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민둥산 , 소나기 지난 뒤 펼쳐진 풀꽃들의 천국

모산재 2012. 7. 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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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소나기가 숲을 때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1천 m 고산 능선에서 수천 기병대의 질주처럼 골짜기로부터 몰려 올라오는 소나기가 능선의 숲 위에 쏟아져내리며 내는 우렁찬 폭포수 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는가?

 

 

 

세속에 찌든 정신을 말끔히 소쇄(瀟灑)하는 듯한 감동... 민둥산 정상 아래 능선 초지에서 숲을 때리는 우렁찬 폭포수 소리에 1시간 가까이 갇혀 있다가 비가 살짝 잦아질 무렵 빨리 정상이나 밟아보고 하산하자는 생각으로 발길을 옮긴다.

 

 

 

주능선으로 올라서자 북쪽에서부터 몰려온 서늘한 공기가 얼굴을 쓰다듬는다. 비바람 때문에 렌즈를 갈아끼지 못하고 100mm 렌즈로 정상 표지석을 사진에 담는다.

 

 

 

 

정상만 보고 하산하기로 했는데, 정상에 오르자 거짓말처럼 비가 물러서고 풍경이 말끔히 세수한 듯한 얼굴을 드러낸다.

 

 

발구덕 마을로 내려서는 곳에서 민둥산의 진경이 펼쳐진다.

 

 

 

 

 

제주도의 용눈이오름이나 따라비오름을 연상시키는 지형.

 

땅 곳곳이 오름의 분화구처럼 둥글게 꺼져 있고 그 주변은 시원스런 초지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오름은 화산 분화구이지만 이곳의 함몰지는 돌리네(doline)라는 석회암지대 카르스트 지형의 하나이다. 돌리네는 석회암이 지하수에 의해 용식되어 꺼진 땅을 가리킨다.

 

 

 

 

 

비탈을 이룬 초지는 바야흐로 초여름 풀꽃들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무수한 연분홍의 꽃방방이를 흔들어대는 최고의 우점종이 바로 쥐오줌풀. 

 

 

 

 

 

 

 

 

 

그리고 수많은 꽃줄기로 포기를 형성한 미나리아재비는 노랑나비 같은 꽃들을 바람에 맡긴 채 빗방울을 떨어내고 있다.  

 

 

 

 

 

산새콩은 풀숲에 몸을 감춘 채 조심스레 붉은 꽃들을 피웠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난 터라 이 초지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산행을 마치기로 한다.

 

 

 

 

 

반대편 능선에서 바라본 민둥산 정상.

 

넓은 초지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한때 화전을 일구며 살아간 사람들의 삶의 흔적으로 남은 것이다. 지금도 화전을 일구던 계단식 밭(하나의 이랑으로 된)의 흔적이 보인다. 덕분에 지금 이곳은 온갖 산나물이 자라는 산나물 밭이 되었다.

 

 

 

 

 

 

 

 

 

쌈채로 먹어도 좋을 산씀바귀들이 흔하다.

 

 

 

 

 

지억산으로 향하는 봉우리에서 바라본 민둥산 정상 방향 풍경

 

 

 

 

 

노랑장대가 군락을 이룬 곳도 있다. 꽃철이 지나 지고 있는 모습이어서 아쉽다.

 

 

 

 

 

때늦게 핀 솜방망이

 

 

 

 

 

산불의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난 지억산(1116.7m)을 잠시 바라보고 발길을 돌려 다시 민둥산 정상을 향해 가로지르는 길로 접어든다.

 

 

 

 

 

 

분화구 둘레로 도는 듯한 주능선이 아닌 분화구가 터진 듯 낮은 언덕길로 걸으며 초지의 풍경에 흠뻑 젖어본다.

 

 

 

 

 

 

 

소나기 내린 뒤 안개구름이 골짜기에 낮게 떠 있고 먼 산빛이 환해졌다.

 

 

 

 

 

 

이곳  능선에도 은방울꽃이 밭을 이루고 있다. 내가 만난 가장  넓고 멋진 은방울꽃 군락이다.

 

 

 

 

 

고산지대이어선지 미나리아재비 꽃도 빛깔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이쯤이면 최고의 초원의 길 아닐까.

 

 

 

 

 

 

화산 분화구 같은 돌리네

 

소나기가 한차례 휩쓸고 갔건만 함몰지에는 물이 고이는 법이 없다. 땅 속은 아마도 석회동굴로 이어져 어디론가 빗물이 흘러나갈 것이다. 최근 대기업이 관광자원개발을 위해 이곳의 지질 탐사를 했다고 하는데 민둥산 지하 전체가 이어진 대규모 석회동굴을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동쪽 사면으로 내려서는 길, 바로 예전의 화전민 마을인 발구덕으로 가는 길이다. 가을이나 다음해 봄에 올 때는 저 마을에도 꼭 들러보리라.

 

 

 

 

 

다시 민둥산 정상으로 오르며 내려다본 돌리네

 

 

 

 

 

은방울꽃밭을 지나며 또다시 맑고 고운 꽃과 사랑에 빠진다.

 

 

 

 

 

내려가는 길은 증산마을 방향의 주능선길. 능선 왼쪽으로 증산 마을이 시야에 잡힌다.

 

 

 

 

 

 

 

뻐꾹채 꽃이 피었다. 뻐꾸기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는데...

 

 

 

 

 

하산길 어두운 숲에 당조팝나무 꽃이 피었다.

 

 

 

 

 

증산역으로 향하며 돌아본 민둥산 .

 

저녁 안개가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 있다.

 

 

 

 

 

다시 증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 

 

민둥산의 빗소리가 귓전에 맴돌고 쥐오줌풀과 미나리아재비꽃,은방울꽃과 산새콩의 꽃들이 푸른 초지에 일렁이는 풍경이 추억처럼 떠오르며 스르르 잠결 속으로 빠져든다.

 

 

 

 

※ 가을 민둥산 : '정선 민둥산, 억새밭 속으로 걷는 환상의 고산 능선 길' => https://kheenn.tistory.com/15854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