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꽃 향기 가득한 겨울 제주도

모산재 2006. 1. 23. 13:45

 

꽃 향기 가득한 겨울 제주도

- 봄으로 이어지는 겨울 꽃 , 그 따스한 숨결

 

 

 

소한 추위에 꽃을 만나는 기쁨!

그것이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얻는 또 하나의 보너스이다.

 

새해초 2박 3일의 일정으로 찾은 제주도.

한라산엔 3미터나 쌓인 눈 위에 또 눈이 펑펑 내리고,

바람 센 서귀포에도 함박눈이 상록수를 덮었지만,

그래도 꽃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꽃소식을 전하고 싶다.

 

 


떠나는 이의 마음을 붙드는 동백꽃

 

제주도 곳곳엔 숯불처럼 빨간 동백꽃이 드문드문 피었다. 키가 덜 자라고 꽃이 더 벌어지는 아기동백꽃은 아예 만발하고 있었다. 겨울꽃이라고 해야 할지, 선홍빛 꽃잎과 노란 꽃술이 너무 예뻐 잠시 겨울이라는 계절을 잊었다.

 

가수 송창식은 '선운사' 동백을 이렇게 노래했던가.

"떨어지는 꽃 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따뜻한 햇살에 꽃망울 터뜨린 광대나물

 

 

 

구좌읍 문주란 자생지 해안을 지나다 바다가 아름다워 잠시 쉰 곳에서 본 녀석이다. 홀씨가 허옇게 핀 파란 털머위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양지바른 돌담 아래 따스하게 볕바라기하면서 앙증맞은 보랏빛 꽃망울을 살짝 터뜨리고 있었다. 그것도 대 군락을 이룬 채로...

 

그 옆에는 방가지똥 노란 꽃도 금빛 꽃술을 뽐내고 있었다. 

 

 

  

갯국화와 갯쑥부쟁이 꽃 향기로 가득한 섭지코지 해안 절벽

 

성산 일출봉에서 멀지 않은 섭지코지.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드라마 '올인' 촬영장을 본다고 인파가 가득하다.

 

멋모르고 따르다가 해안 절벽을 바라본 순간, 엄청난 꽃 풍경에 일행과 떨어져 허겁지겁 혼자 바닷가로 내려 섰다. 흙이 있는 해안 절벽의 바위틈에는 보랏빛 갯쑥부쟁이와 황금빛 갯국화가  한데 조화를 이루며 꽃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보랏빛 청순한 향기 가득한 갯쑥부쟁이

 

 

 

황금빛 온기를 전하는 갯국화

 

 

 

눈 속에 핀 유채꽃과 쑥갓꽃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아침, 남도의 서귀포엔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산보에 나선 길, 공터엔 함박눈을 맞으며 유채와 쑥갓 꽃들이 샛노란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겨울에 피는 투박한 향기의 비파꽃

 

서귀포 시내 어느 집 담장 위에 피어 있는 녀석을 카메라에 담았다. 비파나무는 본 적이 있었지만 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는 중국에서 자생하는데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고 한다. 겨울에 꽃이 피고 6월에 열매가 익는, 계절을 거꾸로 사는 장미과의 나무이다. 꽃 향기는 투박하지만, 열매는 아주 맛있다고 한다.

 

 

 

바닷가에 피는 털머위 노란 꽃

 

천지연 폭포 입구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 털머위 노란 꽃이 아직도 지지 않고 있었다. 북제주에는 백발의 홀씨들만 보였는데... 10월이 제철이건만 엄동설한 백설 속에 황금빛 향기를 놓지 않았다.

 

 

 

해맑은 표정의 정방폭포 갯국화

 

폭포 옆 바닷가 바위 틈에 해맑은 모습으로 피었다. 섭지코지의 갯국화에 비해서는 꽃잎이 훨씬 가냘퍼 꽃의 인상이 깨끗한 느낌을 준다. 

 

 

 

겨울을 이겨낸 염주괴불주머니

 

갯국화 옆에 이 녀석도 덩달아 겨울에 맞서고 있다. 열매 꼬투리가 염주를 꿰어 놓은 듯하여 염주괴불주니라 부른다. 

 

 

 

내가 담은 이 꽃들 외에도 지금 제주도에는 많은 꽃들이 향기를 피워 올리고 있을 것이다. 담지는 못했지만 차창 밖 들녁에는 활짝 핀 수선화 노란 꽃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 겨울에도 생명의 숨결은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