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6시를 좀 넘었다. 세수를 하고 나와 아침 먹을 곳을 찾는다. 큰도로에서 벗어난 곳, '사랑채'란 식당에서 비싼 갈치조림을 먹는다. 아마도 이곳에서 제일 큰 식당이지 싶게 칸막이 방이 여러 개 있다.
거실에는 백하수오(큰조롱)로 술을 담은 큰 유리 항아리들이 10여 개쯤 늘어서 있어 눈길을 끈다. 약쑥과 함께 이곳 백령도에서 많이 재배하는 약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모습이다.
두무진까지 걸어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물으니, 두어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백령도 동서 길이가 12km 정도이니 그냥 걸으면 몰라도 풀꽃들 살피고 경치 구경하면서 가노라면 대여섯 시간은 걸어야 할 것이다.
마침 하늘은 옅은 구름이 덮고 있어 겉기에는 참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일정상 두무진을 빨리 둘러본 뒤 보다 두무진에서 콩돌해안으로 가로지르는 한적한 길을 걷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아침부터 땀 빼는 게 갑자기 싫어지지 뭔가.
결국 택시를 불러 두무진까지 간다.(공영버스가 있긴 하지만 자주 없어 이용에 불편하다.) '황금택시'라는 이름의 개인택시를 하는 아저씨가 봐야 할 곳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두무진은 한적하다. 빈 배들만 떠 있을 뿐 관광객이라고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어제 함께 배를 타고 온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그 외에도 들어온 배가 둘이나 더 있는데...) 유람선이라도 한번 타야겠다 생각했는데 틀렸다. 유람선 매표소에는 지키는 사람도 없지 않느냐...
건너편 능선 끝 해안에 있는 두무진 선대암. 마침 물이 빠지고 있는 해안 자갈길을 지나 산허리 숲속 오솔길로 접어든다.
숲속 오솔길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선다.
동쪽을 바라보는 능선의 언덕은 비교적 완만하고 초지가 형성되어 있어 노랑원추리 등의 풀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서쪽으로 넘어서자 비로소 두무진 선대암의 바위 절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해안을 따라 약 400m 거리에 걸쳐 발달한 이 기암절벽 지대를 선대암이라 부른다.
파도에 의해 병풍처럼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이 솟아 있어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광해군 때 이곳으로 귀양온 이대기란 분은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형제바위가 살짝 보이고...
이 바위가 장군바위
그리고
촛대바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촛대바위
서쪽 해안으로 들어서니 더욱 환상적인 절경들이 펼쳐진다.
형제바위 풍경들...
※ 백령도, 두무진, 선대암
백령도는 본래 황해도 장연군 소속이었으나 해방 후 옹진군에 편입되었다. 원래의 이름은 따오기섬이란 뜻의 곡도(鵠島)인데,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백령도(白翎島)라고 한다.
두무진이라는 이름은 뾰족한 바위들이 많아 생긴 모양이 마치 머리털 같다고 하여 두모진(頭毛鎭)이라 부르다가 후에 장군머리 같은 형상이라 하여 두무진(頭武津)으로 개칭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두무진 일대는 세립질 규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규암은 대체로 백색 또는 담회색을 띠고 있다. 규암은 약 10억 년 전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사암이 변성을 받아 만들어졌다. 긴 세월 동안 단층이나 습곡을 받지 않고 그것도 기울어짐 없이 수평층을 유지하고 있다.
규암들은 해식작용에 의하여 해안에 따라 약 30~40m 높이의 절벽 또는 바위기둥을 이루고 있고 해식동굴도 보인다. 해변에는 자갈들이 널려 있는데 일부 규암은 풍화작용에 의하여 그 표면이 약간 붉은 색을 띠고 있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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