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섬 여행

국화도, 유배의 섬에서 감국 향기에 취하다 (1)

by 모산재 2007. 11. 20.

 

 

국화도의 마스코트 토끼섬, 그리고 멀리 보이는 입파도

 

 

 

 

 

선유도 섬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만에

다시 뭉쳐서 국화도를 찾기로 합니다.

 

빗방울이 살짝 비치는 금요일 어스름지는 저녁,

한 주일의 고단한 노동에 지친 마음을 후련히 털고

각기 다른 곳에서 세 대의 차에 나눠 타고 출발합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두 시간을 좀더 달린 끝에

석문방조제를 지나 당진의 장고항에 도착합니다.

 

 

 

  

 

 

작은 항구마을에는 식당의 불빛들만 환한데

고픈 배를 굴밥으로 달래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만원짜리 비싼 밥이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항구의 어느 펜션에서 모두들 다시 만나

오 선생님이 가져온 더덕주 한 항아리와

신 선생님이 가져온 매실주 한 병을 다 비우며

즐거운 하룻밤을 보냅니다.

 

 

창밖에는 바람이 밤새 씽씽 서늘한 소리를 내며

산 언덕과 들을 훑으며 달리고 있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바로 장고항 선착장으로 향합니다.

 

아침은 국화도에 들어가서 먹을 예정입니다.

 

 

 

선착장 입구 주차장 옆 산언덕에는

여지껏 피어 있는 대나물 하얀 꽃이 보입니다.

 

꽃은 거의 다 지고 씨앗을 단 대나물들이 바위 언덕배기에 꽤 많이 보입니다.  

 

 

 

 

선착장 주변 바위봉우리들의 풍경

 

 

  

 

장고항 선착장 풍경입니다.

 

저 멀리 오른족 끝에 보이는 배가 국화도를 오가는 여객선입니다.

 

8시 20분 우리는 저 배를 타고 국화도로 건너갑니다.

 

 

 

 

 

국화도는 충남 당진 장고항 앞바다에 손에 닿을 듯이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그런데도 행정 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화성시에 속하는 섬인데, 

장고항에서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지만   

18㎞ 떨어진 화성 매향리 포구에서는 1시간이나 걸립니다.

 

 

 

국화도 선착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선착장에서 조금 걸어나오니 국화도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면적이 0.4 정도에 불과하니 정말로 작은 섬입니다.

 

도지섬과 토끼섬(매박섬)을 각각 남북으로 거느리고 있는데

썰물때는 바닷길이 열리고 밀물때는 섬이 되는 것이 신비롭습니다.

 

 

 

 

 

국화도에는 40여 가구에 70여 명의 주민이 사는데,

모두들 관광객 대상으로 숙박업을 하며 산다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위의 지도에 휴게공간으로 표시된 곳에

이전에는 초등학교 분교도 있었다고 합니다.

 

 

 

선착장 너머 산 언덕에 자리잡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펜션에 짐을 부려 놓고

우리는 펜션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국화도의 원 이름은 만화도라고 하는데

일제 때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국화도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쑥부쟁이가 많아서라 국화도라고 부른다는데 철이 지난 탓인지 쑥부쟁이는 보이지 않고

일부러 심었지 싶은 국화와 메리골드 꽃들만 길가에 요란하게 피었습니다.

 

 

 

어느 집 앞 화단에 핀 우선국(뉴욕아스터) 꽃이 아름다워 담아 봅니다.

 

 

 

 

그리고 명아주과인 댑싸리 꽃과 열매도 보입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모두들 호미와 망태기를 들고 토끼섬(매박섬) 쪽으로 굴과 조개를 캐러 갑니다.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하고 거세어 모두들 겨울 자켓을 차려 입었습니다.

 

이곳의 바람이 이렇게 늘 거센가 보다 했는데 

해적과는 전혀 닮지 않은 호남형의 해적펜션 주인 아저씨는

여기 날씨가 대개 온화한 편인데 오늘 따라 유난하다며 웃습니다.

 

 

 

바위 투성이인 선착장 쪽 동쪽 해안과는 달리,

토끼섬으로 이어지는 북쪽 해안은 자갈돌 섞인 해수욕장이 넓게 펼쳐집니다. 

 

 

 

 

 

모두들 굴과 조개를 캐는 사이에

나는 섬을 한 바퀴 돌며 풀꽃나무와 풍경을 담기로 합니다. 

 

 

 

해안 바위에 자란 이 지의류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탱자나무지의라 불리는 라말리나속(Ramalina) 지의류라는데, 구체적인 종은 연구가 덜 된 탓으로 알기 어렵네요.

 

 

 

 

잎이 둥근 토종 까마중이 싸늘한 바람에도 생긋 웃고 있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이것이 뭔가 참 요상하게 생긴 나무다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바로 꾸지뽕나무였습니다.

 

꾸지뽕나무가 꽤 많이 보이더군요.

 

 

 

가지에는 대추나무 가시와 비슷한 가시가 촘촘하고

줄기에는 이렇게 흰 무늬점이 촘촘하고...  

 

 

 

 

나중에 보니 제법 많은 꾸지뽕나무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내 고향 마을에도 개뽕나무라는 이름으로 흔치는 않아도 제법 보였던 나무였는데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뿌리채 뽑혀져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지는 운명을 맞고 있는 나무입니다.

 

 

 

갯고들빼기를 만났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이고들빼기로 보입니다.

 

아무려나 이 늦은 계절에도 이렇게 따스한 불꽃을 지피고 있는 모습에

내 마음도 훈훈하여집니다. 

 

 

 

 

댕댕이덩굴 줄기는 몇 년이나 묵었는지

제법 손가락 굵기만하게 튼실하게 자랐습니다.,

 

이 정도면 댕댕이덩굴도 반관목으로 봐야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인동덩굴의 까만 열매들이 정말 흔하게 보입니다.

 

꽃이 피는 계절에는 은빛 금빛 꽃들이 장관이었을 듯합니다. 

 

 

 

 

 

해수욕장이 끝나고 한 모롱이를 돌아서니

드디어 토끼섬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토끼섬의 공식 명칭은 매박섬인데, 매박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네요.

 

썰물 때인지라 500m 쯤 되는 바닷길에는 갯바위와 모래밭이 넓게 드러났습니다.

 

이 바닷길 주변에는 고동을 비롯한 각종 조개가 지천으로 깔려있어  

누구든지 1시간 정도면 망태기 하나 가득 채워올 수 있다고 합니다.

 

 

 

 

 

저기 저 사람들 속에 우리 일행들도 있겠지요.

채취에 대한 욕심보다는 자연과의 교감을 즐기며 잡고 있겠지요? 그러나요?

 

 

 

 

바닷가 절벽에 토끼섬 바라보며 대나물 꽃이 피었습니다.

 

서울 주변에는 극히 제한적인 곳에만 보이던 대나물이 이 지역에는 꽤 흔해 보입니다.

 

 

 

 

이것은 어느 분의 귀뜸대로 분꽃나무의 잎과 열매로 봐도 될까요... 

 

처음엔 무슨 나무인지 한참 헤매었습니다.

 

가막살나무, 덜꿩나무 등과 비슷해보이면서도 뭔지 달라 보이고...

 

 

  

 

붉게 익는 열매가 벌서 까매져 버릴 만큼 한 해가 기울어 가고 있습니다.

 

 

 

 

 

붉게 익은 청미래덩굴 열매는 겨울에야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지요.

 

시큼하던 열매가 서리를 맞고 나면 제법 달착지근해서

어린 시절 그 열매를 꽤 많이 따 먹기도 했습니다.

 

 

 

 

이게 뭘까 하고 한참 갸웃거렸는데

아무래도 그냥 고비인 듯합니다.

 

 

 

 

이 섬에까지 미국자리공이 온통 번성하더군요.

 

토종 자리공은 자취도 없습니다.

 

토종 자리공과 어떻게 구별하느냐고요?

 

미국자리공은 열매가 저렇게 통마늘처럼 갈라진 모습이 없는데

토종자리공은 육쪽마늘처럼 열매가 갈라져 있는 모양입니다.

 

 

 

 

 

다시 서쪽 해안으로 돌아 내려가면서 토끼섬을 바라봅니다.

 

아침에 흐렸던 풍경이 점차로 환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멀리 바닷길로 우리 일행으로 보이는 옷차림이 움직이는 듯해서 줌으로 확 당겨봅니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습니다.

 

 

 

 

토끼섬 뒤로 나타나는 섬이 입파도입니다.

('입화도'라고도 하는데,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화도와 크기가 거의 비슷한 섬인데, 

사람들의 때가 묻지 않는 청정지역으로 낚시객과 피서객들이 꽤 찾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서쪽으로 건너다보이는 저것은

당진화력발전소일까요...

 

 

 

 

그리고 배풍등의 열매가 저렇게 맑고 붉습니다.

 

배풍등의 줄기가 저렇게 많은 가지를 치며

길다란 덩굴로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은 처음으로 봅니다.

 

 

 

 

섬의 남서쪽 끝으로 거의 돌아가는 지점에서 본 화력발전소의 모습과...

 

 

 

 

그 자리에서 돌아본 토끼섬과

토끼섬 뒤편 멀리로 모습을 드러낸 입파도 풍경입니다.

 

 

 

 

 

이제는 국화도 서쪽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또 하나의 바닷길로 이어진 도지섬을 향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