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늦가을 홍릉수목원의 용담, 층층고랭이, 애기앉은부채, 우묵사스레피

모산재 2010. 12. 19. 21:28

 

토요일 퇴근하는 길에 수목원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10월의 마지막날이니 꽃들의 계절은 거의 지나갔지만 풀꽃나무들의 흔적을 살피는 것도 재미있겠지 싶다.

 

 

입구에 골담초에 때 아닌 꽃봉오리가 몇 송이 벌어지고 있어서 담아 보았다.

 

 

 

 

예상한 대로 약용식물원은 꽃들이 사라진 황량한 풍경이다.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말라버린 풀들이 이미 낫질되어 사라진 휑한 빈 터엔 온기를 잃은 햇살들이 힘없이 비쳐들고 있다.

 

보랏빛 용담꽃이 서늘한 햇살에 청초한 모습으로 만발하였다. 눈에 띠는 거의 유일한 꽃이라고 할까.

 

 

 

혹시나 기대했던 께묵은 이미 잎과 줄기가 거의 말라 버렸고 꽃들도 씨앗을 맺은 지 오랜 듯 보인다. 다만 곧 말라버릴 듯 피어 있는 몇 송이 꽃이 나를 위안해 준다.

 

 

 

전에는 본 적이 없는 등칡이 커다란 이파리를 달고 덩굴을 뻗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내년 꽃 피는 계절에 다시 찾아봐야겠다.

 

 

 

송이고랭이 비슷한데 줄기가 둥근 이 녀석은 뭐라고 불러 주랴...

 

아마도 올챙이고랭이일 듯...

 

 

 

방울고랭이는 이제 씨앗을 날려 보낼 준비를 끝낸 모습이다.

 

 

 

방울고랭이를 찍고 있는데, 앞에서 웬 사나이가 또다른 고랭이를 찍는 데 열중이다. 고랭이를 찍는 데 저렇게 열성을 다 바칠 정도면 내공이 꽤 깊지 싶어 인사를 건넨다. 들뫼곳간에서 일한다는 곰솔이라는 분이다.

 

곰솔님이 찍고 있던 것은 층층고랭이이다. 층층으로 달려서 붙은 이름이다.

 

 

 

산자고(까치무릇)가 심어져 있던 곳에는 낙우송 기근(氣根)이 뿔처럼 솟아 있다. 거목은 저렇게 기근을 만들어 뿌리호흡을 한다.

 

 

 

승마는 많은 열매를 달았다.

 

 

 

감절대도 마디풀과임을 잘 나타내 주는 열매를 주렁주렁 달았다. 잎밑이 둥근 것으로 잎밑이 자른 듯한 호장근과 구별되지만, 이곳의 팻말은 여전히 호장근이다.

 

 

 

이곳에 애기앉은부채가 있었던가. 도깨비방망이 같은 모습의 육수꽃차례가 붉은 불염포에 곱겨 안겨 꽃을 피웠다.

 

 

 

비짜루 열매가 곱게 익었다.

 

 

 

관목원 쪽으로 이동하다가 온실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우묵사스레피나무를 만난다.  

 

 

창틈으로 이 녀석 꽃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냐. 카메라 전원이 나간 버린다.

 

새 밧데리라고 믿고 예비 밧데리를 가져 오지 않았는데 낭패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허탈한 맘으로 그냥 돌아설 밖에...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서 부족한 잠이나 실컷 자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