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꽃섬에서 만난 덜꿩나무, 염주괴불주머니, 갯메꽃, 개질경이, 갯완두, 해당화

모산재 2009. 6. 14. 23:24

 

꽃섬에서 만난 덜꿩나무, 염주괴불주머니, 갯메꽃, 개질경이, 갯완두, 해당화


2009. 05. 24. 일

 


 

 

자고 일어난 아침,

텔레비전은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 서거 관련 뉴스로 가득하다.

 

살아생전 노대통령의 정치 역정과 은퇴 후 소탈하던 생활을 담은 장면도

서거 소식에 눈물바다를 이루며 봉하마을로 몰려드는 조문인파들의 모습도...

 

 


해는 벌써 바다 위로 몇 발이나 떠올랐지만

아직도 차분한 아침빛이 서려 있는 바닷가로 나서며 섬의 대기를 마신다.

 

바다의 물은 많이 빠진 상태여서 평탄한 해안이 드러난 자갈밭을 따라 잠시 산책을 한다. 

 

언덕으로 이어지는 모래땅엔 갯메꽃이 군락을 이루었는데 아직 꽃은 피지 않았고

올려다 보이는 숲으로는 둥글레와 우산나물이 지천인데 참신한 풀꽃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을 오르기로 한다.

 

어제 가보지 않았던 곳을 다 탐색해 보고 싶은데

정오가 못 되어 배를 타고 나가야 하니 마음이 바쁘다.

 

 

민박집 뒤 골짜기를 조금 오르다가 섬의 동쪽 방향 오솔길이 보여 접어드는데

아마도 덜꿩나무이지 싶은 녀석들이 군락을 이루고 꽃이 지고 있는 모습으로 맞이한다. 

 

그런데 덜꿩나무로서는 비교적 모범에 가까운 잎을 가진 아래와 같은 나무가 있는 가 하면,

 

  

 

 

이것은 듬성한 잎맥도 그렇거니와 마른 듯한 잎의 질감이 보통의 덜꿩나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어쩌면 덜꿩나무가 아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데...

 

게다가 마주난 짧은 가지 끝에 두 개씩 마주난 잎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지 않느냐.

 

 

 

주변의 또 다른 나무의 꽃차례 주변을 뒤집어 살펴보니

꽃차례 바로 밑의 마주난 잎자루 겨드랑이엔 꼬불꼬불한 실오라기 모양의 턱잎 흔적이 보이고

그 위로 꽃차례가 산형으로 갈라지는 곳엔 선형의 포갈래조각이 있는데 살짝만 건드려도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더 자세히 살피니 소산경에도 실 같은 포편이 있고

소화경(꽃자루)에조차 비늘조각이 붙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실컷 만났던 은난초가 관목 숲그늘에도 종종 눈에 띄는데

키들이 대개 한뼘씩밖에 되지 않아 꼬마은난초일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이따금식 개발나물도 보이고

 

 

 

산씀바귀인지 뽀리뱅이인지 헷갈리게 하는 모습의 풀도 보인다.

 

 

 

 

산을 넘어 바닷가에까지 가 볼까 싶었지만

마음에 두었던 곳이 있으니 시간에 쫓겨 포기하고 만다.

 

 

다시 되나와 골짜기를 타고 오르며 뭔가 새로운 것을 만나기를 기대했지만

황새냉이다 싶으면서도 뭔가 좀 생소한 느낌이 드는 녀석이나 만나고 쪼그려 앉는다.

  

  

 

 

 

개별꽃도 한번 담아 보았다.

 

이곳의 개별꽃은 꽃이 한 송이만 피는데 마디마다 피던 덕적도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산달래는 꽃이 다 져버린 것인지 씨앗이 촘촘히 달린 열매만 보여 준다.

 

 

 

 

서양민들레와는 달리 흰민들레는 꽃대가 자반이나 되게 길어 보였다.

 

 

 

 

등성이를 향해 오르는 오솔길 가운데엔 반하가 꽃대를 세우고 섰고

 

 

 

 

바로 옆 맨 땅바닥에 퍼져서 자라는 이것은 기름나물인가.

 

 

 

 

고개를 넘으며 문득

이곳의 개별꽃의 뿌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고 싶어 뽑아 보니 이렇게 방추형 뿌리 하나만 달렸다.

 

 

 

종종 인터넷 상으로 뿌리의 모양으로 개별꽃과 큰개별꽃을 구별하는 법을 말하는 정보들이 떠다니는데

내가 살펴본 바로는 서로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봄이면 이곳 사람들이 가장 즐겨 뜯는 흔한 나물이 사생이나물(전호)인데

한참 꽃철인 지금 마을과 산은 온통 사생이나물 하얀 꽃들로 뒤덮혔다. 

 

 

 

  

 

마을 뒤 밭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컴프리를 만난다.

 

하늘을 배경으로 담아보니 연보라 꽃이 오동에 못지 않게 아름답지 않은가.

 

 

 

 

일구월심 꽃받침 포조각이 꽃을 받치고 있는 토종 민들레

 

 

 

꽃이 지고 씨앗을 날릴 즈음이면 꽃받침이 아래로 쳐지는가 보다.

 

 

 

 

버드쟁이나물인지 쑥부쟁인지 싶은 풀은 처음 눈에 띄어 담는데

엘시디가 눈부신 햇살에 반사되니 촬영에 애를 먹는다.

 

 

 

 

산을 넘어서 어제 갔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서 해안을 돌아 오기로 하고 산길로 접어 든다.

 

 

은난초는 참 흔하게 만난다.

 

 

 

 

어제 만났던 풀나무 외에는 딱히 새로운 것은 보이지 않고

졸방제비꽃 한 송이 만나 인사 나눈다.

 

 

 

 

길이 아닌 수풀을 헤치고 나가는데

길을 잘못 접어든 것인지 해안으로 접근하는 곳은 모두 철조망을 얹은 울타리에 막혔다.

 

하나쯤 뛰어 넘으면 되겠지 하고 넘어서 들어선 곳에는 또다시 높은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좌절,

너무 깊이 들어간 뒤 도저히 더는 넘을 수 없어 다른 방향을 찾아 또다시 울타리를 넘어 나오느라 진땀을 뺀다.

 

 

이곳 사람들은 산 속의 얼마되지 않은 평활한 땅에 울타리를 치고 염소나 닭 등을 기르거나

두릅 등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게 겨우 탈출해 나오는데 저 멀리 꽃이 핀 오동나무가 보인다.

 

 

 

 

이 섬의 자랑인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밭둑에서 꽃을 피운 뽀리뱅이를 담아 보았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섬을 따라 돌다가 갯완두를 만난다.

 

이곳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는데 딱 한 곳에서만 무더기를 이루고 꽃을 피웠다.

 

 

 

 

서쪽 갯바위가 있는 지대에서 갯메꽃을 만난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개질경이가 갯바위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꽃을 피웠다. 

 

질경이에 비해서 잎이 좁고 길며 꽃대에는 흰털이 빼곡한 것이 특징이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참나리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 작은 키에 줄기마다 영롱한 구슬눈을 꽃보다 먼저 매달았다.

 

 

 

 

 

염주괴불주머니일까, 아니면 갯괴불주머니일까...

 

 

 

열매의 모양이 잘록한 것을 보면

염주괴불주머니로 보는 게 맞을 듯싶다.

 

 

 

 

아, 그리고 이 섬에 와서 처음으로 시원스럽다는 느낌에 환호하게 만드는 해당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꿈꾸듯 화려하게 피었다.

 

  

 

 

 

점심 때가 다 되어 가는 시간

다시 뭍으로 가는 배는 들어오고...

 

배는 동남향으로 한참 난지도를 향해 달린다.

 

 


난지도 선착장 풍경

 

  

 

 

 

언젠가는 이 섬도 한번 걸어 보리라.

 

 

난지도 손님들을 태운 배는 다시 방향을 돌려 인천항을 향해 북상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