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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 여행

선유도 여행 (2) : 선유도 북단 산의 조망/ 바위손,실부추,층꽃나무,말오줌때,바위손,바위하늘지기

by 모산재 2007. 10. 22.

 

망주봉의 바위봉우리가 그림처럼 아름다워 선착장에 닿아서도 한 컷 더 담아본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선유도의 북단에 있는 선유3구 남악리의 어느 민박집이다. 숙소에서 차가 우리를 맞으러 나왔지만 다른 방문자들과 합승하기에는 자리가 비좁아 차가 숙소를 다녀올 동안 우리 일행은 걷기로 한다.

 

 

 

 

 

 

해안을 따라 우리가 걷는 길 주변은 상가들로 이어지는데, 길은 전동차(툭툭이?)나 자전거를 탄 관광객들이 분주히 지나다닌다. 그래도 숙소 차량 외에는 차량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별로 없으니 풍경은 한가로워 좋은 곳을 잘 선택해서 왔다는 생각이 든다.

 

망주봉 앞에 넓게 펼쳐진 갯벌이 얼마나 편안하고 넉넉한 풍경인가. 마침 밀물이 시작되었는지 작은 물줄기들이 고랑을 따라 앞다투어 밀려들고, 그 물줄기를 앞서기나 할 것처럼 망둥어들이 까맣게 무리지어 갯벌로 몰려들고 있다.

 

 

 

 

 

이곳이 명사십리해수욕장라고도 하는 선유도해수욕장이다. 선유2구와 선유3구를 잇는 모래톱에 형성되었는데, 반원형으로 이어진 해안선이 몹시 아름답고, 특히 망주봉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빛나 보인다. 

 

 

 

 

 

봉고차가 도착하여 이곳에서 차를 타고 숙소로 간다.

 

방을 정하고 짐을 부려 놓자마자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나는 숙소 뒷산을 오르기로 한다. 내일은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를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니, 얼마남지 않은 오후 시간은 가까운 곳에서 알뜰하게 쓰는 것이 나으리라.

 

 

마을 사람에게 물어서 등산로라고 들어섰는데, 희미한 흔적만 있을 뿐 수풀이 우거져 실종되기를 '자로' 한다.

 

 

 

잔대꽃이 여기저기 많이도 피었다. 길다란 잎과 톱니가 톱잔대에 가까운 모습이긴 한데, 톱니가 덜 날카로워 톱잔대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이 잔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풀섶을 헤치고 꽃들을 찍다가 모기, 각다귀들 때문에 아주 죽는 줄 알았다. 수없이 많은 녀석들이 구름처럼 까맣게 달라 붙어서 등산복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빨대를 꽂고서는 마구마구 피를 빨아대는 것 아니냐. 육지에서 웬만한 산을 크로스 컨트리하는 게 내 산행 버릇으로 일찌기 모기 종자들이 거들떠 본 적이 없었거늘, 이 녀석들은 얼마나 굶주린 것인지 피도 눈물도 없이 이 마른 몸을 마음껏 수탈하는 것이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말오줌때나무를 드디어 면접한다. 빨간 과피를 열고 4알씩 담긴 까만 씨앗을 보여주는 열매의 모양이 꽤 특이하다.

 

 

 

 

잎의 모양이 좀 다른 잔대의 모습을 담아본다. 잎의 모양으로 봐서 당잔대라고 봐야 할 듯한데, 이곳에서는 아주 흔하게 분포하고 있는 잔대이다.

 

 

 

 

꽃을 피운 삽주도 흔하게 보인다.

 

 

 

 

삽주꽃에 앉은 이 녀석은 줄점팔랑나비인지 수풀떠들썩팔랑나비인지...

 

 

 

 

 

특이한 모습의 꽃을 피운 부추 종류를 만나 놀란다.

 

산부추라고 하기엔 꽃차례의 모양도 다를 뿐만 아니라 꽃의 색깔도 다르다. 붉은 빛을 살짝 머금은 흰 꽃, 그 꽃잎 6장이 나란히 갈라지지 않고 3장씩 안팎 2중으로 열리는 모습이 특이하고 ...  이런 모습의 부추를 본 적이 없으니 미기록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오랜 뒤에, 이것이 실부추(Allium anisopodium)라는 걸 확인한다. 산지의 건조한 비탈에 자라며 잎이 실처럼 가늘어 '실달래'로도 불리는 것이다.

 

 

 

산의 5부 능선을 오를 무렵부터는 층꽃나무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나타난다. 야생의 층꽃나무를 보기는 처음이라 감개무량이다.

 

 

 

 

 

그리고 바위 비탈면에는 싱그러운 빛을 자랑하는 부처손(바위손)이 무리를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이 메마른 산비탈 땅에 자라는 이 녀석은 생긴 것이 방동사니를 연상시키는데, 방동사니라고 보기에는 포와 이삭의 모양이 다르고 또 줄기도 세모꼴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의 정체는 무엇인가? 도감을 아무리 뒤적여봐도 비슷한 몽타지는 보이지 않는데, 모기골과 좀 닮은 모습이기는 한데 아닌 듯하다. 

 

 

 

 

 

☞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이것이 당시 미기록종이었고 2013년에야 바위하늘지기(Fimbristylis hookeriana)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초임을 확인하게 된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 그 너머로 보이는 고군산군도의 북쪽 섬들을 바라본다.

 

 

건너다보이는 저 길다란 섬이 나중에 알고보니 횡경도이다. 선유도의 북쪽은 섬들이 동서방향으로 방풍림처럼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서쪽에서부터 단도, 보농도, 명도, 광대도, 소횡경도, 횡경도), 가장 동쪽에 있는 섬이 바로 황경도이다.

 

 

 

 

 

이해를 위해서 고군산군도의 지도를 다시 한번 더 보기로 한다./span>

 

 

 

 

 

정상이 소나무 숲으로 가득해 시야가 열리지 않아서 횡경도 외의 섬들을 보지 못했는데, 미리 이런 지리정보를 알았더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시야가 열리는 지점을 확보해 사진으로 담았을 것인데 아쉽기만 하다.

 

 

 

되내려오는 산 중턱 전망이 트이는 바위에 올라서니 섬과 바다, 그리고 다리로 이어지는 선유도의 풍경이 그림처럼 시야를 채운다.  

 

왼쪽의 봉우리는 선유봉, 다리는 장자대교, 다리로 이어지는 섬은 장자도, 오른쪽 큰 섬은 대장도. 대장도 중턱에 송곳처럼 희미하게 솟아 있는 바위는 장자할매바위라고 한다. 앞에서 본 횡경도에는 장자할배바위가 솟아 있어 두 바위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전하는데, 이는 다음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일엽초가 암벽에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갯쑥부쟁이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따스한 남쪽 섬이어선지 팥배나무 열매가 많이 굵어 보인다. 따먹어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새콤한 맛도 들었을 거다. (서울, 경기의 팥배나무 열매는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

 

 

 

 

 

 

벌써 해가 떨어지고 있어 낙조를 관찰하기에 좋은 몽돌해수욕장 쪽으로 바쁘게 옮겨 간다.

 

 

해안 절벽 풀섶을 헤치고 가다가 여우팥 열매를 만난다. 꽃은 보이지 않고...

 

 

 

 

 

바다 위로 지는 해를 가까스로 사진으로 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어스름 지는 하늘 아래 황금불로 타는 따스한 사데풀 꽃을 정성들여 담는다. 

 

 

 

 

 

숙소 앞 바닷가 일행들이 모두 모여 문어 안주에 소주 한 잔으로 섬의 흥취에 젖어들고 있었고, 우리가 합류하며 매운탕으로 거나한 저녁 식사를 즐긴다.

 

 

 

 

 

그리고 숙소 앞 뜰로 자리를 옮겨 모닥불을 피우고 밤이 깊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밤이 깊어 우루루 갯벌로 나가 게와 고동을 잡는다. 모닥불에 구워서 안주 삼아 또 술을 마시고...

 

 

숙소 지붕 위로 한가위를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씬한 반달이 떠올랐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