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실크로드(10) 쿤룬산맥의 고원 호수, 카라쿨 호수

모산재 2014. 8. 7. 08:43

 

8월 3일(목) 카스- 카라쿨 호수

 

 

 

 

7시에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한 다음, 8시 30분 호텔을 출발한다.

 

오늘 일정은 파미르 고원 입구에 있는 카라쿨 호수를 다녀오는 일. 카라쿨 호수는  카슈가르 남동쪽 191km 지점에 있는데, 쿤룬산맥에서 빙산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스타거봉(7546m) 기슭 해발 3600m에 자리잡고 있는 고원 호수다.

 

 

 

카슈가르 시내를 벗어나자 소부현(疏府縣)임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G314 국도를 따라 남동쪽 길을 따라 줄곧 달리면 카라쿨에 이르게 된다. 카슈가르를 출발해 이슬라마마드에 이르는 이 국도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라 부르기도 한다.

 

 

 

차는 길가의 과일 가게 앞에서 섰다. 황갈색은 아니지만 하미과도 사고 자두와 복숭아 등도 산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근처에서 빵 굽는 모습을 구경한다. 화덕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빵의 모양이 일반적으로 평평하게 굽는 위르인들의 전통 빵인 난(饢)과는 다른 독특한 모양이다.

 

 

 

 

 

 

다시 차는 출발하고 국도는 넓은 강을 끼고 계속 달린다. 

 

지도를 통해 확인해 보니 이 강은 가이즈강(盖孜河)인 듯하다. 카라쿨 호수가 있는 쿤룬산맥의 설산에서 발원한 물이 백사호를 지나 커다란 물줄기를 형성한 것이다.

 

 

 

 

 

산이란 산은 풀 한포기 없는 바위 사막. 잿빛 산으로만 이어지더니 붉은 산이 나타난다.

 

 

 

 

 

 

 

차가 멈추고 잠시 휴식을 하는 사이에 본 두 가지 나무.

 

탱자나무처럼 긴 가시가 발달한 콩과의 관목, 낙타풀에 붉은 꽃이 피었다. 오아시스 지대인데다 꽃이 낯설어 미처 낙타풀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나무에는 대추 크기만 한 열매가 달렸는데, 줄기에 가시가 없는 점이나 잎맥의 모양은 대추와는 전혀 다르다. 크기는 다르지만 열매의 모양이나 무늬, 그리고 잎 모양은 보리수를 닮았다.

 

 

 

 

이 나무의 정체가 무엇일까.

 

사막 식물들을 검색하다가 이것이 사막보리수나무(oleaster)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사막대추라는 뜻에서 '사조(沙枣)나무'라 부르는데, 영명은 러시안 올리브다. 검색을 통해 꽃을 확인하니 보리수나무 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맛은 대추맛이 난다. 우리 보리수나무도 향기가 좋은데 카슈가르 시내에 이 나무가 흔해 꽃이 피면 이 꽃 향기로 뒤 덮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막보리수나무는 향비와 관련된 나무다. 향비의 몸에서 항상 향기가 났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녀가 늘 향기로운 사막보리수나무 꽃을 몸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향비는 어렸을 때부터 이 꽃과 열매로 목욕하고 품고 잤다고 한다. 랍 기포드의 <차이나 로드>에 따르면 향비는 은색 잎에 열매가 금색인 나무를 늘 그리워했다고 하는데, 건륭은 카슈가르에 사람을 보내 보리수나무 또는 은색 잎 모래 대추나무로 알려진 그 식물을 가져오도록 명했고 이에 향비는 만족해 했다고 한다. '카슈가르가 살 만한 것은 사조나무꽃이 있기 때문이다' 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사막보리수나무의 향기가 좋다고 한다.

 

 

 

강의 상류가 갈수록 수량이 많아지고 물은 시커먼 흙탕물이다.

 

 

 

 

 

 

11시 반쯤, 가이즈춘(盖孜村) 검문소에 도착한다. 국경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여권을 내고 외국인 등록을 확인한다. 해발 2,400m 지점이다.

 

 

 

 

 

※카라쿨 가는 길 안내도(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표기한 것임)

 

 

 

지도에는 서쪽 타지키스탄에 커다란 카라쿨 호가 표시되어 있는데, 우리가 찾은 중국 신장의 카라쿨 호수와는 다른 호수다. 

중국 여행객들이 찾는 카라쿨은  카라코람 하이웨이 G314가 지나는 곳에 있다. 

 

 

 

 

넓은 강에서 계곡으로 들어서며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한낮에 가까워진 계곡물은 거센 물살을 이루며 흘러내린다. 아마도 빙하가 녹아 수량이 점차로 증가하기 때문이리라.

 

 

 

 

 

 

어느덧 시야에 설산이 들어선다. 아마도 카라쿨 호수의 동쪽에 솟아 있는, 7,749m 높이를 자랑하는 콩구르봉(公格尔峰)이지 싶다.

 

 

 

 

 

쉼터인지 가게인지 모를 이곳을 지나면서 골짜기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는 듯 시야가 넓어진다.

 

 

 

 

 

 

이런 작은 개울을 얕보고 건넜다 아차하면 건너오지 못할 상황을 만날 수 도 있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에 만년설이 녹아내려 수량이 급속도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해발 3,400m 지점, 산기슭을 한참 오르다 눈부신 산 속에 갇힌 호수를 만난다.

 

백사호(白沙湖)다.

 

 

 

 

눈이 내린 듯하면서도 햇살 속에 형체를 또렷이 보이지 않는 산은 몽환 속에 잠긴 듯한데, 호수 또한 어디서도 보지 못한 묘한 색깔을 띠고 있다.

 

이 호수를 어떤 이는 '백사호(白沙湖)'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쿰타흐(모래산이라는 뜻이란다) 호수'라 부르며, 또 어떤 이는 '유사하(流沙河)'라 부른다. 흰 모래 호수, 모래가 흐르는 강이라는 이름처럼 산은 온통 하얀 모래로 덮여 있다. 마른 호수의 모래가 수만 년 세월 동안 바람에 날려 쌓이고, 그 모래는 다시 호수로 흘러내리는.... 그런 모습이 저절로 연상되는 풍경이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하지만, 이곳은 <서유기>에서 삼장법사(현장)가 사오정을 만난 곳이란다.

 

 

 

 

 

저 멀리 호숫가에 있는 당나귀들 모습을 줌으로 당겨 본다, 그런데 다리가 참 이상하게도 생긴 녀석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세상에... 이 녀석이 백주 대낮에 풀은 안 뜯고 딴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게다. 당나귀 거시기,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

 

 

 

 

 

 

백사호를 지나니, 동쪽으로 설산인 콩구르봉(公格尔峰)이 환하게 보이고, 바로 아래로는 강시와 강(康西瓦河)이 흐른다. 이 강은 바로 아래에서 일부 백사호로 유입되기도 하는 물이다.

 

 

 

 

 

강시와강을 떠나 길은 비탈진 넓은 초원의 평전을 거슬러 오른다.

 

 

 

 

 

 

언덕을 올라서자 검은 물빛의 넓은 호수가 나타난다. 바로 카라쿨이다.

 

 

 

 

 

작은 카라쿨이라는 소카호를 지난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카라쿨(喀拉库勒湖) 호숫가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파미르 고원의 일부인 동파미르에 속한다.(파미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파미르는 타지키스탄에 속해 있다.) 서파미르는 중심부의 설봉들을 빼고는 대부분 고원 구릉 형태지만 동파미르엔 산들이 높이 솟아 옥황상제나 서왕모, 마고할미와 같은 신들의 거소인 곤륜산을 이룬다. 이 산들을 휘돌아 실크로드는 인도로 이어진다. 혜초와 현장이 넘었던 총령(蔥嶺)이 바로 파미르다.('蔥'이 '파'라는 뜻이니,파미르란 말의 어원을 '파고개'란 뜻의 '파마루'로 설명하기도 한다)

 

 

카라쿨 호수는 쿤룬산맥의 무스타그봉(慕士塔格峰) 아래 쑤바시(苏巴什) 초원 해발 3,600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이 호수는 무스타그봉(7,546m), 콩구르봉(7,749), 콩구르지우베봉(7,530m) 등 3개의 만년 설산에 둘러싸여 있다.

 

'카라쿨'은 키르기즈어로 '검은 호수'를 뜻한다. 구름에 덮혀 있는 무스타그타산이 비쳐 호수면이 검은 빛을 띤다 하여 키르기즈인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제일 깊은 곳은 수심 30m란다. 여름철 수온은 12℃ 정도이지만 1년 중 절반은 얼어붙은 모습이라 한다.

 

 

 

 

 

 

 

우선 호숫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 더러는 말을 타러 나섰고, 더러는 산책을 하러 나갔다.

 

 

 

 

 

호수 주변의 초원을 '수바시 초원'이라 하는데 양들과 야크, 당나귀들이 떼를 지어 풀을 듣고 타지크인과 키르키즈인들의 천막집들과 목조가옥 그리고 등반객들의 캠프가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 카라쿨을 떠나 돌아가야 하는 시간,

카라쿨 호수를 지나 파키스탄으로 넘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카라쿨 호수를 지나면 국경 도시이자 타지크인의 자치현인 타시쿠르간에 이른다. 타시쿠르간을 지나면 파키스탄과의 국경인 해발 4,693m의 쿤저랍 고개(Kunjerab Pass)에 이른다. 이 길이 바로 '카라코람 하이웨이'로, 국가 간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속도로이다.

 

쿤저랍 패스는 수 세기 동안 캐러밴들이 이용한 길이다. 사람이나 말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고 가파른 길이었던 곳으로, '피의 골짜기'란 뜻을 가진 쿤저랍은 산적들의 습격과 약탈로 희생된 캐러밴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카라쿨에서 내려서는 길,

오전과 달리 하늘 빛이 선명한 푸른 빛으로 드러나고 구름과 콩구르봉의 만년설도 그에 대비를 이루며 흰 빛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그런데 군데군데 도로가 막혀 포크레인이 나타날 때까지 애를 먹어야 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열에 설산의 눈이 녹아 갑작스런 홍수가 나면서 토사와 암석이 도로를 덮쳤기 때문이다. 

 

 

 

 

 

강물은 오전에 비해 훨씬 거센 물살을 이루며 흘러내리고 있다.

 

 

 

 

 

다시 홍수로 토사와 암석이 흘러내려 곤죽이 되어 막혀 버린 길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카슈가르에 가까워질 무렵 차창 밖으로 스치는 무덤. 아마도 타지크인의 무덤 양식으로 보인다.

 

 

 

 

 

 

카슈가르로 돌아오자마자 신장 최대의 이슬람사원인 아이티칼 청진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