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의 늦가을 풀꽃들 (2)
2007. 10. 21. 일
소녀 같은 청순한 모습으로 성벽에 기대선 채 꽃 피운 코스모스
이 녀석은 감국인가 했는데
설상화가 어찌나 긴지 원예종 국화가 아닐까 의심이 든다.
이 갈퀴는 3맥이 뚜렷하고 열매에 털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개갈퀴로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개갈퀴의 잎은 4~5개가 돌려난다는데, 6개가 보이니...
어느 기름나물의 열매와 포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참 특이하다.
저렇게 이상 비대한 모습을 보이는 열매가 섞여 있는 모습이 그러한데,
저렇게 큰 열매는 아마도 벌레들이 차지한 벌레집(충영)이 아닐까 생각된다.
꽃자루 모이는 곳에 선형의 포가 두르고 있는 모습도 처음으로 눈 여겨보게 되는 모습이다.
따가운 햇살을 받고 몇 송이 남지 않은 며느리밥풀꽃이 더욱 붉었다.
산초나무 열매가 제대로 익어 가종피를 벗고 열매를 드러냈다.
이 녀석은 그냥 들깨풀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조개나물 겨울나기들이 싹터 자라고 있는 것이 드문드문 보이더니
바람 없이 포근한 풀밭에 한 녀석이 아예 꽃을 활짝 피우지 않았느냐...!
봄에 피는 녀석보다 하얀 털이 더욱 많음은 쌀쌀한 공기가 심상찮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렸다.
그럼 그렇지, 조개나물이 꽃을 피웠는데
할미꽃이 가만 있을리 없다.
조개나물 꽃이 핀 바로 위 언덕에 키를 최대한 낮추고 딱 두 송이만 피웠다.
뿌리잎이 파랗게 싱싱한 것이 이 서늘한 시기에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이 쑥부쟁이는 털이 별로 뚜렷하지 않으니 그냥 개쑥부쟁이는 아닌 듯한데
설상화도 겹꽃인 양 포개져서 피었다.
민쑥부쟁이로 봐야 할지...
위의 것과 꽃모양은 다른데 줄기와 잎은 비슷해 보인다.
흰꽃을 피운 과꽃은 처음 담아보는 것 같다.
하얀 구름 흘러가는 파란 하늘, 보랏빛 꽃향유
멀리 보이는 산은 서늘해진 공기를 알아채고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머금은 산국
애기장구채도 아닌 것 같은데,
이 장구채의 꽃잎은 왜 이렇게 붉으며, 또 잎은 저렇게 가늘까...
거미고사리(거미일엽초)가 거머리처럼 길게 잎끝을 벋어서
개체번식을 하는 모습이 재미 있다.
선홍으로 물든 담쟁이
팽나무 식구로 보이는 이 녀석은 잎끝이 쐐기처럼 뾰족한 모습인데
산팽나무인지, 풍게나무인지...
산성을 돌아서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데,
어느 절 앞 축대에 낯선 풀이 보여 뭘까 하고 들여다보니
뜻밖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물꽈리아재비 아닌가...
어둠이 내리는 골짜기,
그것도 나무 숲 아래에서 깨알같이 작은 이 꽃을 담느라고 식은 땀을 흘린다.
그래도 이 늦은 계절에 꽃을 피워주는 이 녀석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줄 이어 하산하는 산객들이 웅크린 채 카메라를 대고 낑낑대는 나를 한번식 쳐다 보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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