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겨울에 꽃을 피운 제주도 번행초(Tetragonia tetragonoides)

모산재 2010. 3. 1. 20:39

 

제주도 애월 해안산책로 주변 길섶에는 따스한 볕을 받은 번행초가 벌써 꽃을 피웠다. 주로 5월에 핀다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는 것이 번행초다. 그럼에도 겨울에 꽃을 볼 수 있는 곳은 제주도밖에 없으리라.

 

번행초는 우리 나라 중부 이남, 태평양 지역 따뜻한 바닷가 모래땅에 두루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다육식물이다. 생명력이 강하여 자갈밭이나 바위틈 등 몹시 척박하고 물기가 없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 얼핏 보면 잎모양이 시금치를 닮았는데, 영어 이름도 '뉴질랜드 시금치(New Zealand spinach)'이다. 쿠크선장이 뉴질랜드에서 자생하는 것을 가져가 소개하여 붙은 이름이라 한다.

 

 

 

 

 

 

 

 

 

 

줄기는 기듯이 자라는데 가지를 많이 쳐 종종 한 아름이 되는 것도 있다. 줄기와 잎이 다육질이어서 잘 부러지고 꺾으면 희고 끈적끈적한 즙이 나온다. 이 즙은 위벽을 보호하고 염증을 치료하며 식욕을 돋우는 데 효능이 있다고 한다. 잎과 줄기를 그늘에서 말려 차로 마시면 위장병을 다스리거나 예방할 수 있다. 한때 위암의 특효약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번행초에는 비타민A와 B2 등 영양소가 풍부한데, 유럽에서는 채소로 흔히 가꾸어 식품으로 쓴다고 한다. 튀김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국을 끓여 먹어도 좋은데,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며 질감이 좋다고 한다.

 

번행초에는 부패를 방지하는 특이한 효소가 들어 있어 생선을 오래 보관하는 데도 쓴다. 고등어나 다랑어 같은 생선의 내장을 꺼내고 번행초를 가득 채워 넣어 두면 변질되지 않는다고 한다.

 

 

 

 

 

 

 

 

노란 꽃이 지고 나면 뿔 같은 딱딱한 돌기가 4~5개 달린 여래가 열린다. 열매 속에 씨앗이 들어 있다.

 

 

 

 

 

번행초는 넓은 잎을 가졌지만, 분류학상 시금치와 같은 명아주과가 아니라 번행초과(Aizoaceae)에 속한다. 번행초과의 유일한 식물로서 유사종이 없다. 많은 사전에서 석류풀과의 한 속으로 다루기도 한다.

 

 

 

 

 

 

● 번행초 蕃杏草 Tetragonia tetragonoides | New Zealand spinach  /  석죽목 번행초과 번해초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60cm이다. 털은 없으나 사마귀 같은 돌기가 있으며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비스듬히 서거나 옆으로 뻗는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삼각형이며 길이 4∼6cm, 나비 3∼4.5cm이다. 끝이 둔하고 두꺼우며 잎자루 길이 약 2cm이다.

꽃은 봄부터 가을까지 노란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 1∼2개씩 달린다. 꽃받침통은 길이 4∼7mm로 자라고 4∼5개의 가시 같은 돌기가 있으며 열매가 성숙할 때도 남아 있다. 화피는 겉은 녹색, 안은 노란색이며 넓은 달걀 모양이다. 수술은 9∼16개, 암술대는 4∼6개이고 노란색 꽃밥이 있다. 씨방은 하위(下位)이며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다. 열매는 핵과로서 달걀 모양이며 겉에 돌기가 있다.