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다시 아차산에서

모산재 2007. 4. 11. 00:34

다시 아차산에서

2007. 04. 07(토)

 

 

일주일만에 또 아이들을 데리고 아차산생태계공원을 찾는다.

일주일만에 뭐 새로운 것이 있을까 싶지만

가까운 곳에 따로 갈 만한 곳이 없지 않은가.

 

공원 입구에서 아이들에게 오늘 일정과 계획을 안내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 아는 체를 한다.

만난 지 한 5~6년은 되었지 싶은데 송OO 선생님이다.

하이킹반이라며 한 떼의 아이들을 몰고 왔다.

 

 

오랑캐꽃이라는 제비꽃이 피었고

 

 

 

어느 새 봄맞이꽃도 몇 송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들여다보면 더욱 사랑스러운 꽃인데, 앵초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다고 느낄 것이다. 모진 겨울을 잘 이겨 내고 꽃을 피운 앵초과의 두해살이풀!

 

 

 

 

동의나물 샛노란 꽃도 피지 않았느냐.

 

 

 

바위를 등지고 볕바라기하는 산철쭉도 때이르게 붉은 꽃 몇 송이를 피웠다.

 

 

 

지난 주 비 맞으며 담았던 꽃이 빗물이 번질거려 아쉬웠는데, 다시 담아본 모습이 마음에 든다.

 

까마귀밥여름나무, 이 이름에 들어 있는 '여름'을 사람들은 계절을 의미하는 말로 받아 들이는 듯하다. 반 농담삼아 '까마귀밥봄나무, 까마귀밥가을나무, 까마귀밥겨울나무' 등으로 언어유희를 즐기기도 하는데, '여름'은 '열매'의 옛말로 풀이하는 게 뜻도 분명해지고 자연스럽다. '까마귀밥이 되는 열매가 달린 나무'

 

 

 

 

돌단풍 꽃이 제대로 피었다.

 

 

 

꿩의다리가 무성히 자라났다.

 

 

 

숲그늘에서 수호초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4갈래로 갈라져 각각 갈색 꽃밥을 달고 있는 것들은 모두 수술,

맨 아래에 2갈래로 갈라진 몇 개 안 되는 녹색 술이 암술이다.

 

 

 

지난 주에는 흔적도 안 보이던 깽깽이풀이 깽깽이처럼 생긴 꽃망울을 달았다.

 

 

 

할미꽃이 제대로 피었다. 농염한 자태라고 해도 될 만큼...

 

 

 

 

이곳을 찾을 때마다 그 이름을 몰라 애태우는 나무

이 꽃의 모습까지 보태어서 모 교수께 여쭤봐도

여전히 답이 안 나온다.

너 도대체 누구냐?

 

꽃이 더욱 성숙한 모습이다.

꽃망울이 생긴 지 참 오래인데

개화 과정이 길기도 하다.

이 녀석은 암수 한 몸인지...

뭐가 수꽃이고 뭐가 암꽃인지도 알 수 없다.

 

 

 

 

가고 싶은 아이들은 돌려 보낸다. 남자 아이들은 다 가버리고, 여학생 네 명은 남았다. 어찌 이쁘지 않겠는가!

 

솔나물이 탐스럽게 자랐다. 솔나물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없게 제대로 솔잎 모습 아닌가...

 

 

 

흰갈풀이 자라고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이 돌단풍은 연붉은 빛이 감도는 게 분위기가 감미롭다. 배경을 생략해 보니 분위기가 더욱 그럴 듯하다.

 

 

 

조팝나무도 꽃망울을 서서히 터뜨리기 시작한다.

 

 

 

 

여기서의 일정을 끝내고 바로 남한산으로 달려갈까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혹시 뜻이 있느냐고 물으니, 2학년 둘(진영, 주은)은 가고 싶다고 한다. 산을 타야하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해가 질 무렵이 된다고 하니 진영이는 괜찮다는데 주은이는 망설인다.

 

무심코 지나치던 개나리를 가만이 들여다 보았다. 곤봉 같은 술을 단 암술 하나만 보인다. 생식 기능을 거의 상실하여 열매 보기가 쉽지 않은 꽃이다. 통부에 아름다운 주황색 줄무늬가 있다는 것도 발견한다.

 

 

 

 

다시 입구로 나오면서 느릅나무 꽃을 담아 본다. 지난 주에 담았던 이미지가 빗방울 때문에 흐려서... 그 사이 꽃이 많이 떨어졌다.

 

 

 

모두 마치고 남은 아이들 너무 예뻐서 점심이나 사 줄까 하고 마을로 내려가는데

또 누군가가 와서 아는 체를 한다.

아, 낯 익은 얼굴 남OO 선생님이다.

복직 후 10년이 더 지나서 여기서 만나다니!

등산반 아이들을 끌고 왔단다.

 

1학년 두 아이는 굳이 가겠다고 해서 보내고

2학년 두 아이를 붙잡고 남선생님과 함께

도토리 전문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짧은 시간 흘러간 긴 시간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식사 후 남선생님과 작별하고 남한산으로 향한다.

진영이는 함께 가고 싶어 하는데 주은이가 난색이라

다음을 기약하자 하고 5호선 전철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