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서울 대모산, 드디어 봄꽃 상륙

모산재 2006. 3. 6. 23:42

지난 토요일(3월 4일) 오후.

 

수서역에서부터 대모산을 올랐다.  복수초다, 변산바람꽃이다, 남쪽으로부터 꽃소식이 속속 당도하건만 서울의 꽃소식은 온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봄을 찾아 나섰건만, 산속의 풍경은 낙엽 쌓인 겨울 풍경 그대로였다. 생명은 겉보기엔 미동도 없다.

 

생명들의 봄소식을 찾으러 양지바른 쟁골과 못골을 넘어가 보았다.  작년 12월에도 많이 보였던 무덤가 조개나물 어린 싹은 종내 보이지 않고 빛깔 잃은 잔디만 낙엽을 이고 있을 뿐이다. 들판 언덕의 벼룩나물과 꽃다지들도 푸른 싹만 내민 채 꽃소식은 없다. 가끔씩 겨울을 무사히 넘긴 개망초의 푸른 잎들이 봄을 느끼게 할 뿐...

 

실망의 마음으로 큰 채로 대모산을 내려오다 자연학습원을 돌아보기로 한다. 입구 풍경은 산수국 마른 이삭들만 보이는 여전한 겨울 모습이다. 산괴불주머니가 푸른 싹을 제법 키우고는 있다. 꽃은 좀더 기다려야겠지만...

 

 

산괴불주머니 

 

 

 

군데군데 이끼들도 자신들의 꽃인 포자낭을 피우고(?) 있다.

 

 

 

불국사로 향하는 길로 5분쯤 접어들었을까...

 

아니, 이럴 수가!  비탈길 양 옆에 노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생강나무꽃이 벌써 피었나, 아니, 산수유가 피었구나! 하고 다가가보니, 생강나무도 산수유도 아니고 풍년화가 피었다. 다닥다닥 탐스럽게 꽃이 핀 모습이 풍년을 연상하게 해서 이름지어진 풍년화! 

 

봄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피러 왔다가 마음이 초조해진다. 카메라가 고장나 수리 입고중인데...

 

다음날인 어제(3월 5일) 급히 후배의 카메라를 빌려 대모산을 다시 오른다. 어제보다 봄기운이 더욱 완연해진 따스한 날씨에 풍년화엔 무수한 벌들조차 잉잉대고 있다.

 

 

풍년화

 

 

 

 

 

 

<풍년화>

장미목 조록나무과의 넓은잎이 지는 큰키나무로 일본이 고향이다. 중부 이남에서 관상수로 기른다. 4월에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빠르면 2월, 대개는 3월에 꽃이 핀다.

 

 

풍년화를 담은 기쁨에 다시 산을 넘어 교수마을 쪽 들길로 접어든다.

세상에! 어제 안 보이던 별꽃, 봄까치꽃(큰개불알풀의 다른 이름), 냉이꽃, 꽃다지 등이 앙증스럽게 꽃을 피웠다.

 

별꽃

 

 

 

 

봄까치꽃(큰개불알풀)

 

 

 

꽃다지

 

 

 

 

냉이꽃

 

아쉽게도 초점이 안 맞았습니다.

 

 

 

다시 되넘어오는 산길 참나무 숲속엔 낙엽을 이불 삼아 겨울나기에 성공한 노루발풀이 봄맞이를 하고 있다.

 

 

노루발풀

 

 

 

내친 걸음에 양재천까지 걷기로 한다.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깃든다. 양재천 뚝방엔 희미하지만 개나리들이 독립 만세 거사를 준비하고 있다.

 

 

개나리꽃망울

 

 

 

겨울을 넘긴 개망초 잎들이 푸른 빛을 띠기 시작하고, 애기똥풀도 새싹을 내밀고 있다. 곰보배추(배암차즈기)와 달맞이꽃은 제법 통통하게 봄빛을 자랑하고, 지칭개, 뽀리뱅이 등의 잎사귀들도 제법 너풀너풀 자랐다. 봄까치꽃(개불알풀)들도 잎들의 반은 동상 입은 칙칙한 잎을, 반은 푸른 새잎을 달고 희미한 꽃들을 달았다.

 

 

뽀리뱅이

 

 

 

달맞이꽃

 

 

 

지칭개

 

 

 

개불알풀

 

 

 

꽃과 함께 서울의 하늘 아래에도 봄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