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과 두 개의 커다란 화강암 봉우리 망주봉이 그림처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보여 준다.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명사십리라 하는데 선유8경의 하나이다. 휘영청 보름달 뜨는 밤이면 이 풍경은 또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까...
해수욕장에 명사십리란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십리(4㎞)에 많이 못 미친다. 해수욕장 길이는 1.5㎞ 정도인데, 백사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최근 바지선으로 모래를 실어 날라서 모래언덕이 생겼다고 한다.
백사장은 한가롭게 거닐며 추억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로 더욱 정겹다. 그저 말없이 거닐며 풍경에 젖어드는 사람들, 발 벗고 물결을 맞으며 장난치는 젊음들, 다정히 손잡고 기대며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또 개펄이 있는 곳에서 조개를 줍는 가족들... 섬들이 울을 치듯이 둘러선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건듯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은 파도 친다기보다는 <물그림자 진다>는 느낌으로 사르르르 다가온다.
선유도(명사십리)해수욕장의 아침 나절의 풍경은 평화롭다. 아침결이라 물이 아직 많이 빠져 있어 모래톱으로 연결된 작은 섬으로 조개를 주우러 가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해수욕장 사주 언덕에는 갯쇠보리, 갯완두, 백령풀 등이 서식하고 있다.
갯쇠보리
갯완두
털백령풀
해수욕장을 지나 다시 자전거는 장자도를 향해 달린다.
흰꽃여뀌가 때늦다 싶게 이름 그대로 작고 예쁜 흰 꽃을 피우고 있다.
산 기슭으로 난 길 언덕에는 갯쑥부쟁이 꽃이 만발인데, 산박하꽃도 흔하게 보인다.
드디어 선유봉 아래,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장자대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다리는 1986년 12월31일 개통되었는데, 길이 268미터 폭 3미터, 높이 30미터이다. 차는 다닐 수 없고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다리이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에 나타나는 작은 섬이 장자도이고, 오른쪽으로 건너다 보이는 큰 섬이 대장도이다.
장자교에서 바라보는 주변 섬의 모습은 가히 선경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아침 안개 속에 봉긋봉긋 드러나는 섬들의 풍경이 환상적이라고 한다.
저 멀리 장자도와 오른쪽 대장도를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보인다.
선유8경 중 7경이 '장자어화'인데 예전에는 이 곳에서 조기를 잡기 위해 수백척의 고깃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작업을 하면 주변의 바다는 온통 불빛에 일렁거려 장관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자주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장자도'란 이름에는 이 작은 섬에 풍어로 장자가 났다는 섬 사람들의 자부심이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장자대교를 건너 장자도 쪽에서 바라본 선유도의 선유봉. 바로 아래로 보이는 선유도와 장자도 사이에 있는 이 바다에서 배를 타고 낚시를 많이 하는데 문어가 아주 많이 잡히는 모양이다. 이곳의 문어는 다리가 짧고 붉은 빛이 나는 피문어.
장자대교 위에서 줌인하여 건너다 본 망주봉 모습
장자대교 위에서 건너다 본 선유3구 쪽 풍경
거지덩굴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애매한데, 양미역취인지 미국미역취인지...
앞서 간 사람들은 대장교 건너 가게에서 문어 안주에 소줏잔을 기울이고 있다. 술도 그리 잘 하는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웬 낮술이람! 여행이 주는 해방감이란 그런 것인지.
가파른 바닷가 언덕엔 층꽃나무 꽃들이 만발해 있고, 꽃처럼 많은 나비들이 분분히 날고 있다.
이 섬에는 줄점팔랑나비들이 유난히 많은 듯하다.
아, 그리고 이미지로만 보며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작은멋쟁이나비를 처음으로 대면하는데, 이렇게 지천으로 날아다닌단 말인가!
이 달리아는 잎이 깃꼴로 갈라지지 않고 해바라기잎처럼 둥글 뿐만 아니라, 줄기도 거의 목질화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아, 그리고 작년 겨울 중국 운남성 웬양에서 처음 보았던 마편초를 이 땅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이 땅에서는 남해안 일대에서만 분포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 만나니 더욱 반갑다.
대장도의 마을 앞 길은 공사중이라 해안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입구에서 돌아서야 했다. 시간의 여유만 있다면 저 대장봉 위에 올라 보았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힘에 부칠 것 같다.
마을 서쪽 바닷가 대장봉 오른쪽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바위가 장자할매바위인데, 가장 위쪽에 보이는 민박집 청년에게서 그에 얽힌 전설을 듣는다.
장자할매바위를 '사자바위'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바위는 서해를 바라보며 먼 바다로부터 오는 액운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옛날 장자섬에 한 선비가 부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살았는데, 어느 해 서울로 과거를 보러 선비가 떠나자 그 부인이 매일 산에 올라가 남편의 금의환향를 기다리며 세월을 보냈다. 하루는 남편이 장원급제하여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을 등에 업은 채 산마루로 달려 올라가 남편이 타고 오는 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타난 남편은 등과한 것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첩을 맞아 아들까지 낳아서 데리고 왔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크게 상심하여 돌아서는 순간 등에 업고 있던 아이와 함께 선채로 돌로 변했다고 한다.
장자도의 전설이니 금기(터부)를 어긴 것에 대한 응징으로 돌로 변하는 장자못 전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말은 다소 엉뚱하다.
그런데 나중에 민박집 어른에게서 장자할배바위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이를 업은 채 부인이 돌이 되자, 배를 타고 오던 남자도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는데, 그 바위가 바로 횡경도에 있다는 것이다. 장자할배바위는 이 글의 제일 마지막에 소개하려고 한다.
장자도 해안에서 바라본 대장도
전설을 들려준 청년의 민박집에서 기르고 있는 석위
갯가에 피어 있는 꽃담배
대장도를 되돌아 나와 장자도 부두쪽으로 자전거는 달린다.
땅채송화이지 싶은 녀석들이 바위 언덕에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개머루...
좁은 해안 도로로 한 굽이 돌아가자 장자도 부두가 나타난다.
부두에는 유난히 낚시꾼들이 많이 보인다.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이곳은 예전엔 멸치 포구로 유명했다는데, 지금은 멸치어장이 잘 형성되지 않는 모양이다.
저 멀리 보이는 큰 섬은 장자도와 대장도의 서쪽 울타리 역할을 하는 관리도이다.
대장도, 장자도를 돌아봤으니 이제 무녀도로 가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차례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망주봉과 명사십리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아늑한 호수 같은 바다의 풍경을 한번 더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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