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앉은부채는 만났는데, 노루귀는 못 보고...

모산재 2007. 3. 4. 12:05

앉은부채는 만났는데, 노루귀는 못 보고...

2007. 03. 03

 

 

봄비가 흠뻑 내렸다.

따스한 겨울이라고 난리를 쳐도 풀꽃들은 좀체로 꼼짝하지 않는다.

풀꽃들은 좀 춥더라도 빗방울이 더 반가운 것이다. 

아마도 이번 비로 풀꽃들이 다투어 꽃봉오리들을 매달 것이다. 

오늘 등산은 앉은부채와 노루귀 꽃을 만나 보는 것이 목적이다.

함께 가겠다던 분이 바쁜 일로 어렵다하여 혼자 오르기로 한다.

  

 

봄비 내린 직후의 산이라 입구부터 봄내음이 가득하다. 아직 정오 무렵의 이른 시간인데도 주말을 맞아 이미 산을 넘어온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등산로 입구에서 오동나무 열매를 담아본다. 예전에 그냥 무심코 보아 넘겼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무슨 열매가 저렇게 다른 모습으로 두 가지 종류가 달렸는가...

 

알고 보니 앞에 보이는 큰 놈이 열매이고 조랑조랑 달린 작은 열매는 열매가 아니라 꽃봉오리였다. 세상에 무슨 꽃봉오리가 늦가을 가지 끝에서 쭉 자라나 맺히고 겨울을 난단 말인가. 보송보송 갈색의 털도 결국 겨울을 안전하게 나기 위한 월동장치였던 셈... 5월이 되면 하늘 닮은 연보라빛 꽃이 피겠지.

 

 

 

무심코 다니던 길 입구, 땅바닥에 오리나무 수꽃이 잔뜩 떨어져 있어 주위를 살펴보니 물오리나무가 보이지 않는 거다. 너무 이상해서 다시 두리번거리는데, 이렇게 엄청난 거목이 딱 버티고 서 있다. 아무리 봐도 낯익은 오리나무 수형이 아니잖는가..

 

 

 

수피를 살펴보니 엄청 거칠다. 오리나무는 이렇게 두텁고 거친 모습이 아닌데... 물론 이렇게 아름드리로 자란 것을 보지도 못했지만. 

 

 

 

그런데 가지에 달린 수꽃은 분명 오리나무와 닮았다. 그리고 달려 있는 열매도 닮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 이것이 뭔가. 아마 말로만 들었던 물갬나무일지 모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잎이 길쭉한 오리나무이다.

지금껏 물오리나무를 오리나무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오리나무 =>  http://blog.daum.net/kheenn/11606984

물오리나무(산오리나무)는 워낙 흔한데 오리나무는 만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혼자서 성급하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진달래

 

 

 

등산로 언덕에 재미있게 생긴 솔이끼 포자낭이 있어 담아 봤다.

 

 

 

자세히 보니 포자낭 머리가 깍두기 자르듯한 모습이다. 운남성 타이족들의 북처럼 생겼다. 보통 깔때기 모양의 머리가 있는데, 그 부분이 포자로 떨어져 나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 모습인지... 나중에라도 확인해 봐야겠다.

 

 

 

골짜기 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그런데 군데군데 이렇게 깊게 땅을 파헤쳐 놓았다. 칡덩굴이 보이니 칡뿌리를 캔 모양이다.  

 

 

 

이게 국수나무 열매라는 거다.

 

 

 

개암나무 수꽃이 늘어져 있길래 혹시나 하고 살폈더니 가지 끝에 암꽃이 빼곰 얼굴을 내밀었다.

 

 

 

자세히 담았더니 요런 모습이다. 첫사랑처럼 어여쁜...

잎자루 떨어져 나간 자리, 상처처럼 남은 흔적 위에서 그 아픔을 달래 주듯이...  

 

 

 

얼음은 다 녹았고, 숲속은 봄비 맞은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낙엽 속에서 싹과 꽃망울을 내밀기 위한 준비로 술렁이는 듯하다.

 

 

 

생강나무는 한 주일쯤 더 기다려야 꽃을 피울 것 같다.

 

 

 

아직 골짜기에는 이끼들과 고사리 종류들만 푸를 뿐, 더 이상 꽃은 보이지 않는다.

 

참깃털이끼겠지.

 

 

 

포자가 이렇게 다닥다닥 붙은 녀석이 족제비고사리였던가...

 

 

  

 

이 이끼는 뭔고...

 

 

 

그냥 깃털이끼라고 할까.

 

 

 

참깃털이끼로 보이고,

 

 

 

혹시 봉황이끼라는 것 아닐까...

 

 

 

노루귀가 자생하던 곳을 둘러봐도 두터운 낙엽뿐, 흔적이 없다.

 

찔레나무도 움에서 싹을 내밀고 있군.

 

 

 

죽은 나뭇가지는 이끼로 옷을 입었다.

 

 

 

 

그리고 앉은부채가 군락을 이루던 곳을 찾았는데, 두터운 낙엽만 가득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거다. 실망스러워 푸른 잎을 자랑하는 이 녀석을 담아 본다.

 

이 녀석 이름이 비늘고사리 같다고 하는군.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지..., 싶어 다시 앉은부채 있던 자리로 가 쪼그리고 앉아서 살펴보니,

 

그럼 그렇지.

 

이 녀석들이 낙엽을 머리에 얹은 채 쏘옥 쏙 무더기로 올라와 있지 않느냐. 이불을 살짝 걷어 주고 이 녀석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늘쪽 숲속인 데다 날씨가 잔뜩 흐리고 안개까지 덮고 있어서 플래시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것이 아쉽다.

  

 

 

도깨비방망이 같은 꽃이 살짝 보이고,

 

  

  

 

요 녀석은 한쪽에 푸른 잎사귀가 훌쩍 자랐다.

 

 

 

도깨비방망이엔 꽃가루가 가득

 

  

 

열심히 담은 후 다시 낙엽 이불을 살짝 덮어 준다. 혹시 사람들 눈에 띄어 수난을 당할까 싶어...

 

그리고 반대쪽 골짜기에 혹시 피었을지도 모를 노루귀를 기대하며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성벽을 향해 오른다.

 

지난번에 만났던 다람쥐일까? 40만이 넘는 사람들이 조회하는 매스컴을 탄 것을 안 것인지, 요 녀석이 지난 번과 비슷한 위치에서 말똥말똥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느냐. 쪼르르 몇 m 가다간 돌아보고, 하기를 반복한다.

 

 

 

 

산성 따라 걷는 길

 

 

 

 

이게 뭐엿지...

 

 

 

개암나무 꽃이 예뻐서 한번 더 담아 본다.

 

 

 

 

어린 싹이 벌써 벌레들에게 시달리는지...

 

 

 

 

산누에나방 종류의 고치, 자주 보이는군.

 

 

 

병아리처럼 싹튼 귀룽나무 새싹

 

 

 

남문

 

 

 

다시 노루귀 있던 자리를 찾아서 아무리 살펴봐도 흔적이 없다. 넓은잎의 낙엽이 너무 두텁게 덮여 있어 꽃줄기가 제대로 나올 수나 있을까 싶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귀룽나무 푸른 새싹을 담아 본다.

 

 

 

오늘은 유난히 다람쥐들이 나를 반기는군.

내려오는 길에서 한동안 나를 위해 포즈를 잡아준다. 나는 저 놈의 발과 발가락이 귀엽더군.

 

 

 

 

어쨌거나 산 속에 가득한 봄기운을 느껴서 기분은 좋다.

 

앙증스러운 개암나무 암꽃, 도깨비방망이 같은 앉은부채꽃을 만났고, 그리고 다람쥐들의 환영을 받았으면 됐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