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맞이에 바쁜 풀꽃나무 풍경들 (2)
2007. 11. 17. 토요일. 대모산
풀꽃들만 살피며 무심히 발길을 옮기다 한 순간 고개를 드는데
우와, 짧은 감탄사가 절로 새어 나옵니다.
구름에 가려졌던 하늘에서 어느 새 햇살이 내리더니
역광 속으로 먼 산의 윤곽이 사라져 버린 채
눈 앞에는 키 작은 조팝나무 단풍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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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속에서 개쑥부쟁이 꽃들이 더욱 해맑은 웃음을 머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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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 개쑥부쟁이의 씨방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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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 말라버려 '하고초(夏枯草)'라고 하는 꿀풀인데
이렇게 늦은 가을에 겨울나기 풀잎을 보여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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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뒷편 묏등 언덕에는
팥배나무 낙엽을 이불 삼아 찬 바람 피하며
따스이 내리는 햇살을 오롯이 받아서 조개나물이 고운 보랏빛 꽃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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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드러난 묏등 언덕의 저 맑은 생명의 빛을
역광 속에 다시 한번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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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풀의 꽃이삭을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니
솜털 속에 작은 씨앗들이 점점이 박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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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취 꽃을 한번 더 담아 봅니다.
늦게 자라 황급히 피우느라 꽃의 수는 적은 대신 꽃송이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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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꽃을 두번 피우는 솜나물,
봄에는 작은 꽃대 끝에 앙증맞은 하얀 꽃을 피우지만
가을에는 이처럼 길다란 꽃대 끝에 꽃봉오리를 닫은 채 제꽃가루받이하고 이런 열매를 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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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막아주는 우거진 풀들이 있는 곳에서는
양지꽃이 조심스레 노란 꽃들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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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까지 다 떨궈버린 들깨풀이 줄기와 씨방까지 단풍들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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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들빼기 씨방의 하얀 털들은 돼지털처럼 거칠어 보입니다.
찬바람과 맞짱뜨는 결기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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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바른 언덕에는 이런 벼과의 풀들까지 화려한 단풍을 자랑합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보다 더 따스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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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뿌리잎만 보면 얘가 누구일까,
답을 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합니다.
이 아이가 보랏빛 층층 초롱꽃을 자랑하는 층층잔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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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서 시든 꽃을 단 잔대의 줄기와 줄기잎, 뿌리잎을 함께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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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도 겨울 오기 전 황급히 꽃봉오리를 내밀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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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풀 꽃은 이젠 정말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운 모습입니다.
꽃잎을 어금니 깨물듯 닫고선 잔뜩 움츠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꽃밥을 감추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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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꿩의다리 단풍과 열매(씨앗)의 모습을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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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눈여겨 보지 않는 좀꿩의다리 열매(씨앗)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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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시들어가는 풀밭 속에 누워
씨앗들은 봄꿈을 꾸며 기나긴 겨울을 견뎌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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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벌초하는 낫을 피하지 못한 이 용담은
제대로 자라지 못해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말라갑니다.
매서운 한파와 또 한 번의 낫질을 견뎌내고 내년 가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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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일입니까...!
잎조차 시들어 사라졌는데 노랑원추리가 긴 꽃대 끝에 꽃을 피웠습니다.
한 송이만 피었는데, 저 나머지 송이들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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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기분이 따스해지는 조밥나물 노란 꽃,
싸늘한 늦가을에 더욱 빛나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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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 꽃만 보면 나는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간 듯합니다.
첫사랑 소녀를 떠올리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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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둠 속에서 제대로 담지 못해 애썼던
그 장구채 꽃을 다시 찾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꽃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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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묏등 언덕을 다녀온 날 저녁부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이 언덕에도 몰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그 다음날은 첫눈까지 펑펑 내렸습니다.
저 아름다운 풀꽃들의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 뒷 이야기입니다 => http://blog.daum.net/kheenn/1335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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