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고향의 한련초, 미국가막사리, 조개풀, 달뿌리풀, 고마리, 가래, 논뚝외풀, 긴두잎갈퀴, 사마귀풀

모산재 2007. 10. 15. 22:46

고향의 산과 들에서 만난 가을 들꽃들

2007. 09. 25

 

 

명절이라고 고향집을 찾으면 딱이 할 일이 별로 없다. 십여 년 전만 같더라도 우리 마당에서 사촌 형제들과 집안 며느리들이 함께 어울려서 장작 윷이라도 던지는 승부에 함성을 지르며 놀고 있을 터인데, 이제 다들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시들해져 그저 인사만 건네고 각자의 집에서 시간을 보낼 뿐이다.

 

무료한 시간 나는 카메라를 메고, 어린 시절 다녔던 산과 들을 찾는다. 온전히 나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이랬자 한 나절 정도인데, 그래도 내겐 금쪽 같은 시간이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방아(배초향) 꽃, 길게 내민 수술의 분홍색 꽃밥이 아름답다.

 

 

 

 

집 앞 개울가에 누리장나무가 보석 같은 열매를 달았다.

 

건드리면 누린내가 진동하는 나무인데, 꽃과 열매는 이보다 아름다울 수가 없다.

 

 

 

 

큰물 진 뒤 풀더미 속에 쓸려 있는 하늘수박(표준말로는 하늘타리),

매무새를 다듬은 다음 담아 보았다.

 

 

 

 

여기까지는 추석 전날 담은 것이고,

다음은 추석날 자고 일어난 아침 산책길에 만난 것들이다.

 

 

개여뀌도 요렇게 벼 익어가는 들판을 배경으로 보면 정답잖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잡초 중의 잡초였던 한련초도 야생화의 목록에 귀하게 등장하지 않느냐.

 

 

 

 

'삐삐'라고 불렀던 삘기가 요렇게 꽃을 피웠다.

 

표준말로는 (茅)인데, 벌초하는 바람에 철 늦게 또 꽃대가 자라 올라온 모양이다.

 

 

 

 

독뫼를 지나 점반 쪽 길로 들어선다.

 

잎밑이 화살처럼 갈라지지 않았을 뿐 벗풀의 어린풀을 만난다.

 

 

 

 

석류풀이 이곳에서도 자라고 있다.

 

 

 

 

이렇게 도깨비바늘마냥 다섯 장의 짧은 노란 꽃잎이 있는 가막사리는 미국가막사리이다.

 

 

 

 

 

조개풀에 보랏빛 꽃밥이 어렴풋이 보여 담아 본다.

 

 

 

 

 

이것은 갈대일까 했는데 아닌 듯하다. 개울 물 속에 벋는 줄기를 보니 달뿌리풀인 듯하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아주 화려하다.

 

 

 

 

 

어린 시절 관심이라곤 준 적 없는 잡초가 고마리였는데,

세상에 이보다도 더 예쁜 꽃이 있을까 싶게, 지금의 나는 그 아름다움에 홀딱 빠져버렸다.

 

 

 

 

 

 

여기서 점반에서 곰밭골 가는 개울길로 접어든다.

개울과 논두렁 탐사가 계속된다.

 

2m도 넘어 보이는 엄청나게 큰키의 뽕모시풀이 개울에 자라 있어 사진으로 담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그 크기를 도저히 실감할 수 없게 되어 버렸군...

 

 

 

 

이것이 가래

 

 

 

 

이것은 외풀 종류일 텐데, 밭둑외풀과는 다른 듯하고...

잎이 피침형으로 길쭉하고 논둑에 자라고 있으미 논둑외풀이겠다. 

 

오이 냄새가 나서 외풀이라고 한다는데, 킁킁거려 봐도 내 코의 성능으론 도무지 모르겠다.

 

 

 

 

키는 10cm도 채 안 되는, 손가락 길이만큼 작은 풀...

 

이삭이 3개아 아닌 1~2개라서 낯설지만 세대가리인 듯...

 

 

 

 

 

 

그리고 함께 자라는 이 녀석은 또 뭐냐...

 

바늘처럼 길쭉한 잎, 꽃잎을 아직 열지도 않은 좁쌀 같은 흰 꽃봉오리와 

이미 꽃을 지워버린 동그란 씨방만 남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긴잎백운풀로 불리기도 하는 긴두잎갈퀴...

 

 

 

 

 

 

꽃이 그렇게 험상궂지도 않은데

이 녀석은 사마귀풀이란 이름을 얻었다.

 

 

 

곰밭골 산으로 가보고 싶었지만

아침 식사 시간이 된 듯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산은 차례를 지내고 난 다음 오후에 성묘하면서 돌아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