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고향 논 언덕의 초겨울 풀꽃들

모산재 2007. 11. 29. 21:45

고향 논 언덕의 초겨울 풀꽃들

2007. 11. 25. 일요일

 

 


묘사를 지낸 후 가을걷이로 텅 비어 버린 논언덕을 거닐어 봅니다.

 

날씨가 봄날씨인가 싶게 화창하여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를 듯한데

저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을 스치는 청량한 바람이 계절을 일깨워 줍니다.   

 

 

 


제각에서 바라본 언덕 풍경입니다.

저 언덕을 넘어서 논두렁을 따라 우리 집 쪽으로 가볼까 합니다.

 

 

 


언덕 군데군데 양지꽃이 볕살보다 더 따스하게 피었습니다. 

 

 

 

 


논 언덕에는 뜻밖에도 좀가지풀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런데도 좀가지풀 노란 꽃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은 왜 없는 걸까요.

 

 

 

 


아직 볕살이 따스한지 왕고들빼기 뿌리잎은 싱싱함을 자랑합니다.

 

 

 


산발치에 피는 산국꽃이 논언덕에도 피어 있어 잠시 나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는 늘 꼴 베느라고 낫질 당하는 논언덕에

이런 산국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자라지 못했을 것입니다.

 

 

 


특이한 모습이라고 담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돌나물을 닮아 보입니다. 과연 돌나물일까요.

 

 

 

 


한 논둑에는 비슷하면서도 달라 보이는 마른 풀 셋이 동거하고 있습니다.

  

1. 이것은 무엇으로 봐야 할까요.

 

 

 

 


2. 이것은 아마도 긴 두잎갈퀴일 듯합니다.

 

추석 때에는 꽃봉오리를 보이더니 어느새 이렇게 마른 풀과 씨앗이 되었습니다.

 

  

   

 

 


3. 이것은 논둑외풀일까요, 아니면 주름잎일까요.

 

 

 

 


이것은 좀개갓냉이 씨방이지 싶어요.

 

 

 


쥐꼬리망초는 대부분 이미 마른 풀이 되었는데

바람 막아주는 언덕의 오목한 땅에서 가냘픈 꽃을 피웠습니다.

 

  

 


뜻밖에도 텅 비어 보이는 논에

네발나비와 노랑나비들이 날고 메뚜기가 뛰는 모습이 더러 보입니다.

 

이 메뚜기에게는 삶이 얼마나 더 주어지는 것일까요.

 

 

 

 

이 노랑나비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여름에 보던 남방노랑나비와 닮은 듯하면서도 색깔이 좀 다른 듯합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나비인지...

 

 

 


쑥부쟁이꽃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녀석은 제법 당당한 모습입니다.

 

아직 겨울을 말하기에는 이르지 않느냐는 듯...

 

 

 

 

 

그리고 풀섶에 가만히 몸을 낮추고 꽃을 조심스레 피우고선

열매를 맺은 이 갈퀴는 그냥 네잎갈퀴일까요?

 

잎가장자리의 털이 유난한 모습입니다.

 

 

 

 

 

장구채의 씨앗이 어떤 모습일까 하여 씨방을 살짝 뜯어 봅니다.


그랬더니 흑갈색 씨앗이 저렇게 무수한 돌기를 두르고 가득 담긴 모습이 나타납니다.

 

 

 

 

내가 지나온 논 언덕 풍경입니다.

 

 

 

 

 

 

 

 

그리고 마을 풍경입니다.

 

 

 

 

다리 저쪽 개울을 따라 가면 한가운데 고향집이 보입니다.

 

 

저래 보여도 어린 저 개울에 뱀장어도 살았고 자라도 살았습니다.

 

어떤 때에는 자라가 저 길에까지 올라와 햇볕을 쬐다가

우리가 나타나면 허둥대며 엉금엉금 개울물 속으로 풍덩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보를 파 버려 물이 별로 없지만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리 아래까지 물이 차 있어서

겨울이면 동네 아이들이 다 모여들어 썰매를 지치던 동네 최고의 놀이터입니다.

 

그리고 차들은 모두 묘사(시제) 모시러 온, 삼촌 사촌인 집안 사람들의 것입니다.

 

 

 

이것은 솜방망이 겨울나기인 듯합니다.

 

워낙 볕바라기 좋은 곳이니 무사히 날 수 있겠지요.

 

 


 

겨울 풍경에 찔레 열매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곳을 그 얼마나 많이 지나다녔던가.

 

 

 

 

파릇한 꼴 가득 망태를 지고,

풀 뜯기러 소를 몰고,

겨울에는 나무 한 짐, 

농사철엔 보리 한 짐, 나락 한 짐을 지고...

 

 

그보다 더 많이

가슴 속에 자라나고 환하게 피어나던,

그리고 알 수 없이 무거워지던...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런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