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8월, 세미원의 수련, 연꽃, 왜개연, 좀어리연꽃

모산재 2007. 9. 1. 14:52

8월, 세미원의 수련, 연꽃, 왜개연, 좀어리연꽃

2007. 08. 10

 


나는 언제나 물가에 있다.
영혼은 親水性이지. 

<중략>

수련은
오랜 시선의 애무를 받은 물 속에서
어느 새벽 홀로 활짝 피어난다.

난 수련이 벽이기라도 한 듯
기대고 싶어 그 작은 꽃의 고적함과
미세함에 그 위대한 연약함에 기대고 싶어.

언제든 이윽고 물 밑으로
가라앉고 싶어
깜깜한, 아주 보드라운
회귀의 물 밑으로. 
 

(모네 씨의 수련 / 김정란 , 시집 <스.타.카.토 내 영혼>)

 

 

1881년, 지베르니의 농가로 주거를 옮긴 모네는 틈틈이 연못을 파고 정원을 꾸몄는데, 무려 27년에 거쳐 넓은 연못에 떠 있는 연꽃을 그리는 데 몰두하였다. 어쩌면 그가 몰두한 것은 수련이 아니라 물의 투명함을 표현함이었다고 하는 게 맞을지 모른다. 물에 어린 빛의 현란한 변화를 붙들기 위해서 수련의 그림자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결국 빛에 빠져서 빛을 그리다가 시력을 잃고 만 모네...

 

 

 

 

 

지구상에 존재하는 100여 종이나 되는 수련과 식물은

2아과()로 묶어지고 이것은 다시 8속으로 나뉘어지는데

우리 나라에는 5속 7종이 있다고 한다.

 

수련아과에는 수련 · 개연꽃 · 왜개연꽃 · 가시연꽃 · 큰가시연꽃이

순채아과에는 순채 · 연꽃이 포함되어 있다.

 

 

햇살이 환하게 비치다가도 간간이 빗발이 듣는 날씨 속

빛에 압도되어 형체를 잃어버린 모네의 연꽃들과는 달리

세미원의 연꽃들은 살아 있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다.

  

다양한 모습의 수련 꽃

 

 

  

 

 

 

 

 

 

 

 

  

 

 

 

 

 

 

 

 

개연꽃에 속하는 것으로는 개연, 왜개연, 남개연이 있는데,

 

개연은 연꽃처럼 잎이 물 위에 뜨지 않고 높이 자라는 것을

왜개연과 남개연은 잎이 물 위에 뜨는데

왜개연은 암술머리가 갈색인 것을,

남개연은 암술머리가 붉은 것으로서 구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냥 개연인가, 왜개연인가...

 

 

 

 

 

좀어리연꽃

 

이것은 연꽃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또 물 위에 떠 있는 잎 모양도 수련과 비슷하지만

수련과가 아니라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과 함께 용담과(또는 조름나물과)에 속한다.

 

 

 

남한강 물과 마주하는 세미원의 가장 바깥은 연꽃들이 차지하고 있다.

 

연꽃은 주로 못 속의 진흙과 흙탕물에서 핀다. 그러면서도 흙에 더럽혀지지 않고 물에 젖지 않은 채 깨끗하고 아름답게 피어나며 청아한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세속의 때를 타지 않은 청아함과 고결함 때문에 화중 군자(花中君子)라 부르기도 한다.

 

"나는 연꽃을 사랑한다. 진흙 속에서 태어났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고, 속이 비어 사심(私心)이 없고, 가지가 뻗지 않아 흔들림이 없다. 그윽한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높은 품격은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연은 꽃 가운데 군자(花中君子)라 한다."(북송 주무숙, 애련설)

부처와 보살이 연화좌(연대)에 앉아 있는 뜻도 번뇌와 고통과 더러움으로 뒤덮여 있는 사바세계를 넘어 고결하고 청정함을 잃지 않고자 하는 불교의 정신세계를 상징화한 것이다. 또한, 밤에는 꽃잎을 오므렸다가 아침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모습은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

 

수련과의 다년생 수생식물인 연꽃은 뿌리가 물 아래 흙속에 있으며 줄기가 길게 자라 물 위에 올라와 꽃과 잎이 핀다. 물 깊이에 따라 줄기 길이가 조절되며 줄기를 잘라보면 구멍이 꽤 큰 통기(通氣)조직이 잘 발달돼 있다.

 

 

 

 

 

 

불교가 성립되기 이전 고대 인도 브라만교의 신화에는 혼돈의 물 밑에 잠자는 영원한 정령 나라야나(Narayana)의 배꼽에서 연꽃이 솟아났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있다. 이로부터 연꽃을 우주 창조와 생성의 의미를 지닌 꽃으로 믿는 세계연화사상이 나타나는데, 부처의 지혜를 믿는 사람이 서방 정토에 왕생할 때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연화화생의 의미로 연결되었다.  

 

연꽃은 고대 인도에서는 여성의 생식 능력, 다산, 생명 창조의 상징물이었다. 중국에서는 생식 번영의 꽃으로 사랑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 벽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태양신을 숭배하던 고대 이집트에서 연꽃은 태양의 상징으로 신성시됐다. 기원전 2700년경 왕의 분묘 벽면 돌조각에 연꽃이 새겨져 있고 국왕의 대관식에는 파피루스와 함께 신에게 바쳐지는 꽃이었다.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설법하다가 말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가섭존자만이 미소로 답했다는 ‘염화시중’의 미소와 ‘이심전심’ 역시 연꽃이 없었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말이다.

 

연화 10덕

1. 이제염오(離諸染汚)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2. 불여악구(不與惡俱)  악함과 함께 하지 않으며

3. 계향충만(戒香充滿)  청아한 향이 충만하고

4. 본체청정(本體淸淨)  청정함을 잃지 않고

5. 면상희이(面相喜怡)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6. 유연불삽(柔軟不澁)  그 맛이 부드럽고 떫지 않으며

7. 견자개길(見者皆吉)  꿈에서라도 그 모습을 보면 길조이고

8. 개부구족(開敷具足)  꽃과 열매가 함께 하니 빠짐이 없으며 

9. 성숙청정(成熟淸淨)  성숙해서도 청정하고

0. 생이유상(生已有想)  그 삶은 상념에 들게 한다.

 

 

 

 

 

공사중인 관계로

기대했던 가시연과 어리연의 꽃을 볼 수 없었고

조름나물이나 통발 등 다른 수생식물들도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세미원을 돌아나오는 길,

흐린 강물은 후텁지근한 여름빛 그대로인데

비가 그친 뒤 깊어진 하늘은 이미 가을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