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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 여행

굴업도 여행 (1) / 굴업도 가는 길, 커다란 풀무치, 갯씀바귀, 순비기나무

by 모산재 2009. 10. 8.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아침도 굶은 채, 8시 반에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도림 역에서 급행전철을 갈아타고 가다보니 차창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흐리기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날씨가 표변하다니... 

 

동인천역에 내렸을 때는 아예 퍼붓다시피 하는 비, 바람까지도 심하니 배가 뜨기나 할까. 그래도 배 시간에 늦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택시를 탄다. 연안부두에 도착하고 보니, 비야 오든지 말든지 사람들은 꾸역꾸역 몰려들고 대합실은 왁자하다.

 

 

다행스럽게도 덕적도행 배를 타고 가다보니 하늘이 점차 갠다. 덕적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언제 비바람이 몰아쳤는가 싶게 날씨는 환하게 개었다. 덕적도에서 다시 굴업도 가는 작은 배, 하루 한두 번 섬에 들어가는 정원 80명의 정부 보조 여객선 해양호로 갈아타야 한다.

 

20여 분 정도 기다리다 굴업도 가는 배를 탄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배는 좌우로 크게 요동을 치고 거센 바닷물보라가 선실로 튀어 들어올 정도로 풍랑이 거세어진다. 내다보는 바다는 태풍이라도 만난 듯 무서운 너울을 일으킨다. 이러다 배가 뒤집히는 거 아닐까, 구명동의를 보관해 둔 벽쪽을 자꾸 곁눈질하며 슬슬 비겁해지는(?) 나... 괴로워라, 처음으로 경험하는 심한 멀미. 

 

 

중간에 문갑도에 잠시 들렀다 떠나는 배. 문갑도는 5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섬, 섬 전체가 급한 산지라 농사는 미미하지만 꽃게, 민어, 갈치 등 고기잡이가 잘 되어 주민들이 꽤 윤택하게 산다고 한다.

 

 

 

 

 

 

 

덕적도를 떠나 1시간의 멀미에 시달린 끝에 오른쪽으로 굴업도가 시야를 채우며 다가선다. 만곡된 바다로 들어서서인지 배의 흔들림이 점차로 줄어든다. 이제 살았구나 싶다. 아, 그리고 폭우 쏟아지던 그 날씨는 어디로 사라지고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고 상쾌할 수 있단 말이냐! 

 

 

아담하고 긴 백사장 해안선,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음표처럼 리드미컬하게 이어진 섬의 굴곡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동쪽 저 높은 봉우리가 아마도 동뿌리라고도 하는 덕물산일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어선이 예사롭지 않다. 고기잡이보다는 농사를 주로 한다는 섬에서 유일하다는 그 어선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선착장이 나타나고 긴 모래톱으로 이어지는 목기미,  그 너머 북동쪽에 솟은 연평봉을 바라보며 내릴 준비를 한다.

 

 

 

 

 

선착장에서 내리는 사람들.

 

 

 

 

 

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차와 경운기가 손님을 싣고 가고... 해안 길을 걸어 가는데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쉬고 있다. 다가오는 인기척에 일제히 날아간다.

 

 

 

 

 

 

 

 

 

 

 

선착장 너머에 마을이 있는데, 도로를 따라가면 마을이 멀다고 지나가던 주민들이 지름길을 알려준다.

 

제일 먼저 만난 꽃은 까실쑥부쟁이다.

 

 

 

 

 

 

 

그리고 지름길로 들어선 숲속에서 만난 새머루

  

 

 

 

 

고개를 넘어서자 마을 앞 큰말해수욕장과 토끼섬이 나타난다. 그리고 멀리 바다 가운데 세 개의 뾰족한 바위섬 선단여가 보이고 수평선 너머로 가도, 각흘도, 백아도 등의 섬들이 울처럼 둘러선 풍경이 펼쳐진다.  

 

거센 풍랑을 증언이라도 하듯 높이 이는 물결이 태양빛을 하얗게 반사시키고 있다.

 

 

 

 

 

마을과 기지국(송신탑)이 서 있는 풍경

 

 

 

 

 

 

 

그리고 햇살 따갑게 내리쬐는 길 여기저기에서 날아드는 커다란 곤충. 몸길이가 10cm 안팎으로 보이는데, 일찍이 이렇게 큰 곤충을 본 적이 없다.(몽골 초원에서도...) 확인해 보니 메뚜기과인 풀무치다.

 

 

 

 

육지 풀무치에 비해 거의 2배 크기인데, 오랜 세월 격리된 섬 환경 속에서 진화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동네로 들어서는 어귀 울타리에 작두콩이 꽃을 피우고 있어서 담아 보았다.

 

 

 

 

 

이미 점심 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아침은 여객선에서 먹은 컵 라면으로 때운 터라 배가 고프다. 그리 시설이 좋아 보이는 집이 따로 없는 민박집이라 바다에 가장 가까운 집에 들어가기로 한다. 허름한 방의 민박 비용이 5만원이라니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 가구 되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싶다.

 

 

점심을 주문해 놓고 잠시 바다를 둘러 본다.

 

 

큰말해수욕장 백사장은 아늑하면서도 전망이 시원할 뿐더러 한적한 느낌이 더욱 좋다. 소굴업도라고도 하는 저 토끼섬은 물이 빠지면 연결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모습을 보여 줄지...

 

 

 

 

 

해안 언덕의 풀섶은 풀무치의 천국이지 싶다.

 

 

 

 

 

순비기나무는 더러는 열매를 맺은 채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갯씀바귀가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숙소 옆에 자리잡은 태양열발전소의 집열판, 이 작은 섬의 배터리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차려주는 점심을 넉넉히 챙겨 먹고는 본격적인 섬 탐사에 나서기로 한다.

 

 

 

  ※ 굴업도에 대하여

1990년대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선정되어 홍역을 치었던 섬인데, 지금은 이 섬의 소유권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cj가 골프장  만들겠다고 하여 또 한바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른바 '굴업도 오션파크' 라는 이름의 사업은 골프장, 마리나 시설, 휴양 콘도, 워터파크, 쇼핑몰 등을 갖춘 대규모 공사로 추진되고 있는데 2011년에 착공하여 2013년 개장할 것이라고 한다. 천혜의 생태 환경을 간직한 작은 섬이 포크레인으로 지워지고 제초제로 관리될 수입잔디로 입혀질 위기에 처했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90㎞, 덕적도에서 남서쪽으로 13㎞ 거리에 있고 면적은 1.7㎢ 정도이다. 백사장이 잘 발달된 해안선이 12㎞에 달해 풍광이 뛰어나다. 섬의 전체적인 모양은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어 마치 말을 탄 듯하고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습과 닮아 굴업이라 했다. 최고봉 연평봉은 126m로 북동쪽에 솟아 있으며, 남서쪽의 덕물산(122m)을 제외하면 100m 이내의 낮은 구릉지가 대부분이다. 해안선은 드나듦이 비교적 심하며, 만의 곳곳에 간석지가 펼쳐져 있다.
 
해변(특히 토끼섬)에는 바닷물 침식에 따른 해식와(海蝕窪)가 대규모로 발달돼 있어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모습이 대단하다. 올해 초(2009년 2월) 문화재청이 토끼섬과 주변 공유수면에 대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지만 옹진군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주변 500m 이내에서는 건축 등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 
 
9가구에 19명(2006)의 주민이 살고 있다. 6·25 전쟁 전에는 60여 세대가 살고 있었으나, 질병이 만연하고 어획량이 감소하자 모두 덕적도와 인천으로 이주했다가 6·25 전쟁 이후에 다시 들어와 살게 되었다.
 
마을 주변에 약간의 밭이 있는데 땅콩 생산이 많고 고구마는 자급할 정도로 재배한다고 한다. 연안 일대는 수심 10m 내외의 대륙붕이지만, 어업 활동은 거의 없고 자연산 굴과 김을 조금 채취하는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