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홍릉 수목원 풀꽃나무들의 봄빛

모산재 2007. 3. 29. 00:48

홍릉 수목원 풀꽃나무의 봄빛

2007. 03. 25(일)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9시가 넘었다.

마음 무겁게 잠을 잔 탓인지 온 몸이 천근만근이다.

가족이 두루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산이라도 타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겠지.

천마산이라도 갈까, 일단 집을 나서다가

혹시나 싶어 도사님께 전화를 하니

그냥 홍릉으로 오란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 홍릉을 들어서면 역사의 아픔이 절로 느껴진다.

 

지금은 금곡으로 이장되었지만, 홍릉은

일본의 정치깡패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친 명성황후의 능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식물학도에게 바이블이 되고 있다는

'조선식물지'의 저자인 식물분류학자 나까이,

그에 의해 홍릉수목원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강탈당한 나라에서 식물분류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1920년대

이 땅의 토종 1000여종의 풀나무들이

자신의 이름인 Nakai,

자신을 초청한 공사의 이름을 딴 Hanabusaya ,

자신의 조국, 제국주의 일본을 나타내는 Japonica 

등이 붙은 이름(학명)으로 모조리 창씨개명되었다.

 

 

역사가 어떻게 뒤틀려왔건, 인간들이 이름을 어떻게 붙였건

생명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있었다.

 

깽깽이풀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것은 엉겅퀴인가, 절굿대인가...

(나중에 확인하니 뻐꾹채이다.)

 

 

 

붉은대극

 

  

 

참반디

 

 

 

바위손과 개부처손 팻말만 보이고 부처손 팻말은 보이지 않는다. 개부처손이야 워낙 생김새가 다르니 금방 알겠는데...

 

이것이 바위손인지 부처손인지 영 모르겠단 말씀이다. 팻말에 바위손이라 되어 있으니 바위손일 테지만... 부처손을 나란히 심어 두었으면 찬찬히 뜯어 보며 비교해 보련만...

 

 

 

개부처손

 

 

 

이것은 냉초의 어린싹

 

 

 

이것도 냉초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자란 모습을 보니 현삼이다.

 

 

 

범의꼬리

 

 

 

현삼의 어린잎

 

 

 

 

까치무릇 꽃봉오리가 벙글고

 

 

 

뱀무라고 팻말이 달렸는데, 큰뱀무와는 잎 달린 모습이 좀 다른 듯도 하다.(큰뱀무 팻말은 보이지 않는다.)

 

 

 

여우오줌

 

 

 

미치광이풀

 

 

 

편백이라고 되어 있는 나무와 화백이라고 되어 있는 나무, 거리가 떨어져 있어 바로 비교할 수는 없는데 대충 보아서는 통 구분이 가지 않는 거였다. 잎의 모양이나 열매도 뭐가 다른지... 잎에 나타나는 X자인가 Y자인가 하는 모양을 따져 봐야 한다는데, 귀찮아서...

 

편백

 

 

 

화백

 

 

 

병개암나무 암꽃과 수꽃을 처음으로 본다. 개암나무에 비해 땅에서 훨씬 많은 줄기들이 하늘을 향해 자라고, 수꽃이 짙은 갈색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암꽃은 비슷한 모양이다.

 

 

 

 

꽃단풍, 이름처럼 꽃이 화려하다.

 

 

 

 

기름나무 (Parabenzoin praecox)

 

생강나무와 매우 닮았는데, 꽃이 훨씬 작고 향기도 미미하다. 일본 원산으로 일본 혼슈, 시코쿠, 큐슈 등지의 산야에 자생하는데 높이 3m 정도로 자란다.

 

 

 

대모산의 풍년화에 비해 꽃잎이 가늘어 보이고 노란 색깔이 묽다. 

 

 

 

같은 조록나무과인 토종 히어리와 일본에서 들어온 도사물나무, 일행물나무가 나란히 꽃을 피우고 있는데,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일행물나무는 꽃이 잘고 다닥다닥 달린 점이 한눈에도 차이가 나 보이는데 히어리와 도사물나무는 세밀하게 관찰하기 전에는 도저히 구별할 수 없을 것 같다.

 

히어리는 만개하였는데, 도사물나무와 일행물나무는 아직 덜 피어 관찰에도 한계가 있어 그냥 사진만 몇장 찍어 둔다. 

 

히어리

 

 

 

 

도사물나무

 

 

 

일행물나무

 

 

 

 

섬노루귀

 

거의 끝물이라 꽃은 헤벌어지고 잎이 무성하게 자랐다. 앙증맞은 소녀 시절을 다 보내고 이제 아줌마 같은 모습이다.ㅎ~

 

 

 

숲속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요 녀석은 누굴까... 직박구리?

 

 

 

숲 언덕에 자라고 있는 이것은 뭘까...

 

 

 

분홍미선나무

 

 

 

이것은 무슨 나무의 열매이지... 염주나무일까?

 

 

 

계수나무 가지에도 꽃이 피려고 하고 있다. 암술 수술이 보이려면 한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영춘화 꽃은 한창이다. 푸른 새잎도 조금씩 내밀고 있다.

 

 

 

바위남천, 이게 뭔지 몰라 궁금해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분이 바위남천이라고 알려준다. 이곳엔 내공 깊은 분들이 많이 찾는 모양이다. 바위남천을 아는 분이라면 보통 경지는 아닐 텐데...

 

 

 

좀매화나무도 꽃이 피었다. 워낙에 매화가 많이 보급되어서 다소 식상한 터인데, 이것은 나무 줄기와 작은 꽃봉오리가 고전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 느낌이 참 단아하다.

 

 

 

 

새양버들

 

 

  

 

구슬댕댕이

 

 

 

이것도 구슬댕댕이일까...

 

 

 

홍매화, 화려하다 못해 섹시하다. 그런데 왜 벌나비는 보이지 않느냐... 

 

 

 

빈카 마이너가 벌써 피는 건가...

 

 

 

뿔남천

 

 

 

3시간 가까이 머물다 나오니 점심 시간이 너무 늦었다. 묵밥이 맛있다 하여 근처 묵밥집에서 대야에 가득 담긴 묵밥 한 그릇에 동동주 한 잔 한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내 걱정을 덜어 주려는 도사님의 배려가 고맙다.

 

 

 

홍릉수목원의 역사

 

1922년 서울 홍릉에 임업시험장이 설립되면서 나까이와 그의 수제자 정태현 등과 함께 전국 각지로부터 종자 및 묘목을 수집하면서 수목원의 체계가 세워졌다고 한다.

 

초기에는 버드나무원, 오리나무원, 고산식물원, 관목원, 약용식물원 등으로 관리되어 왔으나, 한국 전쟁 중에 대부분의 수목원이 파괴되었다.

 

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다시 수목원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 되었으며 이에 따라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목원, 외국수목원 및 약초원, 고산식물원 등으로 구분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전문적인 수목원이 되기까지 1922년부터 전국의 식물을 산지별로 수집한 나무할아버지 김이만('85년 타개)옹과 임업연구관 조무연('88년 타개), 한상배('98년 퇴직) 세분의 공적이 지대하였다.

 

1948년까지 수집 보존된 석엽표본은 목·초본 식물을 합하여 약 4,000여종(약 30만 여점)에 달하였으나 한국전쟁 중 모두 소실되었다. 그 후 북한에 자생하는 일부 수종을 제외한 남한에 분포하는 수종은 대부분 수집을 완료하여 표본관을 복구하였다.

 

이곳은 조선왕조 고종의 왕비인 명성황후의 능(1897년)인 홍릉 』이 있었던 곳이므로 홍릉수목원 』이라 이름 붙여졌으며 지금은 경기도 금곡으로 이장되어 터만 표시되어 있다.

 

총 157과 2,035 종(목본 1,224종 : 국내종 836 종, 국외종 388종 / 초본 811 종) 의 식물 20여만 개체를 전시하고 있다. (홍릉수목원 홈페이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