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101

상산(常山) Orixa japonica, 씨방

절물오름에는 상산이 지천이다. 겨울이라 눈밭에 노란 씨방만 잔뜩 달고 있는 놈들만 실컷 본다. 그나마 까만 씨앗은 땅으로 떨궈 보내고 빈집만 남았다. 남부지방에 자라지만 서해안을 따라 덕적도 지역까지 군락을 이루고 자생한다. 주변을 지나가다가도 천지를 진동하는 향기로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상산이다. 4개의 꽃잎을 가진 꽃은 향기에 비해 자잘하여 그다지 볼품이 없는 편이다. ● 상산 常山 Orixa japonica | Antifebrile Dichroa ↘ 운향목 운향과 상산속의 낙엽관목 높이는 1.5∼3m에 달하고, 나무 껍질은 회색을 띤 갈색이며, 어린 가지에 털이 약간 있다. 잎은 어긋나고 한쪽에 2개씩 달리며 길이 5∼13cm의 타원 모양 또는 달걀을 ..

열매와 씨앗 2010.03.01

용처럼 누워 일출봉 바라보는 용눈이오름

▼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용눈이오름 제주 사람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오름은 제주 사람들의 삶이요 혼이다. 그러나 오름은 제주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근대사의 비극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해방 후 남한단독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수만 명의 양민이 빨갱이로 몰려 무참히 학살당한 곳, '잠들지 않는 남도' 제주도 곳곳에서 만나는 오름들은 학살당한 수만 원혼들의 절규인 듯하다. 빨갱이로 몰린 청년들이 군경에 쫓겨 숨어들고 은신처를 없애기 위해 마을은 불태워진다. 갑자기 들이닥친 외지인에 의해 영문도 모르는 아녀자 노인 들이 떼로 죽임을 당한다. 바로 그 곳이 중산간 오름 아니던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아부오름의 동쪽에 자리잡은 용눈이오름으로 가는 길에도 수없이 많은 오..

제주도 여행 2010.03.01

이재수의 난 촬영지, 제주도 아부오름(앞오름)

엊저녁 술을 자제하느라 일찍 잠자리에 든 덕택에 가뿐하다. 게다가 몇 분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밥을 짓고 시원한 매운탕까지 끓여서 대령해 놓으니 잘 차려 놓은 밥상 숟가락만 든다. 미안스럽고 황송한 마음으로 맛나게 먹는다. 2박3일의 짧은 여행 마지막날, 우리 여행의 컨덕터 김 선생님이 챙겨주는 대로 오름 트레킹에 나선다. 제주도에는 몇 번 와 보지 못한지라 이름도 낯선 아부오름과 용눈이오름을 행해 다시 성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구름이 없지 않지만 어제와 달리 날씨가 많이 환해졌다. 제주도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고 하는데, 오름의 기원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탐라섬을 창조한 설문대할망은 제주 앞 바다가 무릎에서 찰랑거릴 만큼 큰 신이었다고 한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바다에 와서 ..

제주도 여행 2010.03.01

봄빛 짙어오는 삼달리 들판, 오르막길이 내리막길이라는 신비의 도로

절물휴양림을 돌아본 우리는 성산읍 온평포구 방향으로 향한다. 이 선생님 커플의 추천으로 점심 식사를 전복죽과 갈치조림을 먹기 위해서다. 한낮이 지나면서 햇살은 환해졌지만 바람을 따라 가끔씩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11인승 봉고차가 좁아서 나와 신 선생님은 이 선생님 커플이 탄 차에 동승한 채 지난 여름 올레길에서 시작된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캐기 시작한다. 우리가 점심 먹으러 가는 곳 주변의 길들이 그들이 인연을 맺게 된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이야기는 재미를 더한다. 전복죽과 갈치조림으로 배부르게 식사를 한 뒤에 잠시 바람부는 바닷가를 산책한다. ▼ 온평포구 바닷가의 해녀상과 돌고래상 ▼ 등대풀 ● 봄빛 짙어오는 삼달리의 들판 풍경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신성생님과 몇 분은 낚시하러 떠나고 우리는 삼달리..

제주도 여행 2010.03.01

눈내리는 절물자연휴양림, 절물오름, 절물약수터

제주시 봉개동에 있다. 만장굴, 산굼부리, 비자림, 성판악 등의 관광지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11번 국도에서도 멀지 않고 동부산업도로를 따라 봉개동을 바로 벗어나 오른쪽으로 돌아 10여 분 거리에 있다. 밤늦게 놀다 콘도에서 아침까지 먹고 휴양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0시가 넘었다. 성판악 가까운 중산간지역으로 들어서니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아침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하지만 눈덮인 휴양림을 찾은 사람은 거의 없어 적막하다. 차에서 내린 일행들의 다수가 눈발을 피해 입구에 있는 가게로 들어가 버린다. 밤새 술을 마셨는데도 또 막걸리를 찾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래도 이곳까지 와서 그럴 수야 있나, 하고 몇몇은 눈 내리는 휴양림 속으로 들어선다. 국유림에 조성된 휴양림은 대부분이 삼..

제주도 여행 2010.03.01

제주도 애월 해안 산책로, 납읍 난대림과 포제청, 구엄포구 돌아보기

바다와 함께 걷는 정겨운 굽잇길, 애월 해안산책로 이 선생님이 제주도로 발령 받은 것을 핑계로, 설 연휴 며칠 뒤 우리는 제주도로 2박 3일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저가 항공으로 도착한 제주공항에서 미리 예약한 11인승 봉고차를 타고 곽지해수욕장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애월 ..

제주도 여행 2010.03.01

제주 4.3의 슬픈 증언 (8)

이 글은 4.3의 진실을 널리 알리고 있는 굴렁쇠님의 블로그 http://blog.ohmynews.com/rufdml/130384에서 퍼온 것입니다. 65여 년 전 그날의 아픔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기를 바라며... 통곡마저 사치스러운 절망의 땅에서 ▲ 아픔의 현장을 찾아가는 길에 세워진 안내판. 길목마다 수없이 세워져 있다. 제주 모슬포로 가는 길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싸늘한 기운이 마중 나와 있었다. 수없이 이 길을 걸어 다녔지만 다시 찾을 때마다 명치끝을 찍는 아픔은 여전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유배왔던 땅, 이재수 민란의 거점지, 제주민중의 아픈 속살처럼 태평양 전쟁의 상처가 곳곳에 몰골을 드러낸 곳. 아, 그리고 통곡마저 사치스러운 제주 4.3의 아픔이 한국전쟁까지 이어진 절망의 땅. 짙은 ..

제주 4.3의 슬픈 증언 (7)

이 글은 굴렁쇠님이 쓴 글(http://blog.ohmynews.com/rufdml/128018)을 퍼온 것입니다. 4.3의 아픈 진실을 아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천명 / 강요배 그림 섬, 그 민중의 뿌리가 초토화 되다 제주도를 '빨갱이섬'이란 딱지를 붙인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기어이 화산섬 제주를 '피의 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섬, 그 민중의 뿌리는 대량학살의 광풍으로 흔들리고 뽑히고 짓이겨졌다. 1948년 11월 중순부터 약 4개월간 전개된 '초토화 작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제주 4.3에서 가장 참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산간 마을을 초토화시킨 이 강경진압작전은 송요찬 9연대장의 지휘아래 이루어졌다. 10월 17일, 송요찬 중령은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대를..

제주 4.3의 슬픈 증언 (6)

1~8회에 걸쳐 연속해서 싣는 이 글은 굴렁쇠님의 글 http://blog.ohmynews.com/rufdml/125645에서 퍼 온 것입니다. 4.3의 아픈 진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기대합니다. ▲ 다랑쉬굴의 슬픈 역사를 알고 있을까.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를 지켰던 팽나무와 다랑쉬오름. 제주 4·3 대량학살을 이끈 '초토화 작전' 1948년 11월부터 1949년 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벌어진 '초토화작전' 때 대부분의 중산간마을이 불에 타 사라졌다. 제주섬은 그야말로 불바다가 됐다. 불의 섬이 화산폭발 때 말고도 또 있었을까. 초토화작전은 반인륜적 범죄로 국제법으로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법이었다. 11월 중순 이전에는 주로 젊은 남자들이 희생됐지만 이 때부터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

제주 4.3의 슬픈 증언 (5)

이 글은 4.3의 아픈 진실을 알리기 위해 굴렁쇠 님의 글 http://blog.ohmynews.com/rufdml/122066을 퍼온 것입니다. ▲ 부모들 / 강요배 그림 제주 4.3에 새겨진 '빨갱이'라는 이름 유태인과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와 학살에서 출발한 나치 독일의 파시즘을 가리켜 '생명이 없는 송장사회'(carceral society)라 부르기도 했다.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혈통에 대한 생물학적 환상이 낳은 결과는 끔찍했다. 유태인의 대량학살이 그것이다. 이런 사례는 세계의 폭력적 질서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뿌리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파시즘 폭력과 피와 혈통의 정치만이 민족과 인종, 그리고 종교의 이상을 회복한다는 극단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인디언을 몰아내고 필리핀·아이티·니카라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