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말즘, 자운영, 벋음씀바귀, 개옻나무 꽃 피는 고향의 산과 들

모산재 2009. 6. 5. 22:30

 

말즘, 자운영, 벋음씀바귀, 개옻나무 꽃 피는 고향의 산과 들


2009. 05. 09

  

 

 

예년에는 그저 무심히만 넘기고 말던 어버이날,

지난 여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계시는 어머니 생각에 고향집을 내려가기로 한다.

 

어제 돌아가신 친척 아저씨 문상도 해야 하고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신 작은아버지 병문안도 할 겸...

 

 

금요일 고속버스를 타고 진주까지 갔다가

밤 8시 10분 우리 동네로 가는 마지막 시외버스를 탄다.

 

고속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데

한산하기만 했던 시내가 어버이날이라고 정체에 가까운 체증을 보여

까딱했으면 막차인 시외버스를 놓칠 뻔하였다.

 

승객은 열 댓 사람 정도, 대부분 고등학생들인데

단계에서는 거의 다 내리고 우리 동네로 갈 때에는 나만 덩그러니 앉았다.

 

 

자식 하나 온다고 저녁 식사도 않고 기다리던 어머니

갈치를 굽고 얼큰한 소고기국을 끓여서 밥상을 차리고서 함께 수저를 드신다. 

 

한 달만에 만난 모자는 동네 사람들 일가친척들 소식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버지 산소로 향하는 길,

 

아직 어스름이 걷히지 않은 시간

집앞을 흐르는 개울엔 말즘이 가득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고보니 말즘 꽃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말즘을 우리 고향 사람들은 '몰'이라 불렀는데

예전에는 이른봄이면 맑은 개울 속 파릇파릇한 몰을 건져

잘 헹구어선 무우채와 함께 조물조물 무쳐서 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맛에 봄기운을 느꼈던가.

 

 

햇살이 퍼지는 먼산을 배경으로

이제 한창 피어나는 지칭개꽃을 담아 본다.

 

 

 

괴불주머니 식구는 헷갈린다.

 

 



그런데 산괴불주머니와 염주괴불주머니의 구별은 의외로 쉽다.


산괴불주머니의 꽃입술은 크고 넓은데 염주괴불주머니는 작노 녹색빛이 감돈다.

 


 

 

아버지 산소에 도착해 보니

많이 우거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잡초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어머니의 손길이 많이 닿은 모양이다.

 

햇살을 받으며 금창초 한 포기가 해맑은 보랏빛 꽃을 때늦게 피우고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

 

 

 

산소 주변의 넓은 공지엔 지칭개가 숲을 이루고 있어

한 시간이 넘도록 이 녀석들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망초 개망초 못지 않는 번식력이라

아주 눈에 뵈는 족족 뿌리채 뽑아서 내다 버린다.

 

 

 

이제 모내기철을 바로 앞두고 있어서

논에 물대기하는 작업이 한창인 모습이다.

 

 

 

아직 햇살을 받지 못한 응달의 웅덩이 뚝엔

벋음씀바귀들이 꽃잎을 다문 모습으로 밀생하고 있다.

 

 

 

자운영 꽃은 이젠 한창을 지나 몇 송이 꽃만 남았다.

 

 

 

자은 도랑가엔 줄기에 털이 많은 젓가락나물도 눈에 띈다.

 

 

 

햇살 받은 논둑에선 벋음씀바귀가 금세 꽃을 환하게 피웠다.

 

 

 

암수딴그루인 새모래덩굴, 암꽃은 보이지 않고 수꽃만 가득하다.

 

 

 

꽃은 깨알만한 얼치기완두이지만 열매는 제법 의젓하게 달렸다.

 

 

 


아침을 먹고 나서 너머띠 장지로 가서 친척 아저씨 문상하러 나선다.

 

 

독뫼에서 우거진 덩굴에 만발한 노박덩굴 수꽃을 만난다.

 

 

 

논의 물이 빠지는 수로엔 개구리자리가 가득 들어서 꽃을 피웠다.

 

 

 

산길로 접어드니 길가엔 흰민들레가 간혹 보인다.

 

 

 

장지에 도착하니 벌써 입관식을 하고 있다.

 

건너편 멀리 백년사에서 확성기 독경소리가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데

작년 소종회 때도 와서 사람 좋게 웃으시던 분은 이승을 떠나 극락으로 가신다.

 

고향을 떠나서 오래도록 사신 분이라 상주도 백관들도 낯설어

몇몇 아는 분을 통해 인사를 건네고 발길을 돌린다.

 

 


아마도 30도를 넘지 싶은 햇살은 한여름처럼 따가운데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는 뭣해 주변 산을 한 바퀴 돌며 산책하기로 한다.

 

 


집안의 제각 뜰에는 밝은 햇살을 받은 작약꽃이 화려하다.

 

 

 

벼룩처럼 작은 벼룩이자리 꽃을 모처럼 만난다.

 

 

 

이름으로 보아 옛날엔 곰이 살았을 것이기에 곰밭골 골짜기로 접어든다.

 

지난 여름 지천으로 덮였던 마름이 생각나서 찾은 곰밭골 저수지에는

마름은 보이지 않고 저수지 바닥에는 진흙을 둘러쓴 우렁이만 가득하다.

 

 

 

 

마름의 흔적은 이렇게 희미한데

또 몇달 뒤면 푸른 잎들이 자라나 수면을 가득 덮게 될는지...

 

 

 

늘 타던 산 허리에는 개옻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숲그늘 마른 솔잎을 깔고 핀 땅비싸리 꽃은 좀 예쁜가.

 

 

 

애기풀은 거의 지고 없는데 더러 이런 모습으로 나타난다.

 

 

 

노루발풀은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을 활짝 피울 것 같다.

 

 

 

매화노루발풀도 지난해의 꽃대를 간직한 채

올해의 새 꽃대를 밀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번에 확인해 두었던 가막살나무는

아직은 꽃이 피기 전, 아쉽게도 좁쌀만한 꽃맹아리만 잔뜩 달았다.

 

 

 

지난 봄에 찾았다가 무슨 나무일까 했던 나무는  

뜻밖에도 잎모양이 느티나를 닮았다. 

 

  

 

그런데 느티나무가 이렇게 줄기가 매끈하다니 말이 되는가.

 

 

 

고개만 갸우뚱하다가 나중에 다시 연구해 보자 생각하며  발길을 옮긴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한다는 개서어나무인 듯하다.)

 

 

이곳에 칼잎용담이 있으리라고 생각인들 했으랴.

 

희한한 것이 주변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이 녀석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나무 꽃을 살펴보다가

적송(육송)과 리기다소나무가 다른 모습이라는 걸 발견한다.

 

적송의 수꽃차례가 요렇게 튀밥처럼 짧고 동글동글한 느낌이 든다면

 

 

 

리기다소나무의 수꽃차례는 아주 길쭉한 바나나 모양이다.

 

 

 

깨잎나무가 관목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모습

 

 

 

이것은 토종 점나도나물일까 유럽점나도나물일까.

 

 

 

꽃잎이 5개이어야 할 뱀딸기인데

띠밭골 개울가엔 6개의 꽃잎을 가진 뱀딸기가 유난히 많이 띄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뱀딸기와 함께 가락지나물도 만발하였다.

 

 


 

이렇게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니

입원한 작은아버지 병문안을 가자며 어머니와 안동네 아지매가 기다리고 있다.

 

합천병원에서 만난 작은아버지의 모습은 안쓰럽고 서글프다.

 

술을 멀리해야 하는데도 그리하지 못해 얻은 병이

다른 사고로 이어져 몸져 누우셨다.

 


돌아오는 길 삼가에서 누나와 자형을 불러내어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어머니와 가깝게 지내시고 대소사도 잘 도우셔서

한번쯤 식사대접이라도 하고 싶었던 아지매와 자리를 같이하게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