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소 먹이던 추억 따라 고향 뒷산의 풀꽃나무 산책/ 왜박주가리,댕댕이덩굴,가는금불초,병아리난초

모산재 2011. 8. 31. 18:29

 

아버지 기일을 앞두고 찾은 고향...

 

 

늦은 오후 산소에 들러 침입하는 칡덩굴과 환삼덩굴을 걷어내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고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참으로 징글징글 지겹게 내리는 비...

 

 

집으로 돌아와 마루에 걸터앉아 가난한 마당 저 멀리 먹구름을 이고 있는 안산을 바라본다. 저 산을 넘어서 중학교를 다녔고나... 잠시 소년 시절의 정겨운 추억에 잠긴다.

 

 

 

산을 넘어 구비구비 걷던 길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같이 걷던 아이들의 모습도 떠오르고 사철 풍경도 떠오른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 관목과 풀숲밖에 없었던 산길은 하늘을 덮은 숲에 묻혀 흔적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다음날은 날씨가 환하게 개었다.

 

 

어린 시절 소먹이러 다니던 산길이 어떤 모습일까, 추억을 더듬어 보고 싶어져 오후 반나절이 지난 시간 100밀리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선다.

 

 

 

개울가 누리장나무엔 꽃봉오리가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고,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참나리는 화려한 주황색 꽃을 피웠다.

 

 

 

논둑에 심은 콩은 솜털 보송보송한 잎자루겨드랑이에서 앙증스런 흰 꽃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예전 대장간이 있던 자리, 호야 형네 집 뒷길을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작년만 해도 흙길이었는데, 두꺼운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 놓았다.

 

 

 

모래등을 지날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고추나물...

 

 

 

모래등 등성이를 덮은 벼과의 이 풀이 바로 쇠풀!

 

소들이 몰려 다니던 언덕에 자라는 풀, 쇠풀이란 이름도 딱이지 않은가....

 

 

 

참나물로 보이는 녀석.

 

잎이 건조하게 보여 맛을 보니 종잇장을 씹는 듯 참나물 고유의 향이 나지 않는다.

줄기가 검붉은 것이 큰참나물일 듯한데, 어쩌면 잎 모양은 미심쩍지만 대마참나물일 수도 있겠다.

 

 

 

 

진먼당(긴산등성이라는 뜻) 아래 고개를 넘어서는 곳에서 제대로 못 자란 댕댕이덩굴인가 싶은 것을 만났는데, 들쳐보니 뜻밖에도 왜박주가리이다.

 

늘 궁금해하며 만나고 싶었던 녀석을 고향에서 만날 줄이야...

 

 

 

정말 '왜'란 말이 잘 어울리게 잎이 작고 꽃은 깨알처럼 작다. 어두운 곳에서 이 꽃을 담으려고 얼마나 낑낑댔는지...

 

 

 

털새로 보이는 싱싱한 벼과의 풀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소들이 좋아하는 풀...

 

 

 

백도라지꽃을 야생에서 만난다.

 

 

 

청미래덩굴 위로 댕댕이덩굴이 포도송이 같은 싱그런 열매를 달고 있는데, 한쪽에선 꽃을 피우는 진풍경을 보인다. 

 

댕댕이덩굴은 암수딴그루라, 아래에 보이는 꽃은 암술과 헛수술을 가진 암꽃이다.  

 

 

 

 

개모시풀이 이삭 모양의 하얀 꽃차례를 피워 올리고 있다.

 

잎을 갉아 먹고 있는 애벌레는 무슨 나비가 될까...

 

 

 

진먼당에서 벼락꼭대기로 올라가는 솔숲에서 만난 버섯.

 

딱 하나밖에 없는 이 버섯은 송이 향기가 난다. 그런데 송이버섯을 닮은 듯하면서도 달라 보인다.

 

송이철도 아닌데, 무슨 버섯일까...

 

 

 

 

습하고 무더운 계절이어선지 버섯이 자주 눈에 띈다.

 

어두운 숲그늘 흙이나 퇴적암이 절벽에 무리지어 사는 작은 버섯

 

 

 

 

땅비싸리 곁에 주황색으로 자라는 버섯

 

 

 

그리고 육질이 단단한 하얀 버섯

 

 

 

열매를 맺은 매화노루발을 담아 보았다.

 

고향에선 흔한데 서울 주변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매화노루발. 꽃을 보지 못해 늘 아쉽다. 

 

 

 

병아리난초가 고향의 뒷산에 자생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한다.

 

 

 

손바닥 두 개를 합친 만큼 커다란 갓을 지닌 버섯

 

 

 

산 곳곳에 복분자 딸기를 만나 참으로 오랜만에 입이 호사를 즐긴다.

 

 

 

청초한 도라지꽃

 

 

 

종잇장처럼 얇고 마른 듯한 버섯. 밀버섯으로 보면 될까...

 

 

 

벼락꼭대기로 향하는 발걸음이 월계마을로 이어지는 밭들로 들어선다. 

 

밭들 입구에 핀 도둑놈의갈고리

 

 

 

 

 

높은 산 등성이, 누군지를 알 수 없는 장씨의 묘가 참 멋진 명당이다 하고 한참 머물다가 내려오는 길,

임도 한가운데 자라는 풀이 낯익다.

 

그런데 뭔가...? 

 

 

 

정체를 알기 위해 주변 숲을 둘러보다 은대난초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은대난초였던 것.

 

 

 

길 가운데 있는 은대난초의 만수무강이 걱정되어 숲속으로 옮겨 심어주려고 캐었는데,

은대난초의 땅속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되는 소득을 얻는다.

 

 

 

두꺼운 부엽토 속에 잘 심어 주었으니 튼실하게 자라 후손을 많이 퍼뜨려 주기를...

 

 

밭 주변의 풀밭에는 좀꿩의다리와 금불초가 어울려 피고 있다.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숲이 들어찬 산에서 소 먹이러 다니던 등골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다.

 

다만 등골의 상류로 보이는 곳에는 요란하게 개짖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개를 키우는 농장이 들어 서 있고 , 그곳을 지나 내려서니 이번엔 소를 키우는 농장과 염소를 키우는 농장이 나타난다.

 

소를 키우는 농장은 질퍽한 진흙탕을 이루고 있고, 염소를 키우는 농장은 마른 땅 위에 두충나무로 보이는 나뭇가지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염소는 모두 두충나무의 마른 나뭇가지 껍질을 벗겨 먹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맑은 샘물이 퐁퐁 솟아나 흐르던 골짜기는 자본주의에 편입되어 흙탕물과 분뇨가 질퍽하게 흐르는 골짜기로 변해 버렸다. 안타까운 일...

 

 

그리고 등골의 흔적을 찾으려고 숲으로 들어섰다가 방향을 잃어 한참을 헤매기도 하였다.

 

 

겨우 다시 동네로 이어지는 길을 찾았을 때는 날씨도 흐려진 데다 해도 이미 기울어진 것인지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버섯을 자주 만난다.

 

 

갓 표면이 황토색에 가까운 갈색인 것으로 보아 흙무당버섯이 아닐까 싶은 버섯.

 

 

 

이끼 속에서 자라난 하얀 버섯

 

 

 

임도를 따라 가는금불초가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다.

 

 

 

 


방귀버섯 종류...

 

 

 

그리고 이 골짜기에까지 계요등이 자라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한다.

 

 

 

황토구미가 있던 등성이에는 땅찔레라고 불렀던 돌가시나무가 여태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모래등에서 만난 버섯.

 

갓이 황갈색이나 벽돌색을 띠는데, 배젖버섯일까...

 

유액이 나오는지 갓을 잘라볼 것을... 배적버섯이라면 달콤한 식용버섯이다.

 

 

 

 

어두워지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니 형제자매들과 식구들이 모두 모여 들어 왁자하다. 어머니 혼자 지키던 집에 사람 소리 가득하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