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의 개갈퀴, 하늘말나리, 산꿩의다리, 뿔나비, 왕나비, 애기세줄나비, 쇠딱따구리, 밑들이메뚜기

모산재 2011. 7. 29. 19:06

 

비가 지긋지긋하게도 내리는 날이 계속되더니 오늘은 날씨가 말짱하게 개었다.

 

더운 날씨 멀리 나갈 맘은 안 생기고 천마산을 찾는다. 숲속이 가장 어두워지는 이 계절 기대할 것이 그리 많지 않지만 바람도 쐴 겸 집을 나선다.

 

 

등산로로 접어드니 길 한가운데 흙먼지를 뒤집어 쓴 풍뎅이 한 마리 기어가고 있다. 아마도 사슴벌레 암컷으로 보인다.

 

 

 

꽃은 보이지 않고 숲과 덤불로 우거진 길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새어드는 햇빛 몇 가닥 가까스로 붙잡아 몇 송이의 노란 꽃을 피운 고추나물을 처음으로 만난다.   

 

 

 

뿔나비 한 마리 솔뿌리에 앉았다.

 

 

 

그리고 바위에는 밤나방과로 보이는 나방 한 마리...

 

 

 

잔털제비꽃이 씨방을 터뜨리고 깨알 모양의 씨앗을 드러내 보인다. 희한하게도 잘 여문 까만 종자는 착하게 씨방 안에 앉았는데 덜 여문 하얀 종자가 나와 앉았다.

 

 

 

양지쪽 골짜기에 음지를 좋아하는 가는장구채 하얀 꽃이 피어 있어 나를 놀라게 한다.

 

 

 

큰뱀무꽃이 피어 있어 한여름에 들어섰음을 새삼 확인한다.

 

 

 

한 달 전쯤 꽃이 피던 것을 기억하고 살펴본 소태나무에는 열매가 달렸다. 꽃받침이 저리 노란 빛깔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주목한다.

 

 

 

조록싸리가 꽃을 피웠다.

 

여름과 가을, 산길을 걷는 이에게 싸리꽃보다 마약처럼 끌리는 향기를 발산한다.

 

 

 

학생수련원 앞, 한낮의 뜨거운 에너지를 듬뿍 받은 나비들이 어지러이 날아 다닌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비행을 잠시라도 멈추지 않는다.

 

골짜기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나비광장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철 따라 나비들의 천국을 이룬다.

 

거꾸로여덟팔나비 한마리 날개 접은 모습만 보이고, 윗면의 여덟팔자는 끝내 보여 주지 않는다.

 

 

 

그래도 애기세줄나비는 잠시 앉아 주었다.

 

 

 

 

어두운 숲속은 풀 덤불만 우거졌을 뿐 단조롭기 짝이 없다.

 

개갈퀴들이 지천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워낙 작은 꽃이라 산객의 눈길을 끌기는 어렵다.

 

 

 

 

 

 

산꿩의다리가 환하게 꽃을 피워 개갈퀴 꽃의 허전함을 보완해 준다.

 

 

 

골짜기에서 만난 이 녀석들의 정체는 뭘까... 새삼 같기도 하고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가지더부살이가 꽃이 진 뒤 열매 달린 모습이란다.)

 

 

 

화사한 하늘말나리 꽃을 만나지 않았으면 골짜기에서 내내 우울할 뻔했다.

 

 

 

 

광릉갈퀴는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딱 한 개체만 보이는 이 녀석의 정체는?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딱히 뭔지 떠오르지 않는다.

 

 

 

꽃봉오리가 달리지 않았을까 싶어 병풍쌈 있던 곳을 찾으니,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누군가가 잎을 몽땅 채취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골짜기에는 잎자루에 날개가 있는 두메담배풀이 흔하다.

 

 

 

어수리도 꽃이 피었다.

 

 

 

어디선가 규칙적으로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려 두리번거리다가 나무줄기와 같은 색깔의 딱따구리를 발견한다. 아주 작은 딱따구리, 쇠딱따구리다.

 

늘 오색딱따구리만 만나다가 처음으로 만나는 녀석...

 

 

 

 

쇠딱따구리를 찍고 돌아서는데 메뚜기 깉은 녀석이 풀쩍 뛴다. 아마도 밑들이메뚜기라고 부르는 녀석으로 보인다.

 

능선길을 내려설 때에는 여기저기서 나타나 마치 길앞잡이처럼 발걸음을 앞서 넓이뛰기를  할 정도로 흔하다.

 

 

 

 

생각지도 못한 왕나비를 만난다.

 

제주도에서 겨울을 나고 머나먼 비행으로 날아온 남방계의 대형나비이다.

 

 

 

이 것은 꽃구름버섯 종류일까...

 

 

 

천마산에서 지금껏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두메고들빼기를 만난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아도 딱 이 한 개체밖에 없다. 어찌된 거지...?

 

 

 

정상으로 오를까 하다, 꺽정 바위에서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특이한 풍뎅이 한 마리. 날개에 두 개의 큰 돌기가 솟아 있고 오돌토돌한 작은 돌기들이 있다. (곽요한 님이 털두꺼비하늘소라고 알려 주심)

 

 

 

큰까치수영과 표범나비. 

 

 

 

 

짚신나물

 

 

 

 

새끼손톱보다 작은 나방. 밤나방과로 보인다.

 

 

 

줄꼬마팔랑나비로 보이는 녀석이 꽁무니를 세워서 문지르고 있다. 알을 낳으려는 것일까.

 

 

 

꽃을 만나기보다는 곤충을 더 많이 만난 하루,

언제나 어두워져서서 돌아오던 길을 오늘은 황혼도 지기 전에 집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