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생명이란 싸우면서 아름다워지는 법입니다

모산재 2007. 11. 22. 00:04

겨울 맞이에 바쁜 풀꽃나무 풍경들 (1)

2007. 11. 17.  토요일

 

 

 

며칠 지나지 않았건만

늘 찾는 가까운 산 언덕 풀밭 펼쳐진 묏등을 찾습니다.

 

 

자주 만나는 녀석들인데도 처음 보는 듯한 신선한 얼굴들...

 

풀꽃들은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잃는 법 없이

늘 다른 표정을 지어 눈길 마주치는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 저 주황색 감빛,

잿빛 구름에는 지는 계절의 스산함이 가득하지만 저렇게 넉넉하니 시린 하늘을 따뜻이 지켜 주기를...

 

 

 

 

산 아래 작은 밭에는 섬쑥부쟁이를 기르고 있는데,

늦은 계절에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부지깽이나물이라는 이름으로

울릉도에 자생하는 특이한 쑥부쟁이입니다.

 

 

 

 

밭 한쪽에는 땃두릅이 까만 열매를 달았습니다.

 

 

 

 

저 뜨거운 불 같은 알알이 붉은 산수유 열매를 보면서

뜬금없이,

함박눈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묏등으로 올라서니 아직도 여기저기 꽃의 흔적과

싱싱한 색감의 단풍이 끝물이지만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햇살 좋은 언덕이라 단풍 색감이 맑으며

시들어가는 모습도 곱게 나이를 먹어가는 여인의 얼굴처럼 정감을 줍니다.

 

 

 

가을 단풍이 곱기로는 띠풀인데

이쪽 언덕의 띠풀은 이제 생기를 잃고 말라가고 있습니다.

 

 

 

 

저 띠풀 꽃 이삭이 씨앗을 다 날려 보낼 때까지는 가을이라고 생각하렵니다.

 

 

 

 

좁쌀풀이 이렇게 고운 단풍이 드는 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좀꿩의다리 단풍도 좀 곱습니까...

 

 

 

 

여름에는 별로 눈에 들지 않던 환삼덩굴의 암꽃이삭이

이 계절이 되면 놀랄 만큼 '섹시'해집니다.

 

 

 

 

겨울을 예감케 하는 싸늘한 바람 속에는

개망초가 여린 분홍빛 꽃봉오리를 내밉니다.

 

 

  

 

신갈나무로 보아야 할까요...

 

따스한 햇살을 받아 단풍이 곱게도 들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벌초를 당하는 운명이라

이 녀석은 이 계절에 언제나 이 모습으로 나를 맞이합니다.

 

제대로 자란 나무라면 저런 고운 단풍은 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씀바귀도 싸늘한 바람과 신경전을 벌이며

한 송이씩 한 송이씩 피었다가 지기를 되풀이합니다.

 

생명이란 저렇게 싸우면서 아름다워지는 법입니다. 

 

 

 

 

 

멍석딸기 덩굴은 납작 엎드려 아직도 생기를 간직하고 있는데

으아리 덩굴은 저렇게 자세를 굽히지 않다가 그냥 찬 바람에 지고 말았습니다.

 

 

 

 

미역취도 가을에 낫질을 당한 다음

온 힘으로 자라서 저렇게 겨울을 맞이하기 전 꽃을 피우는 데 성공합니다.

 

 

 

 

 

 

묏등 언덕에서 조팝나무는 수난의 연속이지요.

 

가을에 다시 자라난 새 줄기들이 곱게 단풍 들었습니다.

 

내년 봄이면 저 단풍을 떨군 줄기에서 쌀밥 같이 풍성한 흰 꽃을 피울 것입니다.

 

 

 

 

붓꽃 잎사귀의 저 질긴 질감이 참 마음에 듭니다.

 

 

 

 

햇살이 가장 좋은, 오목렌즈의 촛점과 같은 언덕에

4월에 피는 조개나물이 꽃을 피웠습니다.

 

 

 

 

 

털보 개쑥부쟁이 꽃은 거의 다 졌지만

아직도 이렇게 제법 탐스러운 꽃을 피우고 있는 녀석들이 남았습니다.

 

 

 

 

  

 

이 싸리도 해마다 낫질을 당하여

가을에 자란 이 모습으로 노란 단풍만 선 보이고 맙니다.

 

 

 

 

꽃만 예쁘다고 담지 마세요.

 

까치수영 단풍이 꽃만 절대 못하지 않는 걸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