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하게 펼쳐진 사곶해변을 따라 서쪽으로 걷노라면 끝나는 곳에 담수호와 바다가 만나는 백령대교가 나타난다.
백령대교를 건너 5분쯤 더 걸어가면 삼거리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염전이 보인다. 왼쪽 골짜기로 빠지는 포장도로를 선택하면 길은 바닷가로 길게 뻗어나온 산허리를 넘어서 콩돌해안으로 안내해 준다. 편하게 느릿느릿 걸으면 백령대교에서 20분쯤 걸린다.
↓ 백령도 화동염전
콩돌해안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공영버스를 타고 남포리 화동까지 가서 도보로 이동하든지, 아니면 택시를 타든지 하면 된다.(진촌에서 택시비 만원 정도)
백령도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해안이 바로 콩돌해안이다. 십리를 넘는 사곶해안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시원함을 가졌지만 아득하기만 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운데, 콩돌해안은 규모도 아담하고 둥글게 들어온 해안선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파도에 쓸리며 내는 콩돌들이 자르르 내는 음향은 그 무엇에 비길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군사적인 이유로 개발이 허락되지 않은 탓으로 주변에는 상가도 민가도 전혀 없고 오로지 해안가에 가설 식당이 둘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밤에 이 해안에서 낭만을 즐길 수 없는 점이 많이 아쉽다. 굳이 즐기자면 택시를 예약해 두면 된다.
해안선의 길이는 남북으로 약 1,500m 정도이고 폭은 약 50m 정도이다. 해안의 기울기가 거의 없는 사곶해안과는 달리 콩돌해안은 급경사를 이루었는데, 몇 개의 계단 모양의 둔덕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형태의 둔덕을 지형학 용어로 ‘범(berm)’이라고 하는데, 해안선과 평행하게 발달해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해안언덕은 온통 순비기나무가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데 사방으로 기는 덩굴들이 덮고 있다. 여름에서부터 가을까지 바닷빛을 닮은 보랏빛 꽃이 수없이 피어난다.
순비기나무 꽃
콩돌해안은 사곶해빈과 마찬가지로 백령도의 모암인 규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의 양쪽 끝에는 규암으로 이루어진 절벽들이 해풍과 파도에 깎여나간 채 돌출되어 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빗물, 바람 등에 의해 침식과 풍화가 집중되어 규암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져 나간 바위조각들이 파도에 의해 해안으로 밀려왔다 쓸려 나가는 반복작용을 계속하며 콩알 크기의 자갈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거리를 두고 양쪽으로 돌출된 절벽 사이 원을 그리며 들어선 해안에 자갈들이 쌓여 오늘날의 콩돌해안이 형성된 것이다.
콩돌들의 크기는 콩알이나 완두콩, 강낭콩, 대추열매만 한 것 등 다양하지만, 손바닥만큼 큰 것은 거의 없다. 색깔도 다양해 흰색, 갈색, 회색, 보라색, 적갈색, 검은색 등 형형색색의 콩돌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돌의 알갱이들이 작으니 맨발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여름철 휴가 성수기에는 뜨겁게 달궈진 콩돌해안에는 콩돌의 감촉도 즐길 겸 발찜질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북적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파도에 쓸려갔다 밀려들며 내는 콩돌들의 화음은 자연이 내는 최고의 음악이 아닐까 싶다. 자르르~ 청신경을 통해 온몸이 환희의 소리로 가득차는 듯한 쾌감, 이것이 콩돌해안의 최고 매력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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