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너도바람꽃 보러 갔다 두꺼운 빙판만 타고 왔네

모산재 2011. 3. 1. 23:26

 

2월 24일.

 

혹독한 한파가 물러나고 따스한 봄볕이 한 열흘쯤 이어지는 지던 날, 어쩌면 봄꽃이 피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천마산을 찾았다. 호평동 가는 버스 번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헤매다 겨우 천마산 입구에 도착한다. 

 

천마산을 가리고 들어선 초고층아파트 곁을 불편한 마음으로 지나쳐 산길을 오른다. 평일이어선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활짝 핀 모습은 아닐지라도 꽃봉오리 정도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지나친 것이었다. 골짜기는 두껍고 거대한 빙판을 이루고 있어 군데군데 등산로조차 끊겨 있었다.

 

 

골짜기에서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메고 온 카메라에게 미안스러워 그냥 이런 마른 버섯이라도 담아보게 한다.

 

 

 

몇 백 미터를 걷는 동안 만난 생명은 어린 는쟁이냉이 하나와 꽃차례도 보이지 않는 불염포를 겨우 밀어올리고 있는 앉은 부채뿐...

 

 

 

 

지금쯤이면 금괭이눈 어린 풀들이 자라고 있어야 할 골짜기 바위는 두꺼운 빙판이 덮고 있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 두꺼워지고 넓어지는 빙판...

 

 

 

 

상류쪽에서 피는 너도바람꽃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지만 기대가 이루어지기는 틀린 듯하다.

 

 

 

너도바람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지점에 도착해보니 물 흐르는 계곡만이 아니라 주변 언덕까지 빙판으로 덮혔다.

 

 

 

봉황이끼를 만난다. 미안하다 렌즈야, 이끼라도 담자.

 

 

 

이 두꺼운 빙판을 뚫고 꽃봉오리를 내밀 수야 있겠는가.

 

 

 

 

이상 한파가 없었다면 만나볼수 있었던 너도바람꽃은 이 두꺼운 얼음이 녹아내려야 얼굴을 내밀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보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썩은 나무에 무리로 자란 마른 버섯과 허공에 매달린 말벌집이나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린다.

 

 

 

 

노랑앉은부채도 이제 겨우 새싹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물푸레나무 수피... 들여다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산을 내려온다.

 

 

 

보름 뒤쯤에나 다시 찾아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