈의 정확한 이름은 무엇일까.

산괭이눈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골짜기에는 실타래 같은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데

아직도 채 녹지 않은 얼음덩이가 투정부리듯 기대고 섰다.

 

 

 

생강나무 꽃은 방만하여 벌써 신선한 색감을 잃어가고 있다.

 

탐스런 수술로 가득한 이것이 생강나무 수꽃인데

 

 

 

암술과 주변의 빈약한 헛수술로 이루어진 이것은 생강나무 암꽃이다.

 

 

 

이 어린 풀은 탑꽃일까, 아니면 층층이꽃일까.

 

 

 

숲속을 가장 먼저 시원스런 풀빛으로 물들이는 것은 역시 귀룽나무

 

 

 

 

까실쑥부쟁이 어린 싹이

지난해의 마른 줄기 사이에서 파릇파릇 돋아났다.

 

 

 

앉은부채는 이미 꽃밥이 사라진 모습이고

파란 잎사귀가 많이도 자라났다.

 

 

 

 

이 녀석을 뭘로 보아야 하는가...

이질풀일까, 쥐손이일까.

 

 

 

골짜기 위쪽에 이르자

기대했던 대로 노루귀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대부분 아직 꽃을 제대로 열지 않은 봉오리인데

줄기와 턱잎에 가득한 저 보송보송한 털이 얼마나 사랑스러우냐...

 

이것은 청노루귀,

 

 

 

 

 

그리고 이것은 흰노루귀

 

 

 

숲 속 마른 삭정이에는 치마버섯으로 보이는 버섯들이

갯바위에 따개비가 붙은 것처럼 자라고 있다. 

 

 

 

버섯을 뒤집어보면 버섯주름이 이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노루귀들의 세상

 

 

 

 

 

이 골짜기에 꿩의바람꽃이 나타날 줄이야...

 

그런데 이 녀석을 발견하고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꿩의바람꽃의 다른 개체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펼쳐지는 아름다운 노루귀 세상...

이 녀석들 속에 두 시간이나 파묻혀서 나는 행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