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 겨울 관매도 (1)
2006. 02. 16
동료들과 2박 3일간의 관매도 여행!
새벽같이 일어나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서해안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오후 2시 진도의 팽목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이 한번밖에 없다는 정보에 바쁘게 달려야 했다.
'홍도 사람들이 웃고 찾았다 울고 돌아간다'는 아름다운 관매도를 향해...
페리에서 본 팽목항
진도읍을 지나 남서쪽으로 20여분 달리면 한적한 팽목항에 도착한다. 점심 먹을 틈도 없어 근처 횟집 가게에서 1500원 짜리 컵라면(자리값과 김치값 포함이겠지)으로 요기를 한다.
텔레비전에서는 멕시코와의 월드컵 대표 평가전이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로 1:0 앞서고 있는 경기를 보며 실소하다.
바람이 몹시 불고 날씨도 흐릿하다. 풍랑주의보가 내렸다는 소문인데, 다행히 배는 떴다. 추위에 모두들 여객실 방으로 들어가 벽에 기대기도 하고, 온돌 바닥에 드러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한다.
하조도 선착장
팽목항을 출발한 지 삼십여 분 지났을까? 배는 하조도의 항구에 닿았다. 함께 타고 왔던 대부분의 승객들이 썰물 빠지듯 내리고, 여객실에는 우리 일행을 비롯해 얼마되지 않은 사람만 남았다. 여름에는 배가 대여섯번 든다는데, 겨울은 단 한번 배가 들 정도로 쓸쓸한 풍경이다.
저 도로 너머에 조도면 소재지가 있다. 조도는 상조도와 하조도로 나뉘어 있는데, 대교로 연결되었다. 그 다리 아래로 다시 30여분을 더 가면 관매도가 나온다.
멀리 하조도의 섬이 두르고 있어 바다를 호수인 듯한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드디어 관매도에 도착했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어지고, 파도가 해안을 때린다. 왼쪽 1구 방향이 우리 숙소가 있는 마을이다. 짐을 들고 들어서니 금방 관매 제1경인 해수욕장이 그린 듯이 나타난다.
넓은 백사장과 솔숲이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운데, 백사장은 쓰레기로 덮였다. 사랑을 잃어 버린 사람의 방치된 모습처럼...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추위를 달랠 겸 가볍게 포도주 한잔하고 섬 구경하기로 한다. 귀를 때리는 바닷바람을 당할 수 없어 섬의 앞쪽 관매제1경인 해수욕장은 포기하고, 바람을 등지고 마을 너머로 향한다.
마을을 지나자마자 커다란 솔숲이 나타난다. 이 솔숲은 관매해수욕장을 울처럼 두르고 있는데, 우리 나라 해수욕장 송림으로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솔숲에 그림처럼 안겨 있는 학교가 나타나는데, 교문엔 초등학교와 중학교 분교 이름이 다 걸려 있다.
솔숲에는 상록 덩굴나무 송악들이 경쟁하듯 소나무를 타오르고 있고,
복원되고 있는 풍란
한때 이 섬은 풍란으로 뒤덮였다고 할 정도로 풍란이 지천인 섬이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순사들이나 교원들이 이 섬에 부임하면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풍란을 가마니째 캐오도록 했다고 한다. 그 대가로 운동화 한 켤레씩 주었다나.
해방 후라고 달라졌겠는가! 관매도엔 풍란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바닷가 벼랑에 몇 포기 겨우 눈에 띌 정도가 된 최근에야 풍란 복원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고 한다.
해수욕장 솔숲에 배양 육종한 풍란을 아래 사진처럼 붙들어 매어 착근시키고자 했다. 나무 꼭대기엔 제법 착근이 잘 되어 자라고 있는 풍란들 모습이 보기에도 참 좋다. 그런데, 섬을 찾는 외지인들이 이 풍란조차도 건드리는 모양이다. 손이 닿는 나무 둥치의 풍란은 반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마을 너머 동쪽 바닷가 풍경들
바닷가에서 동북 쪽으로 이동하며 보이는 풍경들을 담았다. 관매도 제2경인 방아섬이 보이는 위치에까지 갔다가 바다가 내려보이는 해안 산길을 타고 되돌아오다.
관매 제2경, 방아섬과 남근바위
저 멀리 관매 8경 중 제2경인 방아섬과 남근바위가 보인다. 관매도의 동북쪽에 있는 섬이다.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정상에는 남근을 닮은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 섬을 지날 때면 처녀들은 얼굴을 붉히고 아주머니들은 웃음바다를 이룬다는 곳이다.
쓰레기 나뒹구는 관매도
아름다운 관매도이지만 해안 오염은 걱정될 정도이다. 어구, 스티로폼, 페트병, 신발짝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종류의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는 관매도!
마을의 생활 쓰레기들조차 수거해가지 않아 갈 곳이 없으니 바닷가 언덕은 쓰레기 하치장이 되고 있다. 국립공원인 관매도, 다도해상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는 뭘 하고 있는 건지...
마을로 돌아오는 길의 풍경들
띠풀이 무성히 자란 들판 습지
마른 풀을 뜯고 있는 염소들
마을 뒤에서 바라본 솔숲. 해수욕장 솔숲으로선 우리 나라 최대의 규모라고 한다.
마을 뒤 바다로 넘어가는 언덕 길
해거름의 마을 풍경
다시 학교 앞 마을 골목을 지나오는데, 중학교 1학년 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 셋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꾸벅 꾸벅 인사를 한다. 낯선 외지인에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관매 제1경 관매해수욕장의 해질녁 풍경. 관매해수욕장의 일몰이 아름답다더니 흐렸다가 조금 갠 하늘빛이 인상적이다.
민박집에서 병어회와 함께 소주 한잔
☞ 다음 글에서 계속 => http://blog.daum.net/kheenn/6989653
※ 관매도에 대하여
230여 개의 유·무인도로 이루어진 전남 진도군의 섬들 중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섬이다. 조도군도의 맨 남쪽에 위치한 이 섬은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관매도 선착장에 발을 내딛으면, 맨 먼저 아름드리 솔숲에 둘러싸인 관매도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솔숲은 본래 백사장의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된 방사림(防沙林)이다. 약 2km에 이르는 백사장 주변의 3만평의 넓이에 50~100년생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사시사철 늠름하면서도 푸른 자태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스럽다. 완만하게 경사를 이룬 백사장에는 바람에 날릴 만큼 가늘고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서 맨발로 그 위를 걸으면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발바닥에 확연히 전해온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해수욕장의 북쪽 끝머리에는 부안 채석강을 닮은 해식절벽의 장관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나게 한다.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수성암층이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오랜 세월에 걸친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파식동굴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어, 신비감을 더욱 짙게 자아낸다. 그리고 밀물 때에 물속으로 잠겼다가 썰물때에 물 밖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난 바위에는 거북손, 홍합, 굴, 다시마, 파래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관매도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장려한 일몰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장관이다. 불타는 듯 온 천지를 물들였던 태양이 바다 속에 잠기면 이내 칠흙 같은 어둠이 무겁게 깔리고,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밤하늘엔 초롱초롱한 별빛이 쏟아진다. "쏴~아 쏴~아" 어둠 속에서 새어나오는 파도소리가 밤새껏 귓가에 부서진다.
관매도의 여러 경관 중에서도 특히, '관매팔경'이 볼 만하다. 관매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섬 주위를 한바퀴 돌면 관매팔경의 경승지를 모두 구경할 수가 있다.
아득한 옛날 선녀들이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방아섬(남근바위)', 옥황상제의 전설을 담고 있는 '돌무덤과 꽁돌', 할매도깨비가 나왔다는'할미중드랭이굴', 1m 쯤의 간격을 두고 떨어진 높이 50여m의 두 바위섬을 잇는 '하늘다리', 여자가 쳐다보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쌍구렁이 바위' 등이 관매팔경에 속하는 비경이다. 그 밖에도 독립문, 벼락바위, 서들바굴 폭포 등도 여느 섬에서는 보기 어려운 관매도만의 독특한 절경으로 꼽힌다.
그 밖에 마을 안에는 아름드리 후박나무 (천연기념물 제212호)가 있으며, 섬 주변의 갯바위는 사계절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바다낚시터로 유명하다. 그리고 공해나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청정해역인 주변 바다에서는 돌미역, 멸치, 꽃게, 활어 등의 해산물이 많이 난다. (한국관광공사 글 인용)
※ 영화 '천년학'에 대하여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을 내년 중에 조도면 하조도·관매도 일대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7월 제작진 20여명이 현지 답사를 갖고 조도면 창유리 골목길과 관매도 솔밭길 등을 주요 촬영지로 확정했다는데, 조도 일대의 자연경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대나...
이 천년학은 장흥 출신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 ‘선학동 나그네’가 원작으로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소리꾼 아버지 밑에서 남매로 자란 두 남녀가 20년 세월을 두고 사랑을 이어가는 얘기다. 영화 서편제는 이청준의 연작 '남도 사람'에 실려 있는 3편 가운데 '서편제''소리의 빛'을 중심으로 만들었고, 천년학은 '선학동 나그네'를 중심으로 만들게 된다.
'서편제'가 소리가 중심인 영화였다면, '천년학'은 두 남녀의 지극한 사랑에 초점을 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원작자 이청준씨가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가로도 참여한다고 한다.
임권택 : 서편제'는 영상의 힘으로 소리가 눈에 보이도록 찍자는 것이 초점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소리보다는 오누이의 비극적이고 애틋한 사랑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눈먼 소리꾼 누이, 소리가 싫어 북채를 놓고 도망간 남동생'이라는 설정은 전편을 이어받고 있습니다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소리로 승화되는 모습을 그릴 겁니다. 눈먼 소리꾼 누나에게 제대로 된 북재비가 붙을 리가 없으니, 동생이 사랑 때문에 다시 북채를 쥐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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