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고향의 산과 들에서 만난 봄꽃들 (1)

모산재 2007. 4. 20. 00:51

 

고향의 산과 들에서 만난 봄꽃들 (1)

2007. 04. 14(토)

 

 

 

꽃 피는 계절에 고향을 찾는다.

 

마침 어제(금요일)가 쉬는 날이라 혼자 배낭을 메고

진주행 고속버스를 탄다.

 

진주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갈아 타고

밤9시가 다 되어 동네에 도착하니

플래시를 들고 어머니가 마중나와 계신다.

 

 

큰 수술을 받고 오히려 기력을 잃어 버리신 아버지,

그 수발을 하시느라 당신의 건강을 돌아볼 수 없는 어머니.

 

주말을 이용해 두분 계시는 곳을 찾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어머니가 청소해 놓은 방에서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난 아침,

카메라를 들고 늘 다니던 산과 들을 찾는다.

 

 

 

 

금창초가 이렇게 지천이었던가.

집 앞 언덕에서부터 멀리 산밭둑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온통 보랏빛 융단으로 장식된 듯싶다. 

 

 

 

  

 

독뫼 언덕가에는 하얀 조팝나무꽃이 탐스럽게도 피었다.

 

 

 

 

 

점반 가는 길엔 회잎나무가 새 순을 기르고 있다.

가지에 코르크질의 날개가 붙어 있어서 화살나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이런 정도는 홀잎나무(회잎나무)라고 부른다.

 

 

 

 

 

자운영도 곱게 피었지만 강한 햇살 때문에 곱게 담기지 않는다.

 

 

 

 

 

들현호색도 붉은 꽃을 피웠다.

 

 

 

 

 

황새냉이 무리 속에 자라는 이 녀석은 사상자인지 개사상자인지...

 

 

 

 

 

염주괴불주머니

 

 

 

 

 

곰밭골 산 언덕을 들어서니, 망개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청미래덩굴도 꽃을 피웠다.

 

 

 

 

 

각시붓꽃도 한창이었다.

 

 

 

 

 

어릴 때는 본 적도 없는 산벚나무(개벚나무인지도 모르겠다)가 군데 군데 꽃을 피웠다.

 

 

 

 

 

이것은 황새냉이로 보아야 하나...

 

 

 

 

 

묏등엔 솜방망이 황금빛 꽃이 하늘을 향해 활짝 피우고 섰고

 

 

 

 

 

꽃대가 멀대처럼 길게 자란 할미꽃이 고개를 숙이고 섰고

 

 

 

 

 

꿩의밥도 꽃을 피우고 있다.

 

 

 

 

 

한 송이만 핀 뱀딸기의 꽃이 앙증스럽다.

 

그런데 5잎이어야 할 꽃이 어째서 4잎만으로 피었을까...

 

 

 

 

 

양지바른 묏등에서 자라는  이 녀석은 누구냐.

 

아무래도 그늘사초 종류가 아닌가 싶은데,

벌써 알뜰하게 열매도 맺었다.

 

 

 

 

그 묏등에서 큰구슬봉이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사위질빵의 지상부 줄기는 겨울나기에 성공한 모습이다.

 

딱딱한 줄기에서 새싹이 파랗게 자라났다.

 

그러니 사위질빵은 풀이 아니라 덩굴나무로 보아야 한다는 것!

 

 

 

 

 

묵은 논에서 자라난 나무의 신록이 싱그럽다.

 

아래의 갈색 덤불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좀깨잎나무...

 

 

 

 

 

참꽃이라고 부르던 진달래꽃은 언제 다 졌는지 흔적도 없는데,

개꽃이라고 불렀던 산철쭉은 지금 한창이었다. 

 

 

 

 

 

이 제비꽃은 털제비꽃... 

 

 

 

 

 

이것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 풀, 담배풀 종류로 보인다.

 

 

 

 

 

이것은 노루오줌

 

 

 

 

 

각시붓꽃

 

 

 

 

 

이 정도면 가는잎그늘사초(산거울사초)의 표본이겠지...

 

 

 

 

 

다시 커다란 산벚나무의 꽃을 멀리 당겨서 담아 본다.

꽃이 2~3개씩 달리는 것이 산벚나무나 개벚나무의 특징인데,

산벚은 '꽃대 없는 작은꽃대'에 달린다 하고

개벚은 '꽃대 길이 2cm 정도'라니 이건 개벚나무로 봐야할 듯하다. 

 

 

 

 

 

또다시 청미래덩굴

 

 

 

 

 

이것은 뚝갈의 어린풀로 보인다.

 

 

 

 

 

큰구슬봉이

 

 

 

 

 

애기풀 꽃까지 벌써 피었다.

 

 

 

 

 

민둥산이었던 시절 산의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사방공사에 많이 사용된 나무인 사방오리나무

 

 

 

 

 

잔대 새순...

 

 

 

 

 

다시 전반의 들길로 들어선다.

푸르른 보리밭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보리논  논뚝엔 벌씀바귀가 꽃을 피웠다.

 

 

 

 

 

꽃잎은 퇴화하여 흔적처럼 남았는데

꽃받침만 덩그러니 큰 이 녀석의 정체는 무엇인가...

 

꽃잎이 다섯이니 개갓냉이는 아닌 듯한데,

개쇠스랑개비와 비슷해 보이는데 꽃잎이 너무 작다.

 

- 나중에 확인해 보니 좀개쇠스랑개비이이다.

 

 

 

 

 

돌이 많은 논언덕을 푼지나무 무성한 잎들이 가리고 섰다. 

 

 

 

 

 

새모래덩굴도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흰선씀바귀

 

 

 

 

 

독새라고 불렀던 뚝새들이 무수한 꽃을 피웠다.

 

제초제가 없던 시절 옛 농사꾼들은

저 엄청난 번식력과 맞서느라고 얼마나 고달펐던고...

 

 

 

 

 

이것은 뽀리뱅이꽃

 

 

 

 

 

느티나무도 꽃을 피우고 있다.

 

 

 

 

 

 

퇴락한 집이지만

냇가를 따라 이어지는 이 길이 내게는 고향과 같은 의미로 떠오른다.

 

 

 

 

 

저 개울과 개울길을 바라보며

지나간 시간들 속에 드나들었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많은 사람들과

사라져 간 풍경들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