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겨울나무 숲 언덕엔 양지꽃 노란 불꽃

모산재 2007. 12. 22. 16:28


풀꽃들의 뒷소식이 궁금하다는사람들의 반응에 대모산 언덕을 다시 찾기로 합니다.

 

 

기분 좋게 편안한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벗어버린 나무들이

푸른 하늘을 이고 겸허하게 서 있는 풍경 속으로 가만히 들어섭니다.

 

 

 

 

 

환상적인 단풍을 자랑하던 까치수영잎은 물기를 잃어버렸고

 

 

 

 

가죽나무 잎새들은 잎자루 떨켜가 꺾인 채 뒤집힌 우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조개나물 피던 자리를 찾았더니

꽃은 어느새 이렇게 바짝 말라 버린 모습입니다.

 

 

 

 

지난 번에 한참 피어나던 양지꽃도 대부분

동상 입은 잎이 벌겋게 달아올라 짓무르거나 시들어버렸는데,

 

그래도 아직 노란 불꽃들을 힘겹게 지피고 있는 녀석들이 있어

내 가슴을 감동으로 설레게 합니다.

 

 

 

 

 

싱싱하게 자라나던 솔나물도 더는 버티기 힘겨운 모습입니다.

 

 

 

 

땅바닥에 키를 낮추고 가장 늦게까지 꽃을 피우던 서양민들레도

이미 꽃은 사라진 채 마지막 씨앗을 날려 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렇게 벌건 동상을 입은 잎으로 마지막 기력을 모아

저렇게 찬란한 불꽃을 피워 올리는 양지꽃의 위대한 생명력!

 

 

 

 

 

겨울을 이겨내는 맥문동은

까만 열매와 퍼런 잎새가 모두 오기 가득한 모습입니다.

 

 

 

 

 

싸늘한 한파에도 보랏빛 불꽃송이들을 자랑하던 개쑥부쟁이도

이제 모든 것을 씨앗들에게 넘기고 생명이 잦아들었습니다.

 

 

 


햇살 속에 반짝이는 저 씨앗들이 바로 

잦아드는 생명이 꾸는 영겁의 꿈인 듯 평화로워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불꽃을 자아올리고 있는 개쑥부쟁이가 있어

나는 한동안 그 곁에 머무르고 싶어집니다.

 

그 옆 마른 풀밭에 앉아 함께 해바라기하며...

 

 

 

 

산해박은 모두 이런 모습입니다.

 

마주난 길다란 잎들을 꼬고서 깃발처럼 펄럭이는...

 

 

 

 

우두커니 꽃받침만 남아 하늘을 바라볼 뿐

솜나물 폐쇄화가 만든 씨앗들은 대부분 풀섶으로 내려 앉은 모습입니다.

 

  

 

 

 

큰벼룩아재비도 씨앗들을 풀섶으로 보내고

텅 빈 씨방만 영겁의 하늘을 지키고 섰습니다.

 

 

 

 

무릇의 씨방도 마찬가지 모습이지요...

 

 

 

 

그늘 쪽에 있는 솜나물 씨앗 솜털의 저 질긴 질감!

 

저 칼바람에 맞서는 저항정신에서 꽃은 아름답게 피어나겠지요.

 

 

 

 

늦게까지 노란 꽃을 피워내던 미역취도

이제 씨앗들을 날려 보낼 준비가 끝난 모습입니다.

 

 

 

 

지난 번 찾았을 때 한 송이만 탐스러운 꽃을 피웠던 원추리는

나머지 송이는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하고 봉오리인 채로 얼어서 시들었습니다.

 

 

 

 

조팝나무는 이 몇 장의 단풍잎으로 아직도 가을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가을에 무성히 자라나던 수영의 잎새들도 축 늘어져 버렸습니다.

 

 

 

 

이 왕고들빼기도 아마 꽃봉오리인 채로 얼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묏등을 한 바퀴 다 돌아본 뒤

오랜만에 예전 다니던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합니다.

 

 

 

등산로 주변 컴컴한 숲속을 하얀 솜처럼 덮고 있는

사근초라는 이름까지 얻은 서양등골나물들의 씨앗들. 

 

숲을 독차지하고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 무시무시한 욕망을 어찌해야 할까요...

 

 

 

 

해가 기울어지고 공기가 서늘해지는 시간,

 

멀리 푸른 하늘에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을 이고

맑은 바람을 걸러 보내며 서 있는 나무들의 모습에 한동안 눈길이 머뭅니다.

 

 

우리의 삶도 저렇게 의연히 서 있을 수는 없는 걸까요...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가 걸어왔던 산 너머로 

하늘 가득 붉게 물들이며 지는 저녁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 앞 이야기입니다 => http://blog.daum.net/kheenn/13077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